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이 막을 내렸다. 이번 APEC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외교는 과정보다 최종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보유 논의를 진전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성과 여부는 추후 판단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역시 양국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어 현재 시점에서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선물 교환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다.
정상 간 선물 교환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외교적 메시지를 담는다. 선물에 담긴 상징성은 양국 관계의 맥락과 의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이 그의 '꿈'을 상징했듯이, 이번에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한 바둑판 역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11년 전 시 주석의 방한 당시 선물한 바둑알에 이은 것으로, 그의 취미를 고려한 맞춤형 선물이자 외교 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할 당시에 양국 정상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샤오미 스마트폰 두 대를 선물했는데, 이는 중국의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통신보안은 잘 됩니까?"라는 농담을 건넸고, 시 주석은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며 웃으며 받아쳤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의 농담이 단순한 유머를 넘어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기기 및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보 유출 우려를 간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실질적 이슈를 위트있게 전달한 발언이었다. 시 주석 역시 이를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외교적 성숙함을 보였다. 이러한 대화는 외교의 본질, 즉, 민감한 사안을 품격 있게 다루는 기술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감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두고 "중국이 문제 삼을 수도 있는 발언을 굳이 했어야 했는가"라며, "괜히 반감을 살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첫째, 외교는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외교가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제기해야 할 문제를 세련된 방식으로 언급한 것은 비판보다 오히려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둘째, 중국에 정당하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괜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통령의 발언을 폄하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색하고 특정 우려를 직접 지적하는 것보다, 유머를 통해 우려를 전달하는 방식이 외교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언은 시의적절했으며, 외교적 센스를 보여준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APEC을 통해 우리가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줬다. 이제 실질적 성과가 무엇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조만간 발표될 한미 팩트 시트가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 결실을 보여 줄 것이므로, 그 내용을 토대로 최종 평가를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