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차기 정부 조각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금명간 초대 국무총리를 지명할 예정이다. 이어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 참모 등이 차례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에 임명되는 총리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엄격하고 막중한 자질이 요구된다. 인사청문회와 국정현안에서 여소야대의 벽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차기 윤석열 대통령은 정계에 진출한 기간이 짧고 검찰직을 제외한 국정경험도 사실상 전무하다. 또 취임 20여일만에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신냉전구도가 가속화하며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고 북한의 도발 수위는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차기 정부에게는 어느 한 곳도 녹록한 상황이 없다. 과거 같으면 새정부 출범이후 잠시나마 허니문 기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결국 국내외 파고를 헤쳐나가려면 깨끗한 실력과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예비 동작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였고 실질적인 첫 단추가 총리를 포함한 조각이다. 늘 강조되는 것이지만 차기 정부 고위공직의 첫번째 덕목은 도덕성이다. 윤 당선인은 철저한 검증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몫은 공직 후보자에 있다. 역대 인사청문회가 숱한 파행을 겪었는데, 궁극적인 책임을 말한다면 공직 후보자의 도덕불감증이 가장 크다. 자신의 흠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그것과 관계없이 인사권자가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 적어도 윤석열 정부 첫 조각에서는 그런 공직 후보자가 없기를 바란다. 둘째 차기 총리는 ‘경제통’ ‘국민통합형’ 등의 전문가적 특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교·안보, 정치권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 내치에서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환경을 보면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에 전념해도 모자랄 정도로 상황이 엄중하다. 대통령이 외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총리는 명실상부하게 행정부를 통할할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위해 셋째 대통령은 총리에게 헌법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것은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내세웠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는 진전된 걸음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은 역대 최소 격차로 승패가 갈렸다. 또 거대 야당구도다. 인선을 앞두고 차기 여권 일각에서는 능력보다 야당이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있다고 한다. 나아가 후보군을 놓고 사전에 여야간 막후 채널이 가동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여소야대가 아니더라도 여권이 야당의 눈높이를 살피고 소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힘있는 쪽이 불통과 오만의 질주를 해왔다.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만 ‘통합정부’ ‘다당제’ 운운하지 말고 평상시 협치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여권이 손을 내밀고 야당은 작은 일로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새정부의 여소야대가 한국정치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달 외래 해충 월동알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안성, 평택, 화성, 포천, 파주, 가평 6개 시·군의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등 월동알 생존율이 증가했다. 농기원은 꽃매미 월동알 생존율이 북부 평균 72.9%, 남부 평균 84.9%로 지난해(북부 평균 64.9%, 남부 평균 82.8%)보다 2.1~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갈색날개매미충의 월동알 생존율은 북부 평균 76.7%, 남부 평균 88.4%로 지난해(북부 평균 75.9%, 남부 평균 82.9%) 대비 0.8~5.5%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경기도 평균기온은 –2.8℃였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0.3℃ 높은 것이다. 강수량 또한 7.9mm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44% 감소했다. 이는 해충 발생에 유리한..
어느 시민은 필자다. 개인적으론 무심하게 치른 선거였지만 그렇다고 바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이 정치구조와 의식의 개혁이 일어날 적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후보가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후보가 되기까지 민주당 주류의 지지 없이 본인의 경쟁력만으로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민주당 주류세력과 큰 연이 없어 차제에 민주당의 구태가 개혁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아 태어났고 국민들은 총선에서도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조국 사태 등을 보면 소통능력 부재가 심각해 보였다. 민주당 주도세력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보였다. 문빠 등 비합리적 지지세력이 여론을 호도하는 게 안타까웠고, 기득권자가 돼버린 5..
