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예고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서는 이달 말을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위드 코로나란 방역의 무게 중심이 확진자 발생 억제에서 사망 방지와 위중증 환자 관리로 이동하고,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코로나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출범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경제·민생과 교육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 등에 대해 논의를 본격화한다. 앞으로 10여 일이 중요한 시험무대다. 기존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가 이달 말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사적모임을 수도권 최대 8명·비수도권 최대 10명까지 확대하고 지역 독서실·스터디카페·공연장·영화관의 영..
우리나라 방송법은 공공, 다양, 균형에 기반하여 보도, 교양, 오락에 관한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양에 포함되는 다큐멘터리는 다루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다. KBS인간극장, MBC인간시대 등의 휴먼다큐, 역사스페셜 등의 역사다큐, PD저널리즘을 꽃피운 시사다큐, 지리산의 4계 등의 자연다큐, EBS 하나뿐인 지구 등의 환경다큐, 인물다큐 등.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엔 영양결핍이 문제이더니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과잉섭취가 문제다. 모자라도 넘쳐도 다 문제다. 미디어의 다양성이 실현되어 온갖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도 하루는 24시간이다. 지상파 3채널만이 방송하던 과거에도 하루는 24시간. 제한된 시간 속에 많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눈가고 혀에 착 감기는 콘텐츠를 먼저 택한다. 어떤 경우라도 교양..
요즘 영화 오징어 게임이 인기이다.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현실 같지 않은 현실 같은 영화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게임에서 사람들은 목숨은 걸고 도박을 한다. 시작에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감독은 잘 알고 있는 듯 첫 번 째 게임에서 과반수가 무모하게 죽임을 당한다. 죽음으로 보여준 경험은 뒷사람으로 하여금 징검다리가 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독식을 하게 되는 결말이다. 고향에서 겪었던 극한 상황은 오징어 게임과 다르지 않다. 그때가 1990년대에 시작된 ‘고난의 행군’이라는 판타지가 현실로 있었던 때이다. 한 줌의 식량이 없어 주변의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살고자 하는 욕망이 더욱 커진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살고자 하는 의욕이 사람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다. 죽을 수도..
본보 18일자 9면 ‘안양시 역학조사원들, 사무실에서 컵라면으로 끼니 해결하며 고군분투’ 제하의 기사 사진을 보니 코끝이 찡하다. 안양시 만안구보건소 역학조사원들이 사무실 책상에서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장면이다. 먹다 만 컵라면 용기가 옆에 놓여있는 걸로 보아 식사를 미처 끝내지도 못한 채 역학조사에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이 사진은 최대호 안양시장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식당에 갈 시간이 없어 사무실에서 라면을 먹는 직원들의 모습에 최 시장은 “컵라면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보건소직원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허겁지겁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모니터에 집중하는 모습에 마음이 울컥했다”는 최시장은 역학조사원들에게 잘 차려진 식사는 호사가 돼버렸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기쁨의 점심시간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
‘한옥 마당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오실래요?’ 지난 주말, 피아니스트 지인으로부터 하우스 콘서트 초대장을 받았다. 비로소 코앞에 다가온 ‘위드 코로나’가 실감되었다.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관람하는 것이 특징’인 하우스 콘서트라 엄중한 코로나 시기에 숨 죽을 수밖에 없었다. 1년 넘게 갈 수 없었던 하우스 콘서트 소식에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처음 하우스 콘서트를 알고, 찾아다니던 때도 같은 감정이었다. 20여 년 전, 유럽 배낭여행 중 ‘하우스 콘서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음악회라 하면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을, 무대는 클래식 연주를 떠올렸던 내게 개인 집 정원이나 동네 카페, 성당 등 작은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이 모여 가볍게 여는 하우스 콘서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월드뮤직 무대도 자주 열렸다. 이탈리아 지..
1.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전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집권에 대한 적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10월 11, 1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다음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56.7퍼센트임을 알리고 있다. 민주당 정부 계속 집권을 원하는 응답은 고작 35.6퍼센트다. 우려되는 것은 중장기 추세다. 동일 조사기관의 지난 8월 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 여론은 47퍼센트였다. 이 수치가 9월에 49퍼센트로 높아졌다가 10월 5일~7일 조사에서 52퍼센트로 다시 상승했다. 그러다가 엿새 만에 무려 4.7퍼센트라는 급속한 증가를 보인 것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발표가 대동소이하다. 이런 흐름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어느 지점에서부터 민심의 신뢰를 잃고 있는 건가. 사람들은 2가지를 지적한다. 첫 번째는 인사 문제요 두 번째는 부동산..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차기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었다.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튀어나온 대장동 의혹사건을 정면 돌파하며 얻은 승리였다. ‘침묵’을 지키던 이낙연 씨가 승복함으로써 ‘잡음’도 사라졌다. 이번 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을 보면 큰 변수는 없었지만 마지막이 ‘드라마틱’했다. 서울지역 3차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가 62.37%를 얻어 28.3%를 얻은 이재명 후보에 두 배 이상 앞섰기 때문이다. 1~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는 20% 이상의 차이로 이낙연 후보를 압도하고 있었고,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후보에 뒤진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대장동 의혹사건 영향으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별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다. 그 건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자가..
