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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성시 예산 파행, "정치만 있고 책임은 사라졌다"

 

안성시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이제 정책 논쟁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의 충돌이고, 시민을 볼모로 한 정치적 힘겨루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수정안 하나 없이 예산을 멈춰 세웠다”고 몰아붙이고, 국민의힘은 “졸속 예산을 통과시키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맞받는다. 서로의 말은 거칠어졌고, 입장문은 점점 길어졌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예산은 멈췄고, 시민은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예산 심의는 조정과 협의의 과정이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끝까지 테이블에 앉아 수정안을 내고 계수조정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내지 않은 채 ‘보류’라는 결론부터 선택했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회는 심의기관이지, 정지 버튼을 누르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 역시 허공에 대고 외친 억지는 아니다. 보훈·SOC·안전 예산까지 기준 없이 삭감됐다는 의혹, 예산부서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 채 개별 부서에 “의원들에게 증액을 요청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정황은, 사실이라면 심각한 행정 실패다. 준비되지 않은 예산을 ‘일단 통과시키자’는 태도가 있었다면, 그것 또한 시민에 대한 책임 방기다.

 

결국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하다. 집행부는 설득하지 못했고, 의회는 끝까지 풀어내지 못했다.

예산부서는 어디 있었는가. 왜 이런 예산이 나왔는지, 어떤 기준으로 깎았는지, 왜 스스로 설명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그 공백 위에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책임을 던지고 있다. 행정의 실패를 정치가 덮고, 정치의 무능을 행정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문제는 이 싸움의 끝에 시민이 없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시민을 위한 예산”을 말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준예산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예산이 멈추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예산은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다. 누가 더 강한 표현을 썼는지, 누가 더 그럴듯한 입장문을 냈는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책임졌는지가 남는다. 수정안 없는 보류도, 문제를 알면서도 결단하지 못한 침묵도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 안성시의회가 받고 있는 질문은 단순하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인가.” 말싸움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예산을 정상화하지 못한 의회, 설득하지 못한 집행부, 그리고 이를 방치한 정치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게 된다. 이번 예산 파행이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안성시 행정과 의회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산은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정치적 명분도 시민 앞에서는 변명이 될 뿐이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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