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우리의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가 이웃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민족으로 다시금 살아가야 한다. 맹자(孟子)는 우리에게 네 가지 마음, 사단(四端)이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惻隱之心),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 겸허하게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 辭讓之心), 그리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시비지심, 是非之心)이다. 이 사단이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 즉, 사덕(四德)으로 발전한다. 소통에 있어 인의예지는 매우 중요하다. 어진 인품으로 옳음을 쫓고, 예의를 지키며, 지혜로운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대화는 매우 풍성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담아 지혜롭게 소통하는 방법으로 쿠션어를 추천한다. 흔히 대화에 있어 사실을 전달한다고 해도 서로의 감정이 상할 수 있다. 이럴 때 쿠션어를 활용하면 좋다. 쿠션어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푹신한 쿠션(Cushion)에 언어를 합친 말이다. 대화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한 감정의 쿠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은행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창구에서 필요한 은행업무를 보더라도 해당 은행의 앱을 함께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기기에 잘 적응하는 것이 시대적 숙명이다. 하지만 50대인 나도 단말기 화면을 꼼꼼히 읽어가며 업무를 처리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께서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 전 한 노인이 예약 없이 미용실을 방문했다가 연이어 거절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온라인으로 하는 예약이 어려운 탓이다. 이뿐인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키오스크 사용법은 낯설고 어렵다. 비행기나 기차표 발권, 비대면 금융거래, 병원 예약 등 온통 온라인 세상인데 노인들의 경우 앱이나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혹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인 중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비율은 12.0%, 금융거래가 가능한 비율은 20.2%, 키오스크 활용이 가능한 비율은 17.9%였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들은 키오스크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지만, 최근 우리는 극단적으로 양분화되어 서로에게 매서운 말을 내뿜고 있다. 너무나 첨예하게 다른 생각에 이 상황이 잘 봉합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염려되는 순간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응답자들은 진보와 보수 갈등(92.3%)을 가장 심각하게 꼽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71.8%), 지역갈등(71.5%) 등이 심각하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한 사회통합으로 가기 위해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적어보고자 한다. 갈등(葛藤)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이다(네이버 국어사전)’. 당사자 간의 가치, 생각, 목표, 이해 등이 달라 극단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로, 개인, 조직, 정책 간의 갈등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갈등을 당사자 간에 잘 해결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갈등은 학자들
딱 1년 전,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사회심리학과 성격심리학 분야 전문가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2024년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최종 선정했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기존의 신념에 부합되는 정보나 근거만을 찾으려고 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정보를 접하게 될 때는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네이버 백과사전).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객관적 판단을 방해하고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사람들이 확증편향에 빠지는 이유로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기존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거나,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에 대한 인정을 극도로 꺼리는 특성 등이 있다. 게다가, 유튜브와 SNS에서 볼 수 있는 개인별 맞춤형 정보제공인 '추천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같은 경향의 정보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확증편향을 심화하고 있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우리는 현재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양극화현상을 보고 있다. 보수와 진보 이념 간 대립이 극에 달했으며,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메아리
현재 우리 사회는 혼돈에 빠져있다. 국가와 국민 앞에 잘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연일 뉴스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이 지속된다. 국민을 혼란하게 만드는 위정자들의 모습에 심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국이지만 저 멀리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킨 한강 작가의 아름다운 모습과 추운 날씨지만 저마다 개성 있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우리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외침 덕에 우리는 비상계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결론으로 치닫고 있는 정국 속에서 과거의 경험상 우리는 이제까지의 잘잘못을 따지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변명을 난발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지러운 순간이 오기까지 위정자들에게는 사과의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제대로 사과한 경우는 기억나지 않는다. 개탄스럽다. 이런 마음을 담아 사과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국어사전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의미의 사과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 방법이다. 성숙한 사과를 통해 실수를 인정하고 잘
