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오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합류하기 위해 속속 출국했다. 이번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가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24일 정오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며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어 12시 10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12시 30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차례로 출국길에 올랐다. 구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 없이 가볍게 인사만 건넸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도 동행한다. 해외 일정 중인 정의선 회장은 현지에서 곧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재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 발표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약 5조 원을 투입해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후공정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를 포함해 총 6개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전체 투자 규모만 15조 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시간, 오하이오, 테네시 등 북미 주요 거점에서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다. 특히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는 글로벌 주요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대차그룹도 혼다와의 합작 공장을 포함해 북미 현지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장하는 것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안정 차원”이라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통상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한국의 대미 투자 금액은 2주 이내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 때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