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평가정책 '하이러닝' 홍보영상이 교사를 수동적 존재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도내 교사단체들은 "모욕과 조롱"이라며 즉각적인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치권에서도 규탄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2035 하이러닝'이라는 제목의 홍보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하이러닝은 학생의 서·논술형 답안을 AI가 채점·평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중점 정책이다.
논란은 영상 속 AI와 교사의 역할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방식에서 촉발됐다. 영상에는 윤동주의 '서시'를 주제로 시험을 본 학생들이 서술형 채점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자, 교사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고 AI가 모든 답변을 대신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어 교사가 학생을 격려하자 AI가 "빈말이다. 동공이 흔들리고 음성에 진심이 없다"고 면박을 주고, 교사가 "회의가 있으니 나중에 찾아오라"고 말하자 "거짓말이다. 화장실을 가려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대목도 나온다. AI가 교육 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교사는 주변인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영상 말미에는 'AI는 데이터를 읽고,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읽는다'는 문구가 등장하지만, 정작 영상 전체가 교사를 무능하고 소극적인 존재로 묘사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모멸감과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문학 작품처럼 해석과 토론이 중요한 영역을 AI가 기계적으로 정답화하는 방식도 교육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는 전날 성명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인간성을 폄하했다"며 "분노를 넘어 깊은 모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책임자 징계와 임태희 교육감의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경기교사노조도 "성과에 매몰된 행정이 만들어낸 '교사 무시 홍보물'"이라고 했고, 경기교총 역시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AI 중심 교육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교사를 조롱하는 방식의 홍보는 반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오후에는 국회에서 전교조 경기지부·경기교사노조 등 5개 교사단체와 강경숙·백승아·정을호 국회의원이 이번 사태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논란이 커지자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급히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선생님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단체들은 "사태의 본질을 회피한 사과"라며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육청이 홍보에 치중하며 교사 의견을 배제해온 누적된 문제의식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정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