기억을 소환해본다, 퐁당퐁당 당직- 2일에 1번 당직을 이렇게 말했었다.-으로 집은 잠시 들르는 곳일 뿐 병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 꼬꼬마 한의사 인턴 시절의 한 장면이다. 그날도 당직이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간호사실에서 호출하는 삐삐가 울렸다. 전화를 해보니 뇌경색이 발생해서 입원한 70대의 여성 환자분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해서 호출을 하였다한다. 피곤한데 잠이 들지 않아 야간에 간호사실에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 모양이었다. 늦은 밤 조용한 병실에서 그녀는 조금씩 호전되고는 있었지만 뇌경색으로 인해서 팔다리 근력이 저하되고 경직되는 편마비가 되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많이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며칠 잠을 잘 못 자서 기분은 더 좋지 않았고 힘들다는 그녀의 말은 ‘이런 모습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어조로..
“사람이 만일 그 이웃을 상하였으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행할 것이니. 파상은 파상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지라. 남에게 손상을 입힌 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며”(레위기 24:19~20).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마태복음 5:38~39). 레위기는 구약이고 마태복음은 신약이다. 두 가르침은 정반대이다. 당신은 어느 가르침에 따르려는가? 예수의 가르침은 기존의 율법을 뒤엎는 혁신적이다. 종교적이고 고결하다. 하지만 개인의 종교적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단체 간, 국가 간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레위기의 율법은 공정·공평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 간, 단체 간, 국가 간의 갈..
한동안 마주하지도 못한 채 이취임식을 치러야 할 것 같은 대통령과 당선자가 대선 19일 만에 만났다. 청와대 여민관 앞까지 마중나와 윤석열 당선자를 안내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쓰러웠다. 집을 넘겨주려 하는데 새로 들어올 사람은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는 판이니 짧은 안내조차 얼마나 공허한 몸짓이란 말인가? 국민과 소통을 위해 국방부 요새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희대의 권력교체기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토닥였다. “놀라지 말아라. 앞으로 기상천외한 일이 잦을 것이니..”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언론들이 기득권동맹의 한 축이 되어 검찰쿠데타를 응원하더라도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촛불혁명을 완수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결국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선거운동기간..
언론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 있다. 퓰리처상이다. 매년 4월이면 15개 분야에 걸쳐 수상작을 발표한다. 금년이 106회 째다. 수상자는 전세계 언론인의 부러움을 산다. 그가 일하는 언론사는 덩달아 권위를 얻는다. 수상 기사는 저널리즘을 지키는 희망의 빛이 된다. 그 상을 있게한 퓰리처가 한 명언이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함께 일어서고 함께 무너진다”. 20대 대선보도는 숱한 비판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정파적 보도까지 곳곳에서 경보등이 켜졌다. 선거 이후 보도들도 우려를 자아낸다. 검찰총장 등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표를 종용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쓰고, 의도된 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관행은 한치의 개선도 없다. 마치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재촉하는 듯한 추임새 보도를 거침 없이 해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 “김오수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결정하라”라고 했다. 물러나라는 소리였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며 “본인이 한 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적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 총장의 ‘법과 원칙에 따라 물러서지 않겠다’는 발언을 코미디라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날 사설에서 ‘새 실세들의 경망함이 부른 잡음’이라며 조선일보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중앙일보는 16일자 6면에 '권성동, “김오수 거취 정해야···MB·김경수 같이 사면될 듯“'이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다. 발언내용을 그대로 제목에 인용, 권 의원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대부분의 다른 신문들과 달리 사설로는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는 잘못됐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권 의원의 발언은 그의 주장이다. 권 의원의 발언을 접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해도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국민도 다수다.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검찰 독립을 주장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이 최측근이자 검찰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이기에 국민적 공감과는 멀어보였다. 또 MB와 김경수 두 정치인에 대한 사면 발언은 사면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공정과 정의’라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서구의 선진 언론에 없는 한국 신문의 그릇된 관행 중의 하나가 바로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제목이다. 독자에게 취재원의 발언이 옳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객관적 보도로 위장한 편향보도다. 조선일보가 ‘코미디’라는 격한 용어까지 동원한 점은 과도한 주관성이 개입돼 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다만 사설은 한 신문의 입장을 나타내는 의견이라는 측면에서 서는 중앙일보보다는 더 솔직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신문은 물론 중립지를 표방하는 한국일보 등은 김오수 총장 사퇴압박 발언을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국민일보, 서울신문도 마찬가지로 비판했다. 공공기관장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는 14일자 1면에 '文더정부 공기관장 80% 2~3년 뒤 퇴임···새정부 공기업 개혁 ‘걸림돌’ 우려'라는 기사를 냈다. 연합뉴스는 3월 22일 '새 정부 출범해도 공공기관·감사 63%는 임기 1년 이상 남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새 정부의 물러서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면 탐사보도를 통해서라도 법과 제도 개정을 촉구했었어야 옳다. 임기보장을 법에 명시했다는 것은 그게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낫기 때문이다. 취재원이 주는 먹거리를 생각없이 받아 먹는 언론의 습성을 정치권이 맘껏 활용하고 있다. 비판없는 인용보도와 받아쓰기는 감시견이 푸들로 바뀌는 지름길이다.
