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세운상가 재개발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을 불편한 심기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7일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은 종묘를 방문해 "대한민국 문체부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인 종묘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가진 곳으로, 문화강국 자부심의 원천"이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런 관점에 100% 동의한다. 그런데 가평군에 위치한 중종대왕 태봉의 목을 끊고 지나가는 제2경춘국도에 대해서는 이런 관점이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다.
경기도는 중종대왕 태봉과 경북, 충남 등에 있는 다른 조선 국왕 태봉들을 엮어 함께 유네스코 문화 유적 등재를 추진했다. 조선 국왕이 살던 왕궁, 그리고 지금 논쟁 중인 조선 국왕의 사후 유적인 종묘가 이미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여기에 조선 국왕의 태를 묻은 태봉까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조선 국왕의 생전, 재위, 사후를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중종대왕 태봉은 처음 조성된 곳에 복원된 전국 5곳 국왕 태봉 중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곳이다. 그만큼 상징성과 희소가치가 큰 곳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의 논리처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벗어났다며 제2경춘국도 노선이 결정됐고 문화 관련 부서들도 노선을 허용해주었다. 나는 이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국가유산청도 개발 논리에 손을 들어주었다. 태봉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빌려 온 유물인 석함이 있음에도 국립중앙박물관도 무관심했다. 그랬던 부처들이 이번에 세운상가 재개발에는 적극 반대하고 있으니, 서울과 촌을 차별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치를 않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종묘를 찾아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그런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역시 100% 동의하는 말이다. 중종대왕 태봉은 평지돌출형 태봉이다. 주산(主山)에서 내려오던 능선이 푹 꺼졌다가 불뚝 솟아오른 풍수적 경관이 큰 특징인데, 바로 그 푹 꺼진 곳으로 도로를 건설하게 돼 있다. 마치 용이 고개를 쳐드는데 그 목을 자르고 지나가는 격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세운상가를 허물면 종묘 앞에 폭 100m 녹지축이 생깁니다. 종로–청계천–을지로–퇴계로–남산까지 쭉 연결되는 긴 녹지예요. 종묘가 지금보다 더 돋보이죠."라고 했는데, 그 말이 내게는 태봉의 목을 끊고 지나가는 도로를 눈에 거슬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건설 담당자의 말과 묘하게 비슷하게 들렸다. 김민석 총리는 종묘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재개발은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되는 문제”라고 얘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토론 좋다. 다만 그런 토론이 이곳 촌동네에서도 열리길 바란다. 문화국가의 자부심은 서울만의 전유물이 아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