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전원주택단지에 몇 년간 산 적이 있다. 단지 안에는 아주 작은 가게가 하나 있을 뿐, 식당이나 마켓이나 문화시설을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했지만 주변이 모두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공원마다 운동기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끊임없이 내 공간을 침입하는 벌레들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벌레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특히 집을 비운 사이에 내 영역을 활보하거나 점유하고 있었던 벌레들이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도망가거나 딱 버티고 있을 때에는 머릿속이 뒤엉키고 몸이 얼어붙는다. 그때에는 휴지로 벌레를 눌러 잡는 사람, 책이나 그릇 같은 것으로 살짝 눌러 놓는 사람, 그냥 못 본 체 뒷걸음질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간 벌레는 내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 안보이는 곳으로 줄행랑을 친다. 몸을 숨긴 후 어디로 매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나는 소파에 앉는 것을 두려워한다. 벌레들의 전략은 일단 삼십육계, 그들은 진정성 없이 물러서서 일단 나를 안심시킨다. 저리 작은 체구로 지능적인 술수도 없이
아직은 오리지널 그림을 사기 힘든 우리 나라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 가정과 신흥 선진국인 우리나라 가정을 방문하여 보면 다른 점이 많다. 생활방식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그건 당연한 결과이다 . 그러나 필자가 주목한 차이점 한 가지는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의 대부분 가정에는 벽에 원화 그림이 걸려 있고 우리나라의 가정에는 대부분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한국 가정이나 사무실 인테리어 항목에는 예술작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대개 그림 구매는 투자 목적이거나 부유층의 사치 정도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아픈 이에게 위로를 주는 그림 치료’라는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림은 사람을 위로해 주고 개인의 기호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을 구입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나 선택면에서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한번 구입해 본 사람은 그림이 주는 힘에 대하여 경험하게 되고, 조금씩 소장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몇 년 전 그리스의 아트페어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그리스는 국가 부도의 위기와 구제금융을받고 있던 때였다. 곧 망할 것 같은 나라의 국민들이 아트페어에
2년전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분류하여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많이도 버렸다. 그런데도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몇 박스가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이후 그곳에서 살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친구가 임대한 비닐하우스에 임시보관하였던 짐은 예상외로 오래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사람이 계획을 하여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아서 곧 가져와야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그러다 몇 주 전 비닐하우스의 주인이 그 땅을 매매하게 되어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동안 강렬한 햇빛과 비와 바람에 견디지 못한 짐들은 상하여 엉망이 되었다. 친구는 그 짐들을 모두 정리해주었는데 건진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짐들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삶을 정리하며 살아왔는지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순간 나는 나 대신 짐을 정리해주는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빈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늘려간다.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호안 미로는 초현실주의 작가 중에서도 표현에 있어 과감한 함축과 보이지 않는 잠재된 것들에 대한 상징화, 화려하고 율동적인 색채와 어린아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쉬운 터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호안 미로의 작품은 유화, 꼴라주, 도예, 조각에서 판화까지 표현기법이나 내용까지 20세기의 미술사라고 불리울만큼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화가이다. 오늘은 그의 작품 중에서 말년에 심취했던 판화를 감상해 보자. [앨범 연작] 그의 흑백판화 앨범 시리즈들이다. 이 판화들은 석판화로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상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오묘하다. 외계인을 보는 듯도 하고, 동그라미, 세모, 선과 별 등의 오브젝트들이 교묘히 겹치며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 특히 미로의 작품 대상으로 많이 사용된 것은 여자인데, 앨범13과 같은 형상은 여자의 형상을 간결히 표현한 것이다. 미로가 독자적으로 창안해낸 상형문자와 상징들이 화폭에 옮겨짐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의 미술이 열렸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같은 판을 이용하여 만든 다른 작품들] 이 작품은 앨범 시리즈 중에서 같은 판을 이용해 다른 작품을 만든 예이다. 미로는 여러 개의
장마철이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높은 기온와 습도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요즘.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시원하게 힐링할 수 있는 바다 그림과 통쾌한 바다낚시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Susi Galloway 스위스에서 태어나 자란 Galloway(갤로웨이)는 15세부터 문양 아트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슈미트 가문을 비롯한 여러 귀족 가문과 기업, 협회, 교회의 문장을 디자인했다. 당시 초현실주의자였던 스승에게 영감을 받아 문양 디자인에서 Fine Art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녀의 작품에는 고대 미술의 마음을 홀리는 듯한 매력과 일루전, 활기찬 컬러와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유니크한 관점 등이 잘 나타나있다. 수많은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현재는 미국 아이다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꽃, 판타지 세상, 랜드마크, 트로피컬 풍광 등 다양한 소재를 보여주고 있는데 날씨도 덥고 하니 오늘은 갤러웨이의 시원한 바다 풍경을 감상해보자. 바다 이야기 바다에 갈 때마다 바다는 신이 인간에게 준 길고 깊은 호흡이며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답답하고 어지러운 생각들과 고민이 쌓였을 때 출렁거리는 바
