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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담임을 하고 싶지 않은 교사들

 

“내년에는 전담을 맡으면 좋겠어요.”

 

최근 몇 년 사이,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다. 학급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은 어느덧 교육계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담임을 맡지 않는 것이 더 이상 예외나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되어버린 것이다.

 

담임 기피 현상이 이토록 뚜렷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행정 업무의 과중함이 있다. 공문과 회의, 수시로 바뀌는 지침에 따라 정리해야 하는 각종 문서들, 여기에 학부모 상담과 학생 생활지도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교사들의 목소리 중엔 수업이 쉬는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자조도 있다. 교육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하루의 대부분을 서류 처리에 소진하는 구조가 담임 교사를 소모시키고 있다.

 

둘째는 학부모와의 갈등이다. 일부 학부모는 교사 개인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연락하고, 학급 운영 전반에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과도한 민원을 제기한다. 교사의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되고 감시되는 듯한 압박 속에서, 교사는 불안과 긴장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민원은 담임 교사의 심리적 부담을 키운다.

 

셋째는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사회적 기준 변화다. 예전엔 훈육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던 언행이 이제는 쉽게 인권침해로 오인된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교사의 지도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까지가 아동학대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애매한 잣대는 교사를 위축시키고, 결국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담임을 맡지 않겠다는 선택은 합리적인 자기 보호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선택이 개별 교사의 몫을 넘어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반교사들이 기피하는 담임 교사 자리는 기간제 교사처럼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에게 넘어간다. 구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떠맡는 경우가 생긴다.

 

답답한 건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행정업무를 줄이고, 교사의 권위를 회복시키며, 학부모와의 소통을 조율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은 교육계에서 오래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하지만 변화는 더디고, 될 수 있으면 담임은 피하자는 현상은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로 굳어졌다.

 

교사는 단지 수업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정서를 돌보고, 관계를 이끌며, 삶의 이정표를 함께 그려가는 사람이다. 그 중심에 담임 교사가 있다. 담임 기피가 확산될수록,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조금씩 힘들어지는 구조가 된다.

 

지금 우리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동기부여와 사명감을 교사에게 불어 넣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교사가 존중받고, 담임을 맡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 반을 책임진다는 것이 교사의 용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날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까.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늦었지만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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