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 사면 문제로 국론이 반분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두 여론조사 기관(조원씨앤아이, 미디어토마토)의 조사결과는 찬성, 반대가 백중이었다. 특별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사면권을 행사한다. 그 대상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최강욱,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친여권 인사들과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 등 친야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16일 수감됐다. 이번 광복절에 사면에 포함될 경우 정확히 형기의 1/3(33.3%)을 채운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아내 정경심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형기 80% 복역 후 가석방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형기 28%와 21%을 채우고 사면됐다. 조국 전 대표 부부에게 잘못이 있었지만, 그 잘못에 비해 수사와 기소, 재판이 과도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법 집행이 있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이번 사면에는 야권 출신의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이들 정치인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사진기자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의 범죄 사실, 사면의 타당성 등을 다룬 언론보도는 미미했다.
홍문종 의원은 사학재단 교비 52억 횡령혐의로 징역 4년 6개월, 정찬민 전 용인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 심학봉 전 의원은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를 호텔로 불러 강제 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었다. 국회윤리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의원직 제명이 결정되자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1억여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3개월을 확정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년 전 광복절 특사 때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복권 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지 3개월 만이었다. 2개월 뒤에 치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그를 재공천했다. 예상대로 선거에서 참패했다. 무리한 사면권 행사였다.
이 사면 사실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는 2023년 8월 10일자 1면에 ’문 정부 비리 폭로한 김태우, 광복절 특별 사면‘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5면 해설기사에서는 김태우를 공익신고자로 치켜세웠다. 그가 유죄로 판결받은 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 체제였다며, 그가 강서구청장에 재출마해 당선된다면 정치적 복권까지 이뤄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광복절 사면·복권에 대한 어떤 부정적 언급도 없었다.
2025년 8월 9일자 “법치 흔드는 그들만의 ‘사면 잔치’”라는 1면 머릿기사와는 크게 대조됐다. 대통령의 사면 때마다 일부 언론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에 대한 사면은 나쁘고, 경제계 사면은 좋다’는 그릇된 이미지도 심어왔다. 원칙 없는 사면 보도가 국민통합이란 헌법정신까지 훼손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