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질환이 숨어 있다. 겉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임신 20주 이후에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임신중독증’이다. 임신중독증은 고혈압과 단백뇨를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 임신 합병증이다. 전체 임신부의 약 4~8%에서 나타나며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두통, 시야장애, 복통, 부종,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간·신장·심장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주고 심한 경우 뇌신경 손상이나 산모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아에게는 자궁 내 성장 지연, 양수 감소, 태반 조기 박리, 심지어 자궁 내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진단은 혈압 측정과 단백뇨 확인이 기본이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경우 임신성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고 단백뇨가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단백뇨가 없는 경우에도 중증 임신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혈액·소변 검사를 통한 간·신장 기능, 혈소판 수치 확인이 중요하다. 질환이 심해질 경우 입원 치료나 응급분만이 불
◇밤이 고요한 것은 / 홍명진 / 걷는사람/ 312쪽 / 1만 6000원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지 않고/ 죽을 만큼 빈곤한 삶을 살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모연은 다만, 모든 날이/ 고요하길 바랄 뿐이었다. (본문 中) 홍명진 작가의 소설집 '밤이 고요한 것은'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은 익숙한 서사 대신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에 집중한다. 작가는 이질적이거나 주변부에 놓인 존재들을 향해 다가가고 그들이 머무는 공간 속에 자신을 조용히 놓으며 문학적 태도를 구축한다. 표제작 '밤이 고요한 것은'은 돌발성 난청을 겪는 화자가 이웃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의 균열과 침묵의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공공도서관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불안정한 삶 속에서 감각의 단절을 견디며 위층에 살던 분홍 여사의 부재를 인지하면서 세상의 고요 속에 감춰진 불안을 감각한다. 작품은 고요가 단순히 소리가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수많은 신호가 겹친 밀도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이러한 태도는 소설집 전체를 관통한다. "답례 없는 순수 증여"로 존재를 드러내는 인물들 삶의 가장자리에 머물며 끝내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는
모래알처럼 흩어지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기억' 그 고요한 흔적이 화면 위에 차곡차곡 쌓인다. 김성엽 작가의 개인전 'Sand Garden'은 부서지고 무너져도 다시 쌓이고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붓 끝으로 한 점 한 점 찍어낸 모래 알갱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존재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부서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감정과 기억의 표면을 되살린다. 할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오래된 계절의 기억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그의 모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감각이다. 김성엽은 작업실에서 모래성을 쌓고 그 흐름과 변화를 오랜 시간 관찰한다. 무너짐과 축적을 거듭하며 남겨진 시간은 모래섬이 되고 항아리의 형상으로 이어진다. 항아리는 점묘의 반복 속에서 인내와 성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동시에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담아내며 무너짐을 내포한 채 넓은 마음을 지향하는 조형으로 자리 잡는다. 한 점 한 점은 기도처럼 반복되고, 시간의 침전 위에 감정을 새기며 다시 순환한다. 김성엽의 점은 시간이고 기억이며 감정의 단면이다. 흘러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모래처럼 그의 작업은 삶의 유연한 본질을 조용히 응시한다. 작품 속
경기문화재단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도민과 함께 광복의 정신을 문화로 기억하고 미래 희망을 예술로 잇는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전시, 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세대별 맞춤형 현장형 콘텐츠로 구성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광복과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공감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재단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청 등에서 전시와 공연, 교육,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자유, 민주주의, 인권, 평화라는 광복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미래 세대에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광복80-합合’ 시리즈 두 번째 특별전 '운형: 남북통일의 길'이 8월 1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열린다. 몽양 여운형의 삶과 사상을 영상과 사진, 짧은 글로 소개하고 연극·뮤지컬, 교육 프로그램, 영화 상영, 도올 김용옥 특강 등 연계행사도 진행한다. 실학박물관은 9월 20~21일 다산정원에서 광복 80주년 특별행사 ‘광복열전’을 개최한다. 창작판소리 ‘안중근’, ‘백범 김구’ 공연과 ‘광복 우드 마그넷’ 제작 체험을 통해 참가자들이 광복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전곡선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이 9월 10일까지 ‘2025년 수요클럽’ 강좌를 총 5회에 걸쳐 무료로 진행한다. ‘수요클럽’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대중 학술 강좌로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2021년부터 매년 같은 이름으로 무료 현대미술 강좌를 운영해 왔으며 동시대 미술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를 선정해 전문가를 초빙함으로써 강연의 질을 높여왔다. 올해 강좌는 ▲‘미술관이라는 다면체’(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 ▲‘한국 동시대 미술의 시원과 미술 생태계의 변화’(기혜경, 홍익대) ▲‘현대미술의 흐름’(장선희, 홍익대) ▲‘영상미디어작품의 문화사회적 시간성’(이민아, 서서울미술관) ▲‘보이지 않는 대상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느린 재난에 감응하는 점선 연결하기’(김신재, 독립 큐레이터) 등 5개 주제로 구성된다. 강좌 일정과 세부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경기도민 누구나 참여해 동시대 미술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수요클럽’과 더불어 경기도미술관의 강좌 및 학술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정면을 응시하는 단정한 얼굴, 잘린 단발머리와 맨발, 옆의 빈 의자와 어깨 위의 작은 새, 발치의 나비. 