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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서 ‘금리 역전’ 두 달째…통계 착시가 만든 혼선

저신용 대환·채무조정 건 포함되며 평균 왜곡
고신용자 0.07~0.12%p↑·저신용자 최대 3.26%p↓

 

4대 시중은행에서 두 달 연속 고신용자 금리는 오르고 저신용자 금리는 떨어지는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구간에서는 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에서 “금리 체계가 뒤집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은행들은 “통계상 착시일 뿐”이라며 확산되는 오해를 경계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9~10월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에 따르면 신용점수 951~1000점 최고신용자 금리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모두에서 일제히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3.89%에서 3.96%, 신한은행은 4.11%에서 4.23%, 우리은행은 4.09%에서 4.16%, 하나은행은 4.07%에서 4.16%로 각각 올랐다. 반면 600점 이하 최저신용자 금리는 국민은행 8.53%→5.27%, 신한은행 7.49%→5.48%, 하나은행 7.02%→6.45% 등 큰 폭으로 낮아졌다.

 

일부 상품에서는 실제 역전 사례도 나타났다.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는 고신용자 금리가 4.14%인데 저신용자 금리는 3.67%로 더 낮게 잡혔다. 국민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도 고신용자 4.10%, 최저신용자 4.09%로 근소한 역전이 발생했다. 하나은행 역시 저신용 구간 금리가 더 낮게 나타난 구간이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해당 수치를 ‘신규대출 평균’으로 받아들이면 큰 오해라고 강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계에 포함된 금리 상당수는 장기간 보유 대출의 재약정이나 저신용 대환·채무조정 등 일반적인 신규취급이 아닌 특수거래”라며 “이를 신규대출 금리로 이해하면 왜곡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고신용자 금리 산정 모델은 변한 적이 없다”며 “9~10월 저신용자 금리는 신규 취급이 아닌 장기 보유 대출의 재약정 건 등으로 모수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600점 이하 구간이 2%대 금리로 잡힌 적이 있었지만 당시 건수는 ‘1건’뿐이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00점 이하 차주는 원칙적으로 신규 대출 자체가 불가능한 등급”이라며 “저신용자에게 신규대출 금리가 낮게 제공된다는 식의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나타난 금리 역전 역시 착시라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600점 이하 취약·연체 차주는 주택 프리워크아웃 대환 대상자로 금리 자체가 채무조정 목적에 맞춰 낮아진다”며 “이 금리를 고신용자의 신규취급 금리와 단순 비교하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 확대 기조로 정책성 대출·채무조정 비중이 늘면서 저신용자 구간 금리가 ‘통계상’ 낮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반면 고신용자 금리는 시장금리 반영 속도가 빨라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는 시점에서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책성 대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평균값만 보면 왜곡은 불가피하다”며 “일부 구간의 역전만으로 금리 체계가 무너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계 해석의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모수가 적은 구간에서 평균값 변동폭이 커지기 쉽고, 성격이 다른 대출상품이 한데 묶여 계산되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는 “저신용자 금리가 더 낮다”는 단순 비교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통계 공개 방식과 해석 기준을 더 투명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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