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뚜렷하게 오르고 있음에도 은행권의 기업대출 금리만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대출 구조의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영향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건전성 우려가 커지며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중기대출 평균 금리는 3분기 말 3.90%로, 1년 전(4.88%) 대비 0.98%포인트(p) 내려갔다. 같은 기간 10년물 국채 금리는 2.58%에서 3.4%대로 오르는 등 시장금리는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기업대출 금리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정책 방향성에 따른 은행권의 여신 전략이 시장금리 연동보다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수익성 지표도 압박을 확인할 수 있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대비 예대금리차는 2분기 1.53%p에서 3분기 1.38%p로 축소됐고, 순이자마진(NIM) 역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예금 금리는 경쟁적으로 오르고 대출 금리는 떨어지면서 은행의 이자 수익 기반이 약화되는 구조다.
기업대출 증가 흐름은 최근 수개월간 두드러졌다. 중기대출은 8월 3조 2763억 원, 9월 2조 1254억 원, 10월 4조 7494억 원씩 증가하며 ‘정책 신호’에 따라 자금 공급이 집중됐다. 다만 지난달 증가폭은 1조 4909억 원으로 크게 줄며 연말 건전성 관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첫 영업일에는 중기대출만 하루 7000억 원 증가하는 등 예외적 움직임도 있었으나 전체 흐름은 증가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SOHO(자영업자) 대출은 신용위험 부담이 커 지속적으로 제한적이다. 지난달 SOHO대출 증가액은 780억 원에 불과해, 같은 달 전체 기업대출 증가 규모(3조 1587억 원)와 큰 격차를 보였다. 경기 둔화와 매출 부진으로 연체 위험이 높아진 데다, 자영업자군에 대한 은행의 엄격한 심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0.61%)보다 높고, 부실채권비율(NPL) 역시 0.61%까지 상승했다. 기업대출 중심의 확대가 지속될 경우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대출 금리가 시장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을 단순한 금리 역행이 아니라 “대출 구조 전반에 나타난 불균형의 신호”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는 정책 의도를 반영한 흐름이지만, 시장 흐름과 괴리된 금리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특정 부문으로의 대출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균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