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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홀로 출동’도 모자라 은폐시도까지?

노인에 구명조끼 준 뒤 순직한 해경 희생 빛바래게 해서야

  • 등록 2025.09.18 06:00:00
  • 13면

그야말로 '살신성인'이었다. 캄캄한 밤 사신처럼 다가오는 물살 속에서 일면식도 없는 중국인 노인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줘 살리고 자신은 물살에 휩쓸려 끝내 삶을 마감한 젊은 해경 이재석 경사.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숭고한 희생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론 중국인들도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15일 영결식이 치러지는 날까지 많은 국민들의 조문을 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해양경찰청은 고인에게 1계급 특진(경사)과 함께 훈장을 추서했다.

 

11일 오전 3시 30분쯤 인천 옹진군 꽃섬 일대에서 어패류를 잡다 밀물에 고립된 중국 국적 70대 남성을 구조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발을 다쳐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던 노인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조끼를 입혀줬다. 노인은 이날 새벽 4시 20분쯤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이재석 경사는 오전 9시41분쯤 인천 옹진군 꽃섬에서 약 1.4㎞ 떨어진 해상에서 심장이 멈춘 상태로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이 경사는 2021년 7월 임용돼 인천해경서 경비함정을 거쳐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해양경찰교육원 교육생 시절엔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 우수한 인력이었다. 임용 후에도 “주어진 임무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동료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고 근면 성실했다. 안전 관리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 중부해양경찰청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의 표창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고인의 희생에 국민들은 안타까워하면서 애도하고 있다. 중국인들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자국 국적노인을 구해준 이 경사를 추모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누리꾼들은 “국경을 넘은 영웅”, “진정한 영웅에게 경례를 보낸다”, “고립된 중국 노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구명조끼를 과감히 포기했다”, “영웅이여, 편히 쉬세요”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정부도 이재석 경사를 애도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해경 파출소가 ‘2인 출동’이라는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당시 영흥파출소 근무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 중 4명은 휴게시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파출소 근무자가 현장에 출동할 때는 2명 이상이 함께 나가야 함에도 이 경사는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연락을 받고 홀로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윗선의 진실 은폐 기도가 있었다는 해경 동료들의 폭로가 나왔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직원들은 장례식장에서 팀장과 팀원들 간의 불화, 사고 당시 사건의 전말들에 대해 대답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담당 팀장이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는 말도 나왔다. 직후 해양경찰청장은 사임했고, 인천해경서장, 영흥파출소장, 팀장은 대기발령 됐다.

 

유족들은 왜 이 경사만 현장에 출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혼자 나간 이유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12일 이 경사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영흥도 경찰관 순진 관련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의 단장은 외부 인사가 맡고, 해경은 조사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5일자 인천판 1면, “왜 현장에 혼자 나가게 했냐”) 조사단은 이 경사의 영결식이 치러지는 15일 이후 고인과 함께 근무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동료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중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가족과 동료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사건 진상을 외부 독립 기관에 맡겨 엄정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내부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나온 이상 진상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그래야 고인도 편안히 영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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