차가운 청동에 새겨진 이 모든 상징이 전쟁과 억압, 부재와 그리움, 자유와 평화를 전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경기도 곳곳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기억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기림의 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국가기념일로 매년 8월 14일 열린다.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한국인 피해자 최초로 공개 증언을 하며 일본군 만행을 세상에 알렸다. “내가 살아 있는 증거”라는 김 할머니의 외침은 전 세계에 울림을 주었고 이후 증언과 인권운동이 본격 확산됐다.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로는 전국에서 추모식,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억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도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서 기념식을 열고 AI 기술로 구현한 고(故) 김순덕 할머니의 ‘디지털 휴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할머님들의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이뤄드리면 좋을까요?”라고 묻자 고(故) 김순덕 할머니의 디지털휴먼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향에 묻히고 싶지만 내가 죽기 전에
경기아트센터가 예술에 대한 도민들의 이해와 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2025년 하반기 예술아카데미 수강생을 모집한다. 예술아카데미는 ‘예술인문강좌’와 ‘예술실기강좌’로 나뉘어 운영된다. 고전 문화예술의 이론과 체험 중심의 실기 수업을 아우르며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균형 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인문강좌는 ‘오페라 문화산책’과 ‘클래식 음악, 세계 최고를 찾아서’로 구성된다. 장일범 음악평론가가 강사로 참여해 베르디·모차르트·푸치니 등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오페라를 친근하고 깊이 있게 소개한다. 이어 11월 개강하는 ‘클래식 음악, 세계 최고를 찾아서’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말러 페스티벌, 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무대까지 아우르며 음악 감상력과 공연 선택의 안목을 넓힌다. 예술실기강좌는 미술, 무용, 가곡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며 입문자부터 경력자까지 참여할 수 있다. 발레는 입문반과 초급반으로 세분화해 성취감을 높이고, 한국무용은 바른 자세와 균형 감각을 기르는 입문반과 살풀이춤 수업을 통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 예술을 체험한다. 어린이 전용 강좌로는 연극교실이 마련된다. 방정환 선생의 희곡 ‘토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025 기회소득 예술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한 전시 ‘본업’이 두 번째 막을 올린다. 두 번째 전시 ‘가변하는 공간들’은 8월 13일부터 9월 17일까지 수원 고색뉴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인본주의 지리학자 이 푸 투안(Yi-Fu Tuan)의 “별 특징 없던 공간에 가치가 부여되면 장소가 된다”는 메시지에서 출발했다. 이에 과거 폐수처리장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고색뉴지엄의 장소적 특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장소의 상대적 개념’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한다. 전시에는 경기도 예술인 23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뉴미디어 등 현대미술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과 장소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일차적 장소’는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장소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2부 ‘조립된 장소’는 물리적 실체를 넘어,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장소를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부 ‘상대적 장소’는 공간과 장소가 서로의 전제가 되며 변화를 이끄는 가변적 성질을 탐구한다. ‘본업’은 예술을 생업으로 삼아온 예술인들
한국도자재단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가 오는 24일까지 여주 도자나날센터에서 2025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사업 성과 연계 전시 '사물의 기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가 추진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발굴·육성된 공예가들의 디지털 기반 창작 성과를 집약해 선보이는 자리다. 아울러 ‘교육-창작-전시-성과 확산’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고 공예 생태계의 자생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에는 ▲공예 동호회 참여 작가 김경호, 김혜원, 이장욱, 유영진, 황지하 ▲디지털 공예교육 참여 작가 이덕환, 최재혁, 최지희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전문 오퍼레이터 고재욱(디지털), 손경서(목공) 등 총 10명이 참여했다. 센터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공예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AI 기반 디지털 프린팅 ▲3D프린터를 활용한 도자 슬립캐스팅 ▲라이노 프로그램을 활용한 맞춤형 기물 제작 등 실습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전문 기술자와의 협업을 통해 작가들이 창작 주제와 방향성에 맞는 독창적인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참여 작가들은 AI 모델링, 3D프린팅, CNC(컴퓨터 수치 제어) 가공 등 디지털 기
좁은 골목길, 회색빛 아파트, 일주일에 한 번씩 높아졌다 사라지는 재활용 수거장의 풍경 속에도 도시는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전시장에 발을 들이면 익숙했던 일상의 장면들이 마치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온 듯 낯선 표정으로 다가온다. '모두의 인쌩쌩쌩: 2부 도시와 아이'는 평범해 보이는 도시를 비틀어 그 속에 숨어 있던 표정과 기억, 우리가 스쳐 지나친 외면을 드러내게 만든다. 전시는 도시의 ‘외면’과 ‘내면’을 오가는 흐름으로 구성됐다. 입구에서는 김지은 작가의 작업이 도시의 외면를 펼쳐 보이고 이어 김참새 작가의 연작이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작품 설명과 함께 붙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의 속도가 느려지고, 시선은 외면에서 내면으로 스며든다. 김지은 작가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골목길, 재활용 수거장 등 도시의 평범한 외면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단순히 도시 풍경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개발과 재개발 속에서 만들어지는 폐기물, 가려진 공사장의 이면, 일상 속 사물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포착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시선을 작품에 스며들게 했다.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