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정치로부터 독립되고 일관된 교육정책 수립·추진을 목표로 2022년 9월 27일 공식출범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며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써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 포함, 총 21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그런데 국교위가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이배용 위원장이 김건희 씨에게 10돈짜리 금거북이를 건네며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위원장직에서 사퇴했지만 정치로부터 독립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겠다는 국교위 출범 당시의 취지는 헛구호가 되고 말았다. 이배용 씨는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편향 인사’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교위가 처음부터 특정 정치적 성향의 영향아래에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 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3일자 7면, ‘정치 중립 무너진 국교위…실효성 논란 재점화’)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 위원장의 뇌물 상납과 매관매직 의혹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다”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교육농단 청산’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2기 국교위는 정치로부터 독립된 숙의형 기구, 투명하고 책임 있는 국민참여 기반 정책 심의기구로 반드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사·교수·학부모·학생·시민 등 교육 주체가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여기에 더해 ‘내부 갈등’, ‘성과 부재’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위기에 처해 있다. 일부에서는 ‘국교위 무용론’까지 제기 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내부의 정치적 대립도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수능 이원화 안건’이었다. 보수 성향 위원들이 이 안건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자 진보 성향 위원들은 회의를 보이콧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현장의 평가가 좋게 나올 리 없다. “그동안 국교위에서 교육 개혁이나 현장 정책 논의가 사실상 없었다” “공론의 장도, 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다”는 도승숙 참교육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의 지적이 수긍된다. 이런 비판은 국교위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정대화 국교위 상임위원은 2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국교위 3년 성과와 향후 과제 개선을 중심으로 교육자치와 분권강화를 위한 정책포럼에서 “3년간 교육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이자 들러리”였다고 자탄(自歎)했다. 교육부의 지시를 따르고 교육부의 업무를 수행하는 들러리이자 하청기구였다는 뜻이다. 그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난맥상과 2022 개정 교육과정 의결 과정에서 문제점과 한계점도 지적했다. ▲전문위원의 자격요건 ▲전문위 파행성 ▲극단적 정파적 구성의 한계 ▲사회적 합의 실종 ▲의견 수렴의 부재 등 국교위의 장애물을 조목조목 거론하기도 했다.
강민정 전 의원은 애초 국교위 근거법을 만들면서 기구설립 취지인 ‘자주성, 전문성, 정치중립성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라는 문제에 대해 입법적 고민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교육정책추진체계는 분업과 협업 원리에 입각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 공감을 얻었다.
국교위를 염려하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제도를 개선해 국교위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능했던 운영 방식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국교위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정부가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