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유희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놀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따라서 예부터 나라마다 도박은 도둑질보다 더 큰 해를 끼친다고 해서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거둔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도박의 폐해는 역시 자제력을 잃고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과 삶의 피폐함이다. 그 점에서 마약과 동급으로 친다. 전문가들은 도박하는 심리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세이렌’에 빗대 설명하기도 한다. 바다의 요정 세이렌은 암초 해역에 살며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노래로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악녀다. 선원들은 세이렌에 맞서야 하는 것을 알고 처음엔 유혹을 경계하다 노래에 현혹돼 사랑에 빠지고 결국 물에 빠져 숨진다는 신화의 내용이 도박중독의 과정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라마다 국가적으로 카지노 등 공인된 노름장소를 오래 전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익금을 공익사업에 쓴다는 명분아래 걱정과 염려를 뭍고, 국가 이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경마나 축구와 같은 운동경기에까지 돈을 거는 행위를 거들고 있다
화단은 내게 /김일영 이슬비를 함께 맞던 날 화단은 내게 조금의 자리를 내주었지 그곳에 축축한 시간과 말라가던 구근 몇 알을 심었다 얼마 후 아침이면 내 입은 꽃잎 모양으로 벌어지곤 했다 몇 번의 폭우가 침묵을 깨울 때마다 빗방울이 뚫다만 자리를 담배 필터로 메우곤 했다 여름을 키워낸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빌딩들을 건너가고 철 지난 봉숭아 한 잎 누구도 밟지 않는 빈집 마당에 떨어져 어둠 속에 감춘 길이 열리는 순간, 처음엔 이곳에서 나는 떠돌이였다 -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실천시선, 2009 이제 여름 끝자락입니다. 가을이 도둑처럼 다가서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여름을 키워낸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우리 곁에서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조락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가을은. 그런데 또 한편 결실을 맺는 때이기도 하다는 뜻을 이 시는 새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인은 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떠돌이였던 그가 화단 한 켠에 한 자리 마련하여 꽃을 피웠으니 말입니다. 빈집 마당 같던 시인의 마음은 늘 어두웠습니다. 거기에 빛으로 길을 낸 사람이 그립습니다. 누구나 처음엔 모두 다 떠돌이가 아니었나요?
최근 들어 도시형생활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택지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공사기간도 아파트에 비해 훨씬 짧은 7개월~1년에 불과한데다 마감재가 일반건축물에 비해 1/3~1/4에 불과한 값싼 드라이비트가 사용된다. 또한 주차장 설치기준과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부대시설의 설치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증가가 소형 주택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 곳곳 도심지마다 일정한 토지공간만 있으면 도시형생활주택이 지어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5년 간 오산시에서 허가된 도시형생활주택은 201건에 모두 3천768가구에 이르고 있고 한다. 이들 주택에는 가구당 1~3명의 적은 인원이 살고 있어 거주 인구는 6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문제는 주차시설이 너무 협소해 주차난을 겪는데다 화재 시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아파트는 가구당 주차면적이 1.3대이고, 오피스텔은 0.99대여서 가구당 1대씩은 주차가 가능하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0.4대 수준이다. 2~3가구당 한 대씩밖에 주차할 수 없다. 골목의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수원을 연고지로 정한 프로구단은 축구 클래식의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챌린지의 수원FC, 야구의 수원kt위즈, 남자 배구 수원한전배구단, 여자배구 수원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이다. 수원삼성썬더스와 삼성생명 비추미 등 남녀 프로농구팀도 있었지만 각각 서울과 용인으로 연고지를 옮김으로써 지역 스포츠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사실 지연연고팀이 타 지역으로 옮기면 매번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서포터스들은 허탈을 넘어 가슴에 멍이 맺힌다. 남녀 프로농구팀을 떠나보낸 수원 말고도 경기도내 프로구단 연고도시들은 연고지 이전의 아픔을 많이 겪었다. 프로축구 팀을 하루아침에 잃은 부천과 안양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4년 안양을 연고로 하던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했다. 그 팀이 지금의 FC서울이다. 축구 도시임을 자랑하면서 안양 LG 치타스팀을 열정적으로 성원하던 안양 서포터들의 분노는 극에 이르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서 반대시위까지 했지만 외침은 공허했다. 부천도 2006년 부천 SK의 연고가 제주로 바뀌었다. 극성스러울 정도로 홈팀을 응원하던 부천 서포터들은 SK본사 앞에서 연이어 시위를 벌이고 서울
바다 새우중 가장 작은 것이 젓새우다. 다 자라도 크기가 20㎜ 내외니 가장 크다는 대하의 평균키 20여㎝보다 10배나 작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양은 가장 많다. 새우젓을 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새우젓은 작은 새우에 소금을 뿌려 담갔다고 해서 하해, 백하해, 백하젓, 세하젓이라고도 한다. 젓새우는 서해안에서 고루 잡힌다. 바닥이 뻘인 얕은 바다에 서식해서다. 강화 광천 강경 곰소등 서해안에 새우젓 산지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담그는 계절별로 부르는 이름도 여럿이다. 잡히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맛이 달라서다. 음력 3∼4월에 담그면 춘젓, 5월이면 오젓, 6월이면 육젓, 삼복 이후 9∼10월이면 추젓, 11월이면 동젓, 1∼2월이면 동백하젓이라 한다. 그중 알이 차고 살이 튼실하여 최상의 맛을 낸다는 육젓을 최고로 친다. 탱글한 몸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씹는 식감도 좋으며 단맛이 물씬 풍긴다고 해서 가격도 제일 높다. 다음이 약간 붉은기가 도는 오젓이고 가을에 잡히는 추젓은 넘버 3다. 그러나 살은 좀 덜하지만 추젓의 인기는 육젓 못 지 않다. 선선한 가을에 잡혀 소금을 적게 넣어도 부패하지 않는 다는 장점으로 인해 육젓 보다 소금 함량
