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품에 선보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한국은 물론 브라질, 프랑스, 인도, 터키 등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미국에서도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22일 연속 ‘오늘의 톱 10’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미 1억1000만 가구가 이 드라마를 시청했다. 평가도 압도적이다. 찬반이 교차했던 국내에서와 달리 해외에서는 격찬 일색이다. ‘포브스’는 <오징어 게임>을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의 하나”라며 “신선한 아이디어와 스릴 넘치는 드라마”, “단순한 놀라움 그 이상을 선사”한다고 평가하고 ”무조건 봐야 할 드라마‘라고 상찬했다. 무엇이 세계가 한국 드라마에 이토록 열광하..
동남아시아 국가의 언론 상황과 언론인들의 자유언론 투쟁을 취재하고 기록한 ‘우리는 말하고 싶다’에서 필리핀 언론인들이 겪는 현실은 ‘살벌’했다.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필리핀 언론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 대가로 괴롭힘을 당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심지어 살해를 당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숨졌는데 온라인 뉴스매체 래플러는 경찰이 시민들에게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마약중독자를 죽이기 위해 돈을 받고 고용된 업자들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살인 청부업자와 경찰 사이에 커넥션이 있었다는 증언을 탐사보도로 내보냈다.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래플러가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며..
성남시 ‘대장동 의혹’ 폭풍이 대선 판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야당 후보들은 호기를 잡은 듯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도 이 후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케이스탯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지사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50.6%로 ‘국민의힘 책임이 더 크다’(31.0%)보다 많았다고 한다.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이낙연 전 당대표가 큰 표 차이로 승리한 것도 대장동 의혹이 원인이란 분석도 나왔다. 수세에 몰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진영은 비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책임론 공세라는 높은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번엔 인천도시공사(iH)의 인천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특별설계 공모 선정..
우리나라의 2367개 고등학교 가운데 학생선발특권을 보장받아 입학경쟁을 유발하는 ‘특권학교’는 많지 않다. 2025년부터 사라질 운명의 외고, 자사고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예체고, 마이스터고를 제외하면 영재고 8개교와 과학고 20개교가 전부다. 영재고와 과학고 입학생은 매년 2700명, 재학생은 8000명 선이다. 이 순간에도 전국의 중3학생 44만 명 중 성적상위 10% 학생들은 영재고와 과학고 입시경쟁과 사교육에 매달린다. 고교입시경쟁과 입시사교육을 없애려면 자사고, 외고 폐지에 이어 영재고와 과학고를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은 1980년대 과학고 신설과 2000년대 영재학교 도입을 별 논란 없이 수용한 이래 지금까지도 의대진학만 막는다면 영재고와 과학고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 분위기다. 영재고와 과학고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이낙연 후보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추미애 후보를 지지했었습니다. 개혁이 이루어져야 민생이 해결된다고 믿는 나로서는 검찰개혁의 선봉장에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후보님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국무총리 재임 시 후보님은 진영을 떠나 한국정치의 자산이었습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상도 지역에서도 지지받을 수 있는 호남출신 대통령을 염원했습니다. 지역주의 척결은 결국 대통령이 골고루 배출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도 DJ를 빼곤 대부분 경상도이며, 지금 대통령 후보의 태반도 경상도 출신입니다. 이런 현실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요. 그래서 후보님이 총리시절의 좋은 이미지를 잘 유지해 꿈을 이루..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이는 12개의 뇌신경 중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다양한 원인으로 손상되어 발생한다. 직관적으로 많은 분들이 떠올리듯이 복합얼굴운동장애로 눈을 감기 어렵고 이마와 얼굴에 주름이 잡히지 않으며 입이 오므려지지 않아 음식이 흐르는 등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8월의 어느 날 한의원을 방문한 그녀도 바로 그랬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2주 후였다. 접종 일주일 후에 심하게 어지러웠는데 다시 일주일 후 새벽에 어지러웠고 안면의 불편감에 거울을 보니 좌우가 비대칭이다. 날이 밝자마자 당장 근처의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백신부작용으로 추정하며 곧바로 근처의 4차 병원으로 전원을 하였고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와 안정제 등의 복합 처방을 받고 복용 중 2일이 지나서 한의원에 내원한 그녀는 자신이 마주한 경험들에 너..
