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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훈의 알쓸신법] 아파트 하자소송의 최근 중요 쟁점, 상도 미시공

 

아파트 단지를 거닐 때 보이는 화려한 외벽, 그리고 매일 드나드는 복도와 계단실. 이 공간들의 공통점은 모두 ‘도장(페인트) 공사’로 마무리된다는 점입니다. 많은 입주민이 도색을 단순히 색을 입히는 미관 작업으로만 생각하시지만, 사실 도장 공사는 건물의 부식을 막고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적인 방어 공정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공정의 마침표라 불리는 ‘상도(Topcoat) 시공’은 하자가 빈번하지만 일반인이 발견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도장 공사는 보통 바탕을 다지는 ‘하도’, 색상을 입히는 ‘중도’, 그리고 보호막을 형성하는 ‘상도’의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상도는 자외선, 빗물, 먼지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중도층을 보호하고 광택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하자 소송 사례들을 보면 외벽뿐만 아니라 복도나 계단실 등 내부 공용 공간에서도 상도 시공이 누락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고 있습니다. 내부의 경우 주로 ‘무늬코트’라 불리는 다채무늬 도료 위에 투명한 코팅제(상도)를 덧바르게 되어 있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내오염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상도가 없는 복도 벽면은 살짝만 긁혀도 페인트 가루가 묻어나오거나, 작은 얼룩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 아파트가 금세 노후해 보이는 원인이 됩니다.

 

상도 미시공 하자가 있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사인펜 테스트’입니다. 상도는 매끄러운 코팅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그 위에 수성 사인펜으로 글씨를 쓰면 잉크가 흡수되지 않고 맺히거나 쉽게 닦여 나갑니다. 반면, 상도가 누락되어 중도 페인트가 그대로 노출된 곳은 마치 종이에 글씨를 쓰듯 잉크가 벽면 속으로 번지며 스며듭니다. 또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독용 알코올(메탄올 또는 에탄올)을 마른 천에 묻혀 주차장 바닥의 특정 부분을 10~20초간 문질러보는 방법입니다. 이때 보호막이 없는 중도재가 알코올 성분에 의해 녹으면서, 천에 바닥 페인트 색깔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면 상도 시공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법정의 감정절차에서는 감정인이 더욱 정밀한 실험을 하기도 합니다. 도막에 바둑판 모양의 눈금을 내어 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격자법(Cross-cut test)’을 통해 층간 분리 상태를 확인하거나, 정밀 현미경으로 단면을 관찰하여 상도 층의 존재 여부를 물리적으로 판별합니다. 또한 ‘성분 분석’을 통해 상도제 특유의 수지 성분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도 미시공 하자는 설계도서에 상도 시공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법원은 감정을 통해서 상도 미시공이 확인이 되면 하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편, 시공사가‘상·중도 일체형’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설계 변경에 대한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과 해당 제품이 기존 설계와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가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외벽의 상도가 누락되면 콘크리트 중성화가 빨라져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내부 복도의 상도가 누락되면 오염에 취약해져 주거 환경의 질과 자산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는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입주민들이 막대한 재도장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하자 소송 과정에서 내·외부의 상도 시공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은, 시공사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우리 아파트의 내구성을 확보하고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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