탬버린 /이인철 공장 탈의실엔 예비군복같이 얼룩덜룩한 미희 아줌마 작업복이 보름째 걸려 있다 그녀는 손에 묻은 도금을 이태리타월로 빡빡 문질러 지우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붓 대신 탬버린을 잡았다 새빨간 루주 젖가슴이 드러난 옷 밤물결처럼 살랑이는 치마 탬버린이 야광충처럼 반짝이는 방에서 우리는 칠 묻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춤을 춘다 공장의 하루 일당을 두 시간 만에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뱅글뱅글 폐수를 마신 시화호 물고기같이 돌고 돈다 - 이인철 시집 ‘회색 병동’ 돈의 유혹은 달콤하다. 그것도 쉽게 벌어 쓸 수 있는 일은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다. 거리에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밤 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간판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미희 아줌마는 공장을 다녔다. 예비군복 같은 작업복을 입었다. 온종일 하는 일은 늘 고달프고 월급은 부족하다. 급기야 작업복을 벗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도우미가 된다. 이태리타월로 손에 묻은 도금을 빡빡 문질러 지우고 젖가슴 드러낸 옷을 입고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춤을 춘다. 두 시간 만에 공장의 하루 일당을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우리나라의 척박한 기부문화에 모처럼 색다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 지도층이 경제·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부에 나선 ‘청년희망펀드’가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펀드는 ‘전시행정’의 냄새가 풍기고 사업목적의 불확실성에도 문제가 있으나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기부 문화에 새 획을 그을 만 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는 펀드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기부는 거부하고 철저히 지도층 개인의 기부를 통해 사회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4 국내 나눔실태 조사’에서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필요하다’는 답이 54.6%를 기록했다. 월드비전의 연도별 후원금 현황을 보면 개인 후원금은 같은 기간 39.70%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해외처럼 재벌이나 사회지도층 출신들의 기부는 많지 않다. 외국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주와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해 출범시킨 &l
우리 사회에서 상생과 협력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갑과 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 간에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상생협력 추진이 활발하다. 민선 지방자치단체 시대 이후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사업의 공동 추진을 통해 예산을 절감해 서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지난 4월 상생협력을 체결했다. 14개 분야 34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접경지대여서 닮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DMZ 행사의 공동개최, 군사보호 규제지도 공동제작, 불합리한 군사시설규제 발굴 및 해제 건의, DMZ 야생동물 광견병 공동 백신살포 사업 등 접경지역에 관련한 사업들을 많이 했다. 이밖에도 한강~철원을 잇는 자전거길 미개설 구간 12.7㎞ 연결사업을 공동추진하고 있다. 경제분야 협력과 지역관광산업 활성화 및 농·특산물 판매 사업들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방자치는 각 자치단체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인접한 경기와 강원이 상생협력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은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 자질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입장에서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각종 비리와 자질 부족으로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지방의회 무용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지방의원은 각종 이권이나 부당한 청탁에 개입하기도 한다.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부당한 잇속을 차리거나 공무원에게 청탁압력을 행사하고 폭행, 음주추태, 도박, 성범죄 등을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기도 한다. 수준이하의 추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그런 일이 발행했다. 광명시의회 얘기다. 광명시의회는 작년에도 태국·라오스 해외 연수 중 의장과 의원들이 밤에 도박을 했으며 J 의장은 귀국한 뒤에도 지역 건설업자들과도 도박을 계속하다가 문제가 발생해 사퇴한 바 있다. 또 다른 J씨도 지난 2월 광명시 한 식당 컨테이너에서 수억원대 카드 도박을 한 사실이 적발돼 의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떼’로 적발됐다. 광명경찰서는 22일 도박을 벌인 혐의(상습도박)로 광명시의회 의원 7명과 전직 의원
인류의 가장 오랜 병기는 칼이다. 고대를 넘어 전통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칼은 전쟁의 현장에서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요즘도 백병전을 준비하기 위해 소총에 꽂는 대검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군도(軍刀)는 전투본능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무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칼의 역사를 읽어 보면 단순한 전쟁의 역사를 넘어 삶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대의 칼은 나뭇가지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자연작용에 의해 부러진 나무는 쉽게 작업이 가능하기에 가장 빠르게 도구로 활용되었다. 이후 나무칼은 돌칼로 대체된다. 자연적으로 부서진 돌무더기에서 뾰족한 부분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일단 나무보다는 내구력이 좋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돌칼은 상당히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이용되었다. 떼어낸 돌칼을 사용하다가 무뎌지면 평평한 곳에 문질러 돌칼은 더욱 날카롭게 변화하였다. 그것이 간석기라고 부르는 신석기시대다. 돌칼을 사용하여 농작물을 수확하고, 사냥과 전쟁에 활용하면서 인류는 좀 더 날카로운 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발견한 것이 금속이다. 인간이 불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접한 금속은 구리(동:銅)였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녹아 새로운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