지난 3·9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손실보상 추경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지금 정치권은 속 시원한 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채 ‘핑퐁게임’하듯 ‘공(功) 다툼’ 정쟁에 골몰하고 있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으뜸 민생공약을 이런 식으로 허술히 다루는 것은 유권자들을 모독하는 행위다. 여야가 협치해야 할 1순위가 바로 이 공약이다. 하루빨리 합심하여 해법을 내놓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만찬 회동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추경 규모, 편성 시기 등 구체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할 수 있는 한 서로 실무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는 원론적 대화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생 입법부터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에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 설득에 함께 나설 것을 촉구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정권 이양 이전까지는 정부를 설득할 책임이 국회 다수의석인 민주당에 있음을 상기하면 적극성을 의심할만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대응은 더 한심하다. 인수위 출범 직후부터 터진 ‘대통령집무실 이전’ 논란의 와류에 휩쓸려 이 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영업자·소상공인 50조 원 지원’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뜩이나 풀어내기 어려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새 정권이 이런 뜨뜻미지근한 자세로 첩첩 난제들을 과연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재원이다. 인수위는 국채 발행은 원칙적으로 배제하면서 기존 예산을 구조 조정하여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이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채 발행과 지출 구조조정을 같이 해서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국채발행론 취지에 맞닿아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추경안 통과 시기를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현 정부 임기 내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인수위 측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추경안을 통과시키면 새 정부의 공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듯하다. 6월 지방선거를 노린 속 보이는 정략적 셈법이 눈치작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느라 지난 2년 동안 변변한 영업활동이 막힌 채 막다른 골목에 몰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 상황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태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단 하루라도 일찍 충분히 보상하는 방안을 목표로 놓고 추경 논의를 진척시키는 게 맞다. 이미 활활 타고 있는 초가삼간 앞에서 머뭇대며 양동이를 쓸 거냐, 함지박을 쓸 거냐 부질없는 논쟁만 벌이는 한심한 꼴과 뭐가 다른가. 절박한 민생을 더는 우롱하지 말길 바란다.
제20대 대선 후 일각에서 ‘진보종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012년 19대 대선이 끝났을 때도 MB정권에 장악되었던 공영방송과 종편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그 결과 2013년 3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출범하기도 했다. 볼일이 있어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낮이나 밤이나 채널A, TV조선과 같은 종합편성채널을 틀어놓은 가게들을 흔히 불 수 있다. 조중동의 수구적 논조와 정파상업주의를 그대로 방송에 옮겨놓은 것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이다. 종편은 지난 2010년 MB정권이 당시 발행부수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 신문사에게 ‘선물’로 준 방송국이다. 국회 본회의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헌재의 결정을 무력화하면서까지 신문방송 겸영을 밀어붙였다. 미디어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여론다양성 확대를 이유로..