마리 로랑생은… 마리 로랑생(1883~1956)은 프랑스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일생을 파란만장하게 살다가 세기의 로맨티시스트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여류 화가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화가였지만, 2017년 한가람미술관에서 성공적인 전시를 한 후 한국인에게도 사랑받는 화가가 됐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라 불린 때, 파리에서 활동을 시작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녀는 ‘세탁선’이라는 곳에서 피카소의 소개로 연인 아폴리네르를 만나게 된다. 아폴리네르와 결별 후 그녀는 독일인과 결혼했지만, 곧바로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이 적국이 되자, 독일에도 프랑스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스페인으로 망명을 간다. 남편과의 5년 결혼생활을 청산한 그녀는 프랑스로 돌아와 그 후부터 죽을 때까지 파리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펼친다. 마리 로랑생은 초기에는 피카소의 영향을 받아 여류 화가로서는 드물게 입체파 화풍을 보여주었지만 그 경향에 오래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부드러운 터치와 은은한 색상의 화풍으로 옮겨갔다. 나는 회색과 분홍색 같은 파스텔톤의 마리 로랑생의 코코 샤넬의 초상화를 본 즉시
혼자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함께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혼자 샤워를 할 때마다 등 한가운데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비누칠을 하려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꺾는 순간, 등이 간지러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각한다. 아, 혼자는 불편하구나.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가 되었다 치자. 이젠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싱글들이 커플이 되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해왔던 일들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등 한가운데 뿐 아니라 온몸을 상대에게 맡기며 그걸 믿음이라고, 사랑이라고 오해한다는 거다. 등 한가운데만 해결해주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은 모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기대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므로, 나에게 똑같이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래서 지금까지 스스로 해오던 삶을 상대에게 내던지지 말고 그저 꾸준히 등 한가운데를 제외한 자신 전체를 스스로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때 상대방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3명을 꼽으라 하면, 고흐와 모네, 이 두 명은 반드시 포함된다. 나머지 한 명은 대답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마네, 밀레, 르누아르, 클림트, 샤갈, 피카소 중 한 명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 대부분이 인상주의에 포진해 있다. 그 이유는 인상파의 그림이 빛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밝고 화사하면서도 부드럽고 환상적인 컬러를 보여주며,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풍경 그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인상파의 문을 연 사람이 바로 클로드 모네이다. 1일 1작을 했다고 하는 모네의 그림은 셀 수 없이 많고, 그 작품들은 세계 여러 곳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 그 그림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수많은 그의 작품 중 딱 두 점을 고르라면 '인상, 일출'과 '수련 연작'이다. 많은 사이트에 모네의 생애에 대한 정보가 많으므로 이 칼럼에서 그것은 생략하고 모네의 두 작품에 대해 초점을 맞춰 보려 한다. 인상주의의 문을 연 모네의 '인상, 일출' 그의 작품 '인상, 일출'에서 ‘인상주의’라는 말이 탄생했다. 그는 ‘색은 빛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가는 마음의 눈으로 대상 인물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음이야말로 인물을 바라보는 진정한 렌즈이기 때문이다. -유섭 카쉬- 인물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 1902년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태어나 2002년 사망한 카쉬는 터키인의 박해를 피해 시리아로 거처를 옮겼다. 16세 때 캐나다에서 사진관을 경영하는 숙부를 찾아가 1933년부터 사진관을 경영하면서 총독 부처(夫妻)를 비롯해 고관과 그들의 가족을 찍기 시작했다. 1941년 기념비적 인물인 윈스턴 처칠의 사진을 찍은 것이 LIFE지 표지를 장식하면서 유명해졌다. 그의 사진을 보니 첫인상이 해맑다. 사람의 모습 속에서 그 1초도 안되는 순간을 찾아 대상 인물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려면 감각, 재능, 기법..... 등 수없이 나열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 작가 자신 속에 순수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카쉬가 찍은 명사들의 포트레이트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것은 당연히 인물사진이다.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흑백의 강한 컨트라스트와 마치 직접 인물을 대면하여 보는 듯한 섬세한 감정이 드러난다. 또한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가슴속에 묻어두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계절별로 옷을 가지고 있다. 드레스룸이 아주 큰 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옷들을 매일 사용하는 옷장 속에 모두 걸어놓을 수 없어서 계절에 맞는 옷 이외에는 상자나 드레스룸의 자주 사용하지 않는 구석에 보관한다. 나 또한 그래서 철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옷장을 열어보면 그 주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옷을 정리해 놓은 스타일이나 옷의 형태, 컬러, 브랜드, 수량 등등 옷장에는 옷의 주인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올해는 여름이 너무 일찍 와버려서 겨울과 이른 봄 옷들을 모두 꺼내고 일찍이 여름 옷들을 옷장 메인 옷걸이에 걸었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을 하기 위하여 옷장 문을 열고 무엇을 입을까 고르는 일상적인 행동을 하다가 문득 옷장에 걸린 옷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하루 동안의 나의 삶을 감싸고 기쁜 일, 슬픈 일, 모든 일상을 함께 한 옷들이 다시 옷걸이에 걸려 등과 배를 맞대고 차분히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애처럽기도 하고 기특하게도 느껴진다. 하루를 열심히 달리고나서 깨끗이 세탁되어 다시 내일을 위해 빈 마음을 다독이는 것만 같다 생각하니 옷 한 벌도 거룩하게 여겨진다. 새 날이 밝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