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지구촌 시대, 전 세계는 하나의 교육 공간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행정은 여전히 ‘국내’와 ‘해외’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민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재외동포 교육정책은 재외동포청이 관할하는 현재의 이원 체제로는 국민교육의 연속성과 동포교육의 통합성을 제대로 담보할 수 없다.
1860년대 이후 재외동포 사회는 국권회복, 애국계몽운동, 독립전쟁, 건국과 산업화, 외화 획득, 한국상품 수출, 국가이미지 제고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왔다. 특히 이주 5세, 6세까지 성장한 동포 차세대는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며 '정체성의 불씨'를 간직해왔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은 단순한 언어교육을 넘어, 조국과의 심리적 연결을 지속시키는 ‘교육 외교’이자, 전 세계 디아스포라를 ‘세계한인’으로 아우르는 핵심 수단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재외동포 교육의 주무 부처가 명확하지 않고, 국가교육과정에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정책 간 유기적 연계가 어렵다. 지원의 일관성과 제도적 정당성 역시 부족하다. 한글학교 등 동포 교육기관은 대부분 자조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공교육 시스템과의 연계는 산발적이며 일시적이다. 국내 교육과정, 교원 연수, 자격 제도와의 연동이 미비한 탓에, 동포 청소년의 자긍심과 소속감, 그리고 내국 청소년과의 유대감은 현실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가교육의 철학과 전략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포괄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국내 학생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진 동포 자녀들 역시 대한민국 교육의 정당한 수혜자다. 이들을 민족공동체 교육과 세계시민 교육의 주체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재외동포 교육은 더 이상 막연한 정체성 함양이나 기초 한국어·문화 학습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가교육체제와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정체성 중심’의 1세대적 접근을 넘어설 때다. 재외동포 청소년과 대학생의 진로 지원, 인재 육성, 교육 기회 균등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요구된다. 재외동포청은 한글학교가 단순 주말학교에 머물지 않고, 전일제·요일제 세계시민학교, 디지털 원격 교육 플랫폼 등으로 확장되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와 협력해 국내 학생과의 교류, 쌍방향 교육, 공동 교육과정 운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미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은 정도의 차는 있지만 국내 교육과 재외 교육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동포 교육을 더 이상 ‘외연’으로 방치하지 말고, 국가교육의 중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동포 차세대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세계시민의 모범이 될 수 있다.
21세기 재외동포 교육을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교육 행정 틀에 가두어둟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내외 교육의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 거버넌스를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동포사회를 위한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외연을 넓히고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다.
외국민 우편투표 도입이나 복수국적 허용 연령 조정도 물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는, 2027년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 집필 기준, 그리고 다문화·민주시민·통일·인권 등 범교과 학습 주제에 ‘재외동포 이해와 연계 교육’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학계는 공론화 과정을 추진하고, 동포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 연수, 교육 자료 개발, 국내외 공동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도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이 진정으로 미래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국경과 국적, 혈통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동포 차세대와 국내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교육 전략과 세계시민 실천 비전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