어리고 예쁘고 춤 잘 추는 걸그룹에 점령된 지 오래인 방송에 노인의 노래가 장안의 화제다. 시니어들이 노래로 인생을 들려준다는 취지의 방송인데 (JTBC ’뜨거운 싱어즈’) 유독 85세 배우 김영옥 씨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와 82세 배우 나문희 씨의 ‘나의 옛날이야기’가 심장을 두드린다. 나이 든 목소리는 불안했고 발음, 음정이 엇나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집중하게 하고 콧날을 건드리더니 종내 눈물을 떨구게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도 그랬을까. 노년의 배우는 마이크 쥔 주름진 손으로, 뜨거운 것이 빠져나간 눈빛으로, 굽은 등으로...... 노래가 아닌, 80년 인생을 전했다. 그게 심금을 울렸다. 월드뮤직 가운데 가수의 삶을 알고 나서 좋아지는 노래들이 있다.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는 대단한 월드뮤직 명곡이지만 목소리가 내 취향이 아니고 노래, 음률, 가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 즐겨 듣지 않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실제 삶을 담은 2008년 개봉영화(올리비에 다한 감독) ‘라비앙 로즈(장밋빛 인생)’를 보기 전까지는.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장밋빛이 아니었다. 1차 대전 중, 프랑스 변두리 지역 베르빌에서, 서커스단 곡예사와 장터 가수의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난 피아프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분유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가난은 열 살 키에서 성장을 멈추게 했고 엄마처럼 어린 나이에 장터 가수로 살게 만들었고 열다섯 나이의 미혼모가 되게 했다. 그렇게 태어난 피아프 인생 유일한 자식은 뇌수막염으로 두 해를 못 넘기고 죽고 만다. 그 삶에서 만들어진 목소리가, 노래가 어떠했겠는가. ‘한 세상 다 돌고 온 듯한’ 장터 소녀의 목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여행자 루이 레플리는 파리 레스토랑 무대가수로 데뷔시킨다. 거짓말 같은 행운은 계속 이어져 그녀의 목소리에 반한 음악가 레몽 아소, 시인이며 극작가인 장 콕토 등의 도움으로 피아프는 물랭루즈 무대의 스타가 된다. 사랑도 얻는다.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찾아온 수려한 이탈리아 청년이었다. 피아프는 애인을 영화계에 데뷔시켜주었고 무명의 청년은 인기를 얻는다. 그가 바로 샹송 ‘고엽(Les Feuilles Mortes)’을 부른 배우이자 가수 이브 몽탕. 그러나 대스타가 된 이브 몽탕은 변심한다. ‘라비앙 로즈’는 이브 몽탕에게 버려진 피아프가 실연의 고통 속에서 직접 노랫말을 지어 나온 노래다. ‘내 시선을 내려놓는 눈동자/ 입술에 머물다 사라지는 미소/이게 바로 내 사랑의 초상화/ 그가 나를 품에 안고 속삭일 때면/인생은 온통 장밋빛/그가 내게 사랑의 말을 할 때/ 늘 하는 가벼운 말이라도 나를 행복하게 하네......’ 실연의 치유책은 새로운 사랑이었다. 미국 카네기홀 공연 시기 만난 복싱 챔피언 마르셀 세르당과 또 불같은 사랑에 빠졌으나 이번엔 비행기 사고가 사랑을 추락시킨다. 그 충격으로 실어증까지 걸린 피아프, 그 고통은 또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낸다. ‘사랑의 찬가’ 사랑의 찬가의 노랫말도 장밋빛 눈부시고 장미향 가득하다. 마르셀 세르당 이후 찾아온 사랑, 두 차례의 결혼 모두 비극으로 막 내리는데 이후 술과 담배에 절어 살던 피아프는 48세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부모도 첫사랑도 첫아이도..... 생애 모든 사랑이 그녀를 버렸으나 죽는 날까지 장밋빛 사랑을 꿈꾸었던 피아프의 노래는 참으로 애달픈 인생 찬가다. 삶과 사랑의 벼랑 끝에 서본 적 있는 자, 어찌 그녀의 노래를 외면할 수 있으리.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