인생(人生)!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의 삶이 펼쳐진다. 잘 알다시피 그 삶 속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그런 일상이 연이어 가는 것이 삶이며,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왠지 나쁜 일은 나한테만 생기는 느낌이다. 나는 속상하고 힘든데 SNS 속 타인들은 즐거운 일만 있는 듯 보인다. 미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건 허상에 불과하다. SNS에 넘쳐나는 화려한 일상은 그 누군가의 특별한 어느 날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 걱정, 근심, 불안이 있다. 매 학기 많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고민과 걱정을 확인하게 된다. 그 고민과 걱정에 불안한 나날들이 학생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 어디 학생들만 그러겠는가! 그런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과 나누면 좋겠는데, 왜 혼자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고민이 너무 크고 힘들지만, 혼자의 아픔으로 인내하며 자신의 세계가 침잠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든가!’ 마음이 힘든 일을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생각 이상으로 편안해질 수 있다. 바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이다. 자기노출이란
‘콜포비아’라는 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콜포비아는 타인과 전화하는 것에 대해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초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주제로 조사했던 2022년에 30.0%였던 수치를 감안하면 매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5명 중 2명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콜포비아의 흔한 증상으로는 ‘전화 받기 전 높은 긴장감·불안(68.3%)’,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4.2%)’, ‘전화 통화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8.7%)’,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의 신체 증상(23.4%)’ 등이 있었다. 또한,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메시지 앱 등 텍스트’가 73.9%였으며, 전화통화는 11.4%로 나타났다. 이렇듯 점점 대면이나 전화로 하는 직접적인 소통보다 문자메시지,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 간의 소통은 감정이 잘 전달되어야 원활할 수 있는데, 문자메시지는 그런 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다.
추석이다. 이번 추석이 짧지 않아서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오랜만에 가족, 친척과의 만남은 즐거운 일이지만, 항상 경계할 일은 서로 간의 잔소리다. 명절 단골 잔소리는 결혼, 취업, 2세, 입시, 성적 등으로, 이러저러한 명절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향 가기 싫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심심찮게 기사에 오르내린다. 실제로 에듀윌이 20~40대 성인남녀 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 때‘가족이나 친척들의 참견이나 간섭'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가족의 잔소리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잔소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만만치 않은 잔소리꾼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잔소리하는 나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아졌다. 잔소리하지 않고 잘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한 교수의 글을 보았다. ‘이번 학기 목표는 학생들에게 잔소리하지 않기’ 공감도 되고, 위로도 받아서 박장대소했다. 잔소리의 사전적 정의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되어있다.
얼마 전 휴가차 한국을 잠시 벗어나 해외에 머물렀다. 요즘은 통역AI기능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소통이 어려운 곳도 부담 없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통역AI가 발달한 시대라도 해외에 나가보면 손짓 하나로 소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주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를 못하시는 고령의 어머니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면 소통은 나보다 어머니가 더 잘하신다. 고대 로마의 수사학자이자 웅변가인 쿠인틸리아누스(Marcus Fabius Quintilianus)는 “손은 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말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손짓의 정의를 보면 손을 놀려 어떤 사물을 가리키거나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일, 말로 하여서는 부족한 감정이나 정황을 손을 놀려 표현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쉽게 말해 손짓은 언어로 표현이 부족한 생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짓이 제2의 언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손으로 표현하는 일에 다소 경직되어 있다. 물론 대화에 심취하면 손짓이 잘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대화의 처음부터 대화에 손짓을 활용하는 것은 어색하게 여긴다. 왜 그럴까? 저마다의 관점이 있겠
어린아이의 미소는 참으로 예쁘다. 그 미소 한 번에 많은 이들이 아이를 따라 미소 짓고, 행복해진다. 인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 이외에 표정, 몸짓, 눈 맞춤, 자세 등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한다. 미국의 인류학자였던 버드휘스텔(R.L.Birdwhistell, 1970)은 인간은 언어로만 소통하는 존재가 아니고, 여러 감각을 통해 소통하는 다감각적 존재(multi-sensory being)라고 인식하면서 인간의 표정, 눈 맞춤, 몸짓, 손짓, 자세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의사소통의 65%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71) 역시 의사소통에 있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에는 언어적 요소보다 태도,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와 목소리의 음색, 톤 등에 해당하는 청각적 요소가 9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인간의 의사소통은 언어에 유, 무형의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요소와 함께 행해지며, 상황에 따라 언어적 내용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언어적 요소 중 우리는 가장 먼저 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대화에 있어서 정보를 얻을 때 시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