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단 20만 명에게만 허락된 신들의 세계.
전 세대가 사랑하는 인생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연일 뜨거운 호응 속에 국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연출가 존 케어드와 11인조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합류해 입체적인 무대를 완성하며 다시 한번 연극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 '치히로'의 시점에서 시작돼 우연히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 벌어지는 신비롭고 압도적인 여정을 그린다.
명랑하고 씩씩한 소녀 '치히로' 역에는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카와에리 리나가 캐스팅 돼 섬세하고 세밀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치히로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비밀을 품은 소년 '하쿠' 역에는 다이고 코타로, 마시코 아츠키, 아쿠츠 니치카가 합류해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가오나시' 역에는 나카가와 사토시와 사와무라 료가 출연하고, 히나미 후우하나 유우키는 '린'과 '치히로의 엄마'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한다.
'가마할아범' 역에는 하시모토 사토시와 미야자키 토무가, '유바바·제니바' 역에는 나츠키 마리, 하노 아키, 타카하시 히토미가 캐스팅돼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나츠키 마리는 원작 영화의 성우로도 잘 알려져 있어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신비로운 풀숲을 연상시키는 무대 인테리어와 대형 스크린 중앙에 뚫린 문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히사이시 조의 원곡을 바탕으로 편곡된 익숙한 OST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흐르며 극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추억과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음악은 장면 전환과 감정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영화의 컷 편집이 아닌 연극 특유의 부드러운 호흡을 극대화한다.
무대에는 360도 회전하는 대형 장치가 설치돼 공연 내내 다채롭게 활용된다.
노(爐) 양식을 차용한 처마, 계단, 장지, 회전단 등이 움직이며 가마할아범의 보일러실과 유바바의 사무실, 보우의 방, 온천 내부 등 다양한 공간이 구현된다.
무대는 열리고, 올라가고, 회전하고, 미끄러지듯 확장되며 층위를 쌓는다. 위계가 분명한 유바바의 온천장은 수직적 무대 구조로 표현돼 치히로의 내면적 상승 서사를 시각화한다.
공간이 바뀔 때마다 급변하는 조명과 깊어지는 음향, 확장되는 무대 깊이는 차원이 이동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붉은 조명은 욕망과 탐욕의 공간을, 푸른 조명은 고독과 전환의 순간을 표현한다. 신들의 온천답게 금빛 조명은 신성과 깨달음의 장면을 연출하며 입체적인 무대를 완성한다.
특히 원작에서 분노하는 유바바의 모습이 거대한 조각 인형탈이 모여 하나의 형상으로 완성되는 장면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직원들을 집어삼키며 몸집이 거대해지는 가오나시는 크기별 가면을 활용해 표현되며 변신하는 유바바와 용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하쿠 역시 원작과 흡사한 퍼펫 디자인으로 구현된다.
퍼펫은 영화 속 생명체들을 무대용으로 설계해 다수의 조종수가 함께 움직이는 방식으로,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돌머리 삼총사와 먼지들, 촐싹 개구리 등 구현이 어려운 캐릭터들은 살색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직접 들고 등장해 시각적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더해지는 효과음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자막은 무대 전면 상단과 발코니 양쪽, 무대 양 끝, OP 1열 앞 등 여러 곳에 배치돼 관람 편의성도 높인다.
이처럼 화려하고 압도적인 서사로 펼쳐진 신들의 세계는 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며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 막을 내린다.
원작을 뛰어넘는 무대,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오는 3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