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 기간에 일부 대형마트가 행사 직전 정상가를 인상한 뒤 ‘할인 판매’ 형식을 취한 정황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할인 사업이 실제로는 할인 효과를 축소하거나 소비자가격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서비스감시과는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이마트와 롯데마트 본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관들은 양사로부터 행사 품목별 가격 운영 내역과 내부 결재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정책이다. 지정된 품목에 대해 1주일간 1인당 1만 원 한도(전통시장 2만 원)에서 최대 20%(전통시장 30%)의 할인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이러한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정상가 부풀리기’로 악용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농식품부 정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가격 부풀리기 행태는 전체 조사 품목의 42%에서 확인됐다. 한 대형마트는 지난해 11~12월 시금치의 정상가를 행사 직전 33.8% 인상한 뒤 할인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실질적인 할인 효과 없이 할인 행사로 포장됐다”고 지적했다.
조경태(국민의힘·부산 사하구을) 의원도 지난 14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예산 2280억 원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이 허술하게 운영됐고,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세금이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가격 조작 행위가 소비자로 하여금 실제보다 큰 할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위반이 확인될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측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