남북 간 화해를 위해 다년간 애써온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죄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무죄 결정을 했다는 기사가 최근 보도되었다. 애초 검찰의 공소사실은 신 씨가 지난 2014년 11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인 즉 자신의 여행 경험을 근거로 ‘북한에 핸드폰 보급이 상당히 이뤄졌다’, ‘맥주도 맛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발언이 이미 발간된 책자나 기사에 기반한 것이어서 전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불렀다는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에도 북한 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은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검찰 논리대로 라면 분단된 73년 동안 남..
최근 살인과 성범죄 등 촉법소년범죄가 흉악해짐에 따라, 촉법소년 적용연령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학교폭력’은 감소한 대신 촉법소년은 상당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통계는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심각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적용연령을 낮춘다든지 처벌수위를 높이는 쪽으로만 논의가 확장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아이들의 성장환경과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최근 경찰청과 교육부가 정치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8357건이다. 학교장이 자체 해결한 사건 총 1만7546건을 더한 지난해 학폭 발생 건수는 총 2만5903건으로서 전년 대비 1만6803건(39.3%)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은 지난해 모두 9606명으로서 전년 대비 무려 11.5%(991명)나 늘어났다. 문제는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의 범죄가 단순 절도 수준을 넘어서 성폭행과 폭력·사기 등 흉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전 발생한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을 비롯한 최근의 소년범죄 사건들을 보면 악랄하고 야비하기가 웬만한 조폭 뺨친다. 말하자면 범죄 아동들의 행동 양식은 성인을 능가하도록 성숙했는데, 관련 법규와 제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년범죄가 증가하면서도 동시에 지능화·흉포화하는 것은 교육 환경의 변화와 모바일·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들의 정신적·육체적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끔찍한 폭력 드라마나 게임물도 폭력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길 만큼 죄의식도 없는 아이들을 늘리고 있다. 현행 촉법소년 연령은 69년 전인 1953년에 정해진 것이다. 수십 년간 빛의 속도로 진화해온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심지어 촉법소년의 특권을 알고서 범죄를 태연히 저지르기도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소년범의 교화에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년원을 거친 이후 재범률이 7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는 현 제도에 교화와 교정 기능이 거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걸핏하면 발동되는 ‘처벌만능주의’로는 이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촉법소년 연령은 13세이고 미국은 주에 따라 6~10세까지 내렸다. 그러나 미국에서 소년범 처벌강화 이후 재범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야속한 통계가 있다. 훨씬 더 정밀하고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환경에서 아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혹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매를 때려서 엇나가는 아이를 바로잡으려는 육아법을 쓰는 부모는 이제 미개인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됐다. 그 원리와 정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촉법소년 문제도 적용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는 단세포적인 대응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새롭게 살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들의 가장 큰 책무이자 권리다. 그걸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는 내 생일날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침상에 오른 미역국을 몇 숟가락이나 뜨셨을까요. 다시 자리에 누운 아버지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추석을 이틀 앞둔 날 아침이었습니다. 영화처럼, 한쪽 눈을 감지 못하고 아버지는 숨을 거뒀습니다. 숨을 거두기 직전에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인가 하였는데, 말은 내 귀에 도달하지 못하고 흩어져버렸습니다. 흩어진 말속에는 말은 없고 흙냄새만 남아있었습니다. 무화과나무 아래 쪼그려 앉으면 맡을 수 있던 흙냄새였습니다. 어쩌면 무화과나무 아래 굴을 파고 살던 개미들의 냄새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내 생일날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마당에 생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빛을 잃기는 추석명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가 가신 뒤로는 명절 대신 제사를 위해 가족이 모입니다. 사십여..
“이 골목이 너무 어두워 무서워요. 순찰을 자주 돌아주세요.” 요즈음 일선 경찰관서에서 자주 접하는 민원 내용이다. 요청대로 경찰은 순찰을 강화할 수 있지만 민원인이 요청한 본질적인 원인을 해소할 수 없다. 무엇을 개선해야 이 민원인의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것은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개선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의 평가항목 중 하나가 안전일 정도로 ‘치안’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미 발생한 범죄는 피해회복이 되더라도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만큼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이에 경찰에서는 사전예방이라는 치안 패러다임에 맞춰 ‘범죄예방진단팀(CPO : Crime Prevention Officer)’을 운영하고 있다. 범죄예방진단팀은 범죄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Pre-CAS)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