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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는 취하돼도 책임은 남았다”···런베뮤 불매 확산, 기업 윤리 리스크 ‘직격탄’

소비자 불매에 유통업계도 긴장···“올바른 브랜드 선택” 확산

 

유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철회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의 산재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윤리 리스크가 매출 리스크로 직결되는 현실이 뚜렷해졌다.

 

최근 SNS에는 “산재는 취하할 수 있어도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런베뮤 불매를 선언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런베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숨진 사건이 지난 3일 유족의 산재 신청 철회로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전직 직원의 폭로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런베뮤 전 근무자 A씨는 “논란이 터질 줄 알았다”며 “3개월 단위로 쪼개 계약서를 쓰고, 아프거나 실수하면 바로 계약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장 내 CCTV로 직원의 실수를 찾아내고, 단순 실수에도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효율만 강조하는 비인간적 관리 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 SPC그룹 협력사 SPL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진 사건은 기업의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크게 키웠다. 올해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재점화됐다. 불매운동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처럼 반복되는 산재 사고와 기업의 미흡한 대응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브랜드 이미지보다, 기업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브랜드 신뢰의 핵심 가치로 본다.

 

소비자 A씨(25)는 “소비자이자 노동자로서 런베뮤와 같은 기업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것에 죄책감까지 느껴진다”며 “2022년 사고 당시부터 SPC그룹 계열사도 소비하지 않고 있다. 불매는 강요도 의무도 아니지만 이제는 생활화됐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런베뮤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런베뮤 제품을 온라인 단독으로 선보였던 컬리는 “기관과 파트너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로사 의혹 이후 유통업계의 첫 공식 조치로, 소비자 불매 요구가 직접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윤리 리스크’가 더 이상 이미지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재무적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기업들의 매출 감소, 브랜드 가치 하락 사례가 잇따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제품을 사는 동시에 기업의 태도와 철학을 평가한다”며 “노동 인권, 사회적 책임, 상생 등 비재무적 요소가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예쁜 브랜드’가 잘 팔렸다면, 이제는 ‘올바른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런던베이글뮤지엄은 현재 전국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 7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 원 규모로 매각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전방위 근로감독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추진하던 해외 진출 등 성장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윤리 리스크는 단기적인 이미지 훼손을 넘어, 투자와 파트너십, 소비 신뢰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사태는 ‘노동 존중’이 단순한 도덕적 요구가 아닌,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기준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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