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과 K-뷰티에 이어 K-패션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일본 도쿄에 첫 해외 매장을 열며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선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패션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18일 도쿄 시부야 파르코 쇼핑몰에 ‘더현대 글로벌’ 매장을 열 예정이다. 국내 백화점이 일본에서 정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6일 일본 1020세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페스타로 평가되는 ‘도쿄 걸즈 컬렉션(TGC)’에 참여하기도 한다. 더현대 글로벌 스테이지 런웨이에는 트리밍버드·레스트앤레크레이션·더바넷·오헤시오 등 4개 브랜드가 등장해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대표 착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내 한류 소비가 콘텐츠 중심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한국 백화점이 주도적으로 K브랜드 글로벌 유통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내 K-패션의 인기는 상승세다. 일본 패션 플랫폼 ‘누구’ 조사에 따르면 일본 20대 여성의 59.3%, 30대 여성의 42.9%가 한국 패션 스타일을 참고한다고 답했다.
특히 ‘마뗑킴’, ‘디스이즈네버댓’, ‘마르디 메크르디’ 등 국내 영 패션 브랜드는 일본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매장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아더에러 역시 ‘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현지 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일본 진출은 단순한 판매 전략을 넘어 ‘K-패션 허브’로서의 역할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을 거점으로 한류 소비가 동남아·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현대백화점의 이번 행보는 K-패션 글로벌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기업들로도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는 오는 10월 도쿄에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열며 현지 진출에 나서고, 국내 주요 백화점과 패션 기업들도 글로벌 편집숍 입점, 해외 팝업스토어, 온라인 플랫폼 제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패션이 독창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일본 내에서 관심 받고 있는 만큼, 아시아 시장 성과를 기반으로 미국·유럽 진출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음악과 뷰티를 넘어 패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K-패션이 글로벌 소비재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