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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구순의 나이에도 멈추지 않는 '톱질'…호암미술관,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여정 담은 대규모 회고전
6월 28일까지 자연친화적면서도 이국적인 예술세계

 

예술은 결국 원초적인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본질에서 출발한 색다른 시선은 현대성과 원시성이 공존하는 세계로 도착한다. 

 

호암미술관은 관람객들을 이러한 평면과 조각의 흐름으로 초대하는 김윤신의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구순의 나이에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김윤신의 70여 년의 여정과 시간을 조명하며, 그의 인생을 함께 걷는 작품 170점을 공개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나무'를 재료로 집요하게 탐색해온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은 모더니즘 속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모색하던 시기, 수직 형태의 추상조각으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을 몸소 경험하며 격동의 시대를 보내온 삶의 궤적 위에서 자연과 예술, 작가 자신을 하나로 응집해온 그는 한국 현대조각의 지형을 새롭게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김윤신의 작업 이념을 바탕으로 작가와 재료가 하나가 돼(合) 작품이라는 또 다른 하나가 탄생(分)한다를 의미를 담고 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1970년대 중후반의 '기원쌓기' 조각 시리즈와 '합이합일 분이분일' 시리즈가 맞이한다.

 

평면과 조각이 한데 어우러진 구성은 전시장을 하나의 조형 세계로 완성하며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아둔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 놓인 8개의 나무 기둥은 각기 다른 기울기와 각도, 두께를 이루며 기하학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형상을 이룬다.

 

그 옆으로는 1960년대 파리 유학 시절의 석판화와 드로잉, 1970년대의 캔버스 작품이 함께 전시되며 일관되게 조형적인 구조와 역동성에 주목한 김윤신의 시선을 공유한다.

 

 

이어 걷다보면 타원형의 공간 위에 놓인 T자 형태의 나무 조각이 시선을 붙든다. 

 

욱중한 나무에 전기톱을 사용해 조각한 이 작품은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조각된 나뭇잎 형상이 드러나며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2층 전시실로 이동하면 김윤신 세계관 속 또 다른 기둥으로 볼 수 있는 돌조각과 함께 2000년대 이후 변화를 맞이한 나무조각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각기 다른 고유한 결과 질감, 색 등 12개의 돌들이 교차로 배치되며 시각적인 확장과 순차적인 높이감을 더한다.

 

 

왼쪽에 위치한 공간으로 들어서면 나무 본연의 색에 집중했던 1층과 달리 형형색색의 화려한 패턴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특히 아르헨티나 원주민 마푸체(Mapuche) 부족의 색채와 문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자연과 문화를 흡수해 더욱 풍부하게 확장됐다.

 

이어 오른쪽 공간에는 화려한 색감의 대형 캔버스 3개가 결합된 '내 영혼의 노래' 시리즈가 벽면 한쪽에 놓여 있다.

 

나뭇잎과 나무의 결을 표현한 듯한 드로잉은 그 앞으로 이어진 나무 조각들과 어우러져 강렬한 에너지와 삶의 환희를 드러낸다.

 

 

일렬로 놓여진 나무 조각들은 앞선 공간들의 작품들보다 문양과 색감이 화려하고 다양해지며 마치 나무들이 하나의 파티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적 감성과 동양적 사유가 결합된 순수 추상 작품들은 남미의 자연과 문화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2층 전시장 외부로 나오면 최근작인 '노래하는 나무 2013-16V1'(2025)가 설치돼 있다.

 

전시장 내부의 2013년 작 나무조각을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뒤 아크릴 채색을 더한 이 작품은 '회화-조각'이라 명명하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유연하게 확장한다.

 

 

김윤신의 현재진행형 작업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밝은 색감과 나무의 결을 강조한 드로잉이 어우러져 있다. 

 

뾰족하게 솟은 나뭇잎의 표현과 햇볕이 잘 드는 라운지에 놓인 이 작품은, 제목처럼 노래하는 나무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현대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이고,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지역과 문화의 경계 위 서있는 김윤신의 작업은 6월 28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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