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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일반민족행위로 모은 재산 국가귀속은 당연

가난의 질곡 벗어나지 못하는 독립군 후손 지원 필요

  • 등록 2025.10.16 06:00:00
  • 13면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이다. 일제에 의한 한일 강제 병합에 앞정 선 ‘큰 공로’로 1910년 10월 일본으로부터 후작 지위를 받았다. 이는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였다. 이완용 등의 주도로 설립된 친일단체인 불교옹호회의 고문을 맡았고, 1928년엔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한 공으로 쇼와대례기념장도 받았다. 이완용·송병준·이근택 등과 함께 대표적인 친일 매국노 중의 한 명이다.

 

‘내선일체에 큰 공적’이란 글도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1942년 5월 30일자)에 썼다. ‘미나미 지로 총독은 작임 이래 내선일체의 실현을 시정의 큰 방침으로 하여 침식을 잊고 조선 통치에 다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특히 지원병 제도와 징병제도는 글자 그대로 총독이 조선 동포로 하여금 충성한 황국신민이 되어 대동아공영권의 지도자가 되게 하자는 어버이의 마음에서 나온 선정으로서 감사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일제의 전쟁터로 끌고 간 강제 징병을 ‘어버이의 마음’으로 여겨 ‘감사’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친일파인 자다.

 

2005년 1월 공포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에 근거해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고 위원회는 이해승을 국가공인 친일파로 선정했다. 그리고 정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해승 후손의 토지를 환수했다. 그러나 법원은 토기 국가 귀속 결정을 취소했다. ‘대한제국 황실 종친이라는 이유로 작위를 받은 것’이라는 후손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가 재차 소송을 냈지만,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패했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대상 토지 인접에 있는 토지 13필지에 대한 환수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올해 6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의정부시 호원동 9필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같은 동 4필지의 매각 대금 11억 8125만 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 했다.

 

지난 8월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민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금 친일파 재산이 아직도 1500억 원 환수가 안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정권에서 소극적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소장은 환수한 재산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을 위해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 배석 정부관계자에게 “별도로 챙겨서 저한테 알려 달라”고 지시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법무부는 이해승 후손이 토지를 매각하고 받은 78억 원에 대한 환수 작업도 시작했다. 지난 10일 이해승 후손이 의정부시 호원동 토지 31필지를 매각하고 얻은 부당이득금 약 78억 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1면, ‘법무부, 친일파 이해승 후손에 78억 환수 소송’)

 

일제강점기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자손들은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며 잘 살고 독립군 후손들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히 잘못됐다. 지난 2004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세종충남지역본부 부여군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친일반역자 후손이 부럽다, 독립군 조상 싫다’는 글은 독립운동을 한 조상에 대한 원망이 드러나 있다. ‘나는 찢어지게 고통 속에서 가난으로 쪄들고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희망 없는 독립군 후손이다. 친일 부모, 조부모 자식으로 태어나서 부와 권력을 대대손손 누리면서 살아가는 친일파 반역자 후손들이 무척 부럽다’는 글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절망감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반민족 행위로 모은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일제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말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친일파 반역자 후손들을 부러워하는 독립지사 후손들의 원성이 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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