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김예진 전문의, 최용훈 교수, 내분비대사내과 공성혜 교수)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골다공증 발병률이 크게 감소하며, 특히 50세 이상 여성에서 예방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에 서식하면서 만성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을 유발하는 유해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주로 구강을 통해 감염되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보균자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기준 16세 이상 인구의 44%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소화기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전신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 교란 등을 유발해 다양한 전신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균 치료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헬리코박터 감염이 당뇨병, 고지혈증 등 여러 대사 질환과 연관 있음을 밝혔으며, 제균 치료가 관상동맥질환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한 바 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번에 골다공증과 헬리코박터균의 연관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져 고관절 등 주요 관절이 쉽게 골절되는 질환으로, 노년층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아, 큰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받은 성인 846명을 최대 2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의 골다공증 발생률은 34.5%였던 반면, 헬리코박터 제균에 성공한 그룹은 24.5%로, 약 10%포인트의 차이가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 29%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예방 효과는 특히 여성에서 더욱 두드러졌고, 50세 이상 여성에서는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경우 제균 치료와 골다공증 발병률 사이에서는 특별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골다공증의 새로운 위험요인임을 시사하며, 제균 치료가 소화기 질환과 대사 질환은 물론, 근골격계 질환인 골다공증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위암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같은 전신 만성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며, “특히 폐경 후 골밀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50세 이상 여성은 제균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성차 기반 소화기계 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Gut and Liver’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 경기신문 = 이양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