20년 전에는 학교에서 주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색종이나 가위처럼 필요한 것들은 준비물로 가져와야 했고 없으면 혼나고 나서 친구 물건을 빌려 써야 했다. 저학년 때까지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다가 고학년 때 전학을 가면서 처음 급식이란 걸 해봤다. 그런 급식도 돈을 내고 먹었으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다. 요즘은 학교 활동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아이들에게 준다. 잔반이 너무 많이 남아서 교장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급식도 주고, 준비물은 갑작스럽게 필요한 게 아니면 미리 준비해놨다가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과일 컵이다. 교육부에서 2024년부터 학교에서 컵 과일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일을 쉬는 시간에 먹게 하거나 급식에 과일을 추가해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내년부터 초등 6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해본 다음에 점차 학년을 늘려나가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니 사업의 초기 아이디어는 과수 농가 소비 촉진을 위해서 나왔다. 어려운 농가를 돕고 성장기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양 공급원을 제공하자는 취지 자체는 좋은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학교 현실을 바라보면 이게 마냥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과일을 제공하는 방안이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둘 다 마뜩잖다. 하나는 과일이 담긴 완제품 컵을 제공받아서 우유 급식처럼 시행하기. 다른 하나는 급식 시간을 이용해서 제공하기. 둘 중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완제품을 업체로부터 받는 방식이다. 이미 돌볼교실에서 실시하고 있으니 수량을 늘리면 될 일이다. 다만, 지금처럼 일회용 컵에 담겨서 온다면 매일 엄청난 분량의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오기에 환경을 생각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다회용 컵에 과일을 제공했다가 업체가 컵을 거둬 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우유 급식도 교사들에게는 소소하지 않은 업무인데 과일 급식 제공이라는 업무가 추가되는 데 대한 염려가 많다. 돈을 내고 먹는 우유도 교사가 하나하나 지도하지 않으면 먹지 않아 버리는 양이 절반 이상이다. 두 번째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급식으로 과일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업무 강도가 극악에 치달아 있는 조리 종사원분들에게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형식이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급식 조리와 별개로 몇백인 분의 과일을 씻고, 깎고, 썰어야 하는데 말로 해도 이미 어려운 일이다. 또, 식단에 과일이 매일 들어가는게 영양소 구성에 맞는 건지 영양 교사 분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제외하고서라도 과일을 아이들이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매일 줘도 좋겠지만, 아이들이 과일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과일을 다 좋아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급식에서 일정 분량의 과일이 나오면 높은 확률로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버려진다. 학교에서 많은 양의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 1인당 정해진 섭취량에 맞게 제공한다. 매일 급식 시간에 버려지는 수많은 음식과 과일들을 직접 봤다면 간식으로 과일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아쉬운 점이 있다. 급식 이외에 과일 섭취가 어려운 아이들은 희망자를 받아서 택배로 과일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을텐데 굳이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야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교실에 정말 필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몸을 살찌우는 먹을거리가 아니라 정서를 살찌울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나 상담 전문가 들이다. 이런저런 예산 문제로 상담실에 상주하는 상담사분이 있으셨다가 없어졌다가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몸은 이미 건강한 아이들이 많으니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곳에 예산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즉 ‘10·4 선언’을 남북한 정상이 공동으로 채택하고 전세계적으로 발표하였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데 따른 제반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한 결과물로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합의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 조항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10·4 선언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있는 한반도 평화번영과 통일로 가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채택이후 우리 정부의 교체가 있었고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10.4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은 당초 8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속에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크게 늘고 이에 따라 실업률도 감소했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7만 1000명 늘며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 같은 고용 증가에 힘입어 15~64세 고용률은 67.2%로 전년 동월 대비 1.5% 포인트 올랐고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도 3만 9000명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경기위축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지만 고용과 실업에서 긍정적인 수치가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고용의 질을 들여다보면 그리 상황이 호전된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세금이 투입된 60세 이상 취업자가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대신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만 7000명 줄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40 취업자 수가 지난 5년간 연평균 1.5% 감소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할때 한국의 3040 고용률(76.2%)은 38개국 중 30위로 하위권이다. 같은 기간 독일·일본·영국 등의 3040 고용률이 계속 개선돼 85%대로 올라선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좁은 취업문으로 3040 구직단념자는 2018년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져 2년간 연평균 12.0%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구직단념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7.5%인 점과 비교할 때 3040의 구직단념자 증가율은 매우 높다. 이들의 구직단념 이유는 '이전에 찾아봤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35.2%)이 가장 많았고, '원하는 임금수준,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31.8%)가 뒤를 이었다. 한경연의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다는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배율은 한국이 지난해 2.67로 미국(1.86), 독일(1.84), 일본(1.63) 등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우리 젊은 세대의 취업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를 대거 창출한다고 했지만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기 일자리, 수치 부풀리기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년 일자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기업 그룹총수들도 잇따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말 몇마디로 뚝딱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젊은이들이 먼 미래까지 일자리가 연결되고 그래서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세계적인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는 AI 로봇 등 첨단 산업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의 예산 투입은 물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이 철저하게 유기적인 체제를 구축할 때 가능하다. 또 기업 규제를 최대한 풀고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가 해외로 떠나지 않게 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인재들을 집중 육성시켜 소수 정예가 다수의 경제를 떠받치는 미래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 대선 주자나 후보 진영에서는 청년 일자리, 미래먹거리를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