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축제를 이틀 동안 연다고 말하면 주변 반응이 비슷하다. 중, 고등학교도 아니고 초등학교에서 축제 진행이 돼? 하루는 음식 부스와 각종 체험 존, 안 쓰는 물건이나 만든 물건을 파는 장터, 이튿날은 학생들의 공연과 초청 공연이 어우러진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축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피, 땀, 눈물이 말라붙는 시점 즈음에 멋들어진 결과물이 나온다.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하루에 장터와 공연을 몰아서 진행했다. 올해는 욕심을 조금 더 냈다. 하루는 장터, 하루는 공연으로 나누어 이틀 동안 ‘백양놀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백양’이라는 학교 이름에 ‘놀이터의 장(場)’을 더해 만든 이름답게,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어우러진 진짜 축제의 장이었다. 이틀 동안 교육이 살아 숨 쉬는 배움의 시간이자, 학교라는 공동체가 서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첫째 날은 바자회였다. 체육관 필로티와 현관 앞이 순식간에 시장으로 변했다. 학부모 부스에서는 김치전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솜사탕 기계에서는 하얀 구름이 피어올랐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작품,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부스에 줄지어 놓였고,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학생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책임감이 함께 묻어 있었다. 물건을 팔고, 거스름돈을 계산하며,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협력과 책임을 배웠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바자회 수익금의 기부처를 아이들이 직접 정했다는 점이었다. 축제 전에 전교생이 함께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유니세프와 그린피스를 최종 기부처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세계의 여러 문제를 조사하며 지구를 돕는 일, 사람을 돕는 일에 대해 고민했고, 280만 원 수익금 전액을 두 단체에 나누어 기부했다.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 속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한 배움이었다.
둘째 날은 공연의 날이었다. 무대는 완전히 아이들의 차지였다. 노래, 춤, 밴드, 태권도, 피아노 연주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가 이어졌고,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그 어떤 때보다 반짝였다. 누가 잘했느냐보다 누가 용기를 냈느냐가 중요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 그리고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법을 배웠다.
이어진 2부 무대에서는 ‘아인스바움’ 장애·비장애인 합동 공연단이 찾아왔다. 관악기의 선율과 드럼의 리듬이 체육관을 울리자 아이들은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음악을 통해 다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포용과 존중의 의미를 배운 시간이었다.
이틀간의 백양놀장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장터에서는 협력과 경제를, 기부를 통해서는 나눔과 민주주의를, 공연에서는 자신감과 공감을 배웠다. 학부모는 든든한 파트너로 참여했고, 교사는 배움을 설계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학교 전체가 하나의 통합된 교육과정이 되었다.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손으로 만들고, 발로 뛰고, 마음으로 나눌 때 비로소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함께하면 세상이 더 따뜻해진다는 믿음을 얻었고, 학교는 공동체의 힘을 다시금 확인했다. 초등학교에서 이틀 동안 축제를 열면 벌어지는 일.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들이 배우고, 학교는 행복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