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반도체 겨울’을 경고하며 업황 비관론을 퍼뜨렸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초부터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 증설 카드와 가격 인상 전략을 잇달아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는 “시장 선제 대응이 이번 사이클에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D램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4분기부터 생산능력이 사실상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연내 160만 장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SSD 채택이 빨라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반짝 수요가 아니라 장기 수요 확대가 뚜렷하다”며 “양사 모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공급 확대와 동시에 가격 인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D램 제품 가격을 최대 30%, 낸드 가격은 10% 올리겠다고 주요 고객사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가격 조정을 준비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으며, HBM 수요 확대가 업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사이클 지표상 2027년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며 업황 부진을 경고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는 따뜻한 겨울(A Warm Winter This Year)”이라고 표현했다.
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생산전략을 조정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공급자 우위가 지속되더라도 ‘확장 속도와 수익성 관리’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늘어날수록 시장 균형을 지켜야 한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호황의 과실을 충분히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