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알처럼 흩어지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기억' 그 고요한 흔적이 화면 위에 차곡차곡 쌓인다.
김성엽 작가의 개인전 'Sand Garden'은 부서지고 무너져도 다시 쌓이고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붓 끝으로 한 점 한 점 찍어낸 모래 알갱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존재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부서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감정과 기억의 표면을 되살린다.

할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오래된 계절의 기억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그의 모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감각이다.
김성엽은 작업실에서 모래성을 쌓고 그 흐름과 변화를 오랜 시간 관찰한다. 무너짐과 축적을 거듭하며 남겨진 시간은 모래섬이 되고 항아리의 형상으로 이어진다.
항아리는 점묘의 반복 속에서 인내와 성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동시에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담아내며 무너짐을 내포한 채 넓은 마음을 지향하는 조형으로 자리 잡는다. 한 점 한 점은 기도처럼 반복되고, 시간의 침전 위에 감정을 새기며 다시 순환한다.

김성엽의 점은 시간이고 기억이며 감정의 단면이다. 흘러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모래처럼 그의 작업은 삶의 유연한 본질을 조용히 응시한다.
작품 속 모래섬과 항아리는 상실과 불안, 회복과 성장의 과정을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부서져도 끝내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의미를 품은 감정과 기억에 시선을 두게 한다. 모래의 흐름과 결 속에 담긴 시간의 밀도는 삶의 본질을 환기시키며 사라지지 않는 감정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대한 응답이 된다.
김성엽 작가의 개인전 'Sand Garden'은 오는 31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층 H. art LAB 89에서 열린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