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열풍을 발판으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 업황 반등과 폴더블폰 흥행에 힘입어 5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14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영업이익은 31.8% 증가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매출 84조 원·영업이익 10조 원 안팎)를 크게 웃돈 성적표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8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부문(DS)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DS부문은 2분기 4000억 원대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이번 분기 5~6조 원 수준으로 10배 넘게 뛰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실제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6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AMD에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오픈AI의 초거대 AI 인프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AI 반도체 시장 수혜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적자 폭도 크게 줄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은 2분기 2조 9000억 원에서 3분기 7000억 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7나노 이상 성숙공정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고,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칩(2나노)을 수주한 점이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도 신제품 효과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 모바일 부문(MX)은 ‘갤럭시Z 폴드7’과 ‘플립7’이 국내 사전판매에서 역대 최다인 104만 대를 기록하며 3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중저가 A시리즈 출하량도 4400만 대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애플 ‘아이폰17’ 시리즈에 OLED 패널을 본격 공급하며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가전·TV를 담당하는 VD·DA부문은 미국 관세 여파와 물류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HBM은 1분기를 저점으로 강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파운드리도 고객사 확보로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3사 중 내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비메모리 적자 축소와 MX·디스플레이 호조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구체적인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투자자 이해 제고를 위해 주요 질의사항을 사전에 접수해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직접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