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잇따라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커졌다.
1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하는 방안을 두 나라와 최종 조율 중이다. 국빈 방문은 외국 정상 방문 가운데 가장 높은 격의 형식으로, 공식 환영식과 만찬 등 최고 수준의 의전이 제공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 일정이 유력하다. 한미 양국은 29일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같은 날 국빈 만찬을 진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시 주석 역시 30일 한중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을 갖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제사회의 두 강대국 정상이 하루 간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된다.
이번 국빈 방한은 통상 서울에서 진행되던 관례와 달리,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의전 절차는 간소화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의 관심은 이제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당초 APEC 기간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정상회담은 최근 무역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외교당국은 “미중 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방한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조치가 시 주석의 방한 형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현재로선 큰 변수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시 주석 방한에 앞서 조율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다음 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 등 각종 정치 일정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차관급 인사를 대신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왕 부장의 방한 여부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미 필요한 실무 협의가 완료됐다면 굳이 직접 방한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신소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