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 일가의 증거인멸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씨 오빠의 장모 및 김건희 씨 모친 사무실에서 발견된 물품과 이후 재압수수색 전 빼돌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에 관한 수사와 함께 증거은닉, 증거인멸, 수사방해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인사청탁 등의 대가로 받은 각종 물품을 일가가 분산해 숨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과 이른바 '나토 목걸이'로 불리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다수의 귀금속을 확보했다.
각각 김상민 전 부장검사(구속기소)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공천·인사 청탁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건넸다고 의심받는 물건이다.
같은 시기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에서도 롤렉스, 까르띠에 시계 등 고가 귀금속을 발견했다.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인사 청탁과 함께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금거북이도 이 요양원 내 금고에서 확보했다.
최 씨 요양원에선 이 전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한 것으로 보이는 당선 축하 편지와 경찰 간부 4명의 이력이 적힌 문건도 발견됐으나 특검팀은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들 물품이 당시 압수수색영장에 포함되지 않아 우선 사진만 찍어두고 복귀한 후 새로운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발부된 영장을 집행하러 최 씨 요양원에 다시 갔을 때는 물품이 없었다고 한다.
수사 경과에 따라 조만간 김진우 씨와 그 장모, 최 씨 등을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 전 위원장이 2023년 경복궁 경회루를 방문했을 때로 추정되는 사진이 최근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수사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금 수사 중인 사안은 '종묘 차담회'로, 경회루 부분은 수사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 전 위원장에 관한 수사에선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여사의 종묘 차담회 의혹 수사팀은 경회루 방문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 않지만, 이 전 위원장의 '매관매직' 의혹 담당 팀에선 수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취지다.
전날 시사인 주진우 편집위원은 김 여사와 이 전 위원장이 경호요원으로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 한옥 건물 안에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서 김 여사는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 허리에 손을 얹은 모습으로 나온다. 그 옆에는 보라색 정장 차림의 이 전 위원장이 서 있었다.
두 인물이 2023 10월께 일반인이 입장할 수 없는 휴궁일에 경회루를 방문한 모습이라는 추정과 함께 김 여사가 국가 유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또 다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특검보 2명 충원 예정…추후에도 인원 늘릴 듯
이날 특검팀은 수사·공소 유지·언론 공보에 힘을 보탤 새 특별검사보 후보를 확정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했다. 김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공소 유지 부담을 고려해 개정된 특검법에 따라 특검보 후보자 4명을 선정했다. 그중 2명의 임명을 금일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검보는 판사, 검사, 변호사로 7년 이상 활동한 인물 가운데 특별검사가 후보를 고른다.
최근 증권·금융 분야 수사통으로 평가받는 기노성 부장검사와 검찰 수사관 4명을 파견받은 특검팀은 특검보 2명이 합류하는 대로 수사·공소유지 등 업무 분장 전반을 새로 짤 계획이다.
파견검사 집단 항의, 양평 공무원 강압 수사 의혹, 김 여사 조사 실황 중계 논란에 이어 최근 수장인 민중기 특검의 주식 내부자 거래 의혹까지 불거진 특검팀은 새 특검보 합류에 따른 수사팀 개편을 분위기 쇄신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후로도 필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인력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특검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대 특검보 2명과 파견 검사 30명, 파견공무원 60명을 증원할 수 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규명되지 않은 의혹이 많은 데다, 공소 유지 비중이 커져 기존의 사건들을 수사해온 인력의 부담이 커진 만큼 연장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