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르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시각, 김혜중 한국전통문화원 더 갤러리 관장은 분주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16일 따스한 낮, 청담동에 위치한 작업실 겸 전시장에서 만난 김 관장은 전시 준비로 한창이었다.
그는 한국 전통미술인 민화와 생활도자 분야에서 활동해 온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로, 케데헌 속 호랑이 '더피'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케데헌의 흥행으로 민화가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김 관장은 "지금은 알리는 단계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민화는 궁중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확장된 생활 미술"이라며 "과거 화공들이 궁중 그림뿐 아니라 단오 그림과 같은 민간의 삶과 밀접한 그림까지 그리며 이어온 역사 자체가 민화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이 민화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 계기는 1997년 뉴욕 맨해튼 초대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민화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전시 이후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당시 현지 언론과 관람객들이 '마음이 움직이는 그림', '어머니 품 같다'는 표현을 썼다"며 "우리 문화가 타인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해외 전시와 교육을 병행하며 민화의 외연을 넓혀온 그는 이제 방향을 '인재 양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김 관장은 "민화의 인기는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진짜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작품을 생산하고 계승할 사람을 키우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 역시 단순한 작품 발표를 넘어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호랑이, 십장생도, 오봉산일월도, 문자도 등 전통 소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도자와의 결합을 통해 생활문화로 확장된 형태를 띤다.
그는 "도는 도자의 중심지인 만큼 이천·광주·여주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며 “도자 위에 다양한 색과 문양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일부 지역에서 시도가 있었지만 음악이나 연출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며 "전통미술, 음악, 공간이 함께 어우러질 때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연구원이 위치한 청담동과 같은 접근성이 높은 공간에서의 전시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관장의 작업에는 국악과의 접점도 깊게 자리한다.
국악인이었던 남편의 활동을 지켜보며 전통예술의 기반을 체감했고, 열악했던 국악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의상과 병풍 등을 직접 제작했던 경험이 민화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국악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흐름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민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화의 본질적 매력에 대해서는 '이야기'와 '정서'를 핵심으로 꼽았다.
김 관장은 "민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며 "기본적으로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 부정적인 서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앞둔 이에게 화조도를 선물하는 것처럼 좋은 기운을 전하는 것이 민화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민화가 지닌 정서적 힘에 주목했다.
"한국인의 정과 한이 동시에 담겨 있어 우울함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며 "결국에는 행복으로 향하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케데헌 속 '더피'의 흥행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한계를 짚었다.
김 관장은 "전통을 깊이 알지 못한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민화에는 호랑이뿐 아니라 연화도, 기록화, 다양한 꽃 그림 등 훨씬 폭넓은 세계가 있는데, 이러한 장르가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역시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십장생도와 오봉산일월도, 까치와 호랑이 같은 전통적 상징에 더해 모란을 적극 활용한다.
그는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으로, 그릇이나 생활도자에 적용했을 때 의미와 미감이 동시에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도 구체적이다.
김 관장은 올해부터 매달 전시를 이어가며 내년으로 예정된 해외 초대전 3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민화 교육 기반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박물관 형태의 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제자들이 민화를 배우고 행복하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남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일수록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며 "젊은 세대가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는 문화가 나가야 한다"는 김구 선생의 말을 되새기며, 오늘도 후손에게 전해질 문화적 자산을 쌓고 선조들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다.
김 관장은 “후손들에게 전해질 힘을 남기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역할”이라며 “그 기반을 만드는 데 계속해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민화와 전통 문화가 해외를 넘어 국내에서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세대와 장르를 잇는 살아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을 때까지 김 관장의 붓질은 멈추지 않는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