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우리는 충격적인 뉴스 하나를 접했다.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이른바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1일 왕따’로 지정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아이나, 발표를 잘 못한 경우 교사는 이 아이를 ‘1일 왕따’로 지목하고, 이렇게 지목된 아이는 아무에게도 말을 건네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 아이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에 가는 일 외에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점심도 5분 안에 먹어야 한다. 하루 종일 투명인간 취급을 받은 것이다. 집에 온 아이들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면서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학교에 가기 싫으니 전학을 보내달라고도 했다. 속옷에 대변을 묻혀오거나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방을 싸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왕따’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맞지만 훈계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일 왕따 제도’는 결코 훈계의 방법이 될 수가 없다.
세무조사는 납세의무에 관하여 세법이 규정한 대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확히 계산해서 신고하였는지의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이다. 그러나 막상 조사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사업자에게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세금문제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도 있고, 세무당국이 사업자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 내부와 외부 고발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률상의 문제와 실질경제 즉 시장과의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 세무조사는 대부분 법률의 잣대로 사업자를 조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무조사는 사업의 존폐여부를 가를 수 있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세무조사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도 위험하다. 세무조사의 선정은 정기선정과 수시선정으로 구분되는데 정기선정은 신고성실도 평가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며, 수시선정은 탈세제보, 무자료거래, 위장·가공거래 등을 이유로 선정하게 된다. 소득에 비해 자산 취득이나 소비가 많은 음성불로소득자, 탈세를 조장하는 자료상 혐의자, 자산소득이나 현금 수입업종 등이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중소제조업체, 수출업체, 벤처기업…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9월 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승리 기념일’, 즉 ‘전승절’(戰勝節)의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박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관심차원에서, 우리는 중국의 전승절과 대한민국의 ‘광복절’(光復節)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 전승절과 광복절이 2015년 올해, 모두 ‘70주년’이란 역사적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승절과 대한민국 광복절의 ‘70주년’은 역사의 시계바늘로 되돌리면 ‘1945년’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히로히토 왕은 아시아에서 일으킨 태평양전쟁, 즉 제2차세계대전의 일본항복을 선언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광복절이다. 1945년 9월 2일, 일본의 시게미쓰 마모루 외무상은 일본에 정박 중이던 미국전함에서 맥아더 장군이 제시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바로 이 날을 미국은 ‘대일전승기념일’(Victory ove
조선시대 소송은 모두 문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문서의 형식이 상당히 복잡했다. 특히 법률은 모두가 한자로 이루어져 일반 백성들은 소송을 하려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따라서 소수의 기득권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의 권리 보호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하자 문서를 대신해 주고 소송을 유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관사 주변에서 대리소송을 업으로 하는 직업이 등장한 것이다. 당시엔 이를 고용대송(雇傭代訟)이라 했다. 물론 비공식적인 제도였으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이 발생하자 성종 8년인 1478년 이 제도를 금지시켰다. 제도가 부활한 것은 1903년이다. 형법대전(刑法大全)에 의해 금지가 완화된 것이다. 그리고 소송과 소장(訴狀)을 대신 제기하고 작성해 주는 직업이 다시 등장했다. 1905년 11월 8일엔 법률로 이 같은 직업을 정식 인정했다. 우리의 변호사제도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으며 다음해 홍재기(洪在祺)씨가 1호 인가증을 받아 등록함으로써 최초의 변호사가 됐다. 시험을 통해 변호사 개업을 하도록 한 것은 16년 후인 1922년부터다. 그 뒤 변호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의 직업 중…
반 쪽 /마경덕 잘 여문 호두알 어디에도 틈이 없다 두 쪽이었던 몸, 한 몸으로 봉합한 흔적이 있다 어느 한 쪽이 크거나 작으면 짝이 될 수 없었을 것 입추가 지나야 나무의 뼈가 여물고 그때 호두가 되는 것 맞물린 중심, 딱 절반씩이다 유일하게 뇌(腦)를 가진 나무 한 알 한 알 뜻을 담아 가지에 걸고 생각에 지친 사람들은 호두를 까먹고 머리를 채운다 한 줌 생각을 얻으려고 망치를 휘둘러 나무의 뇌를 속속들이 꺼내먹는다 날로 먹어도 고소한 호두알 어떻게 비린 생각을 익혔을까 뼈에 바람이 드는 나이에도 설익어 부르르 끓어 넘치는데, 두 개의 머리뼈를 맞붙여 마음 한 점 흘리지 않는 호두나무 완벽한 합일(合一)이다 삼십 년 전 한 몸이 된 나의 반쪽 우리는 자주 틈을 보였다 사소한 충격에 하마터면 두 쪽이 날 뻔하였다 생각이 깊은 호두나무와 머리를 맞대고 올이 풀린 봉합선을 더듬어본다 - 마경덕, ‘문학마을’ 2011년 가을호 호두, 나비, 그리고 부부는 신이 빚어낸 데칼코마니라는 생각이 든 시(詩)다. 반쪽이 시제(詩題)이지만 결코 반쪽을 노래하지 않는다. 호두처럼 좌뇌와 우뇌의 온전한 전사(全寫)를 통해 합일을 이루는 섭리를 노래한다.…
매실 익는 냄새에 선잠을 깬다. 베란다 항아리에서 매실이 익어가고 있다. 시큼한 듯 달달하니 그 냄새에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는 밀주를 담그곤 하셨다. 그때만 해도 쌀이 부족하던 때라 술 담그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가끔 관청에서 순찰을 돌았고 걸리면 벌금을 물기도 했단다. 우리도 형편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걸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수시로 술을 담갔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뒤란에 깔아놓은 멍석에 편 다음 거기에 누룩을 골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아 윗방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덮어놓으면 하루가 다르게 술 익는 냄새가 났고 일주일 지나면 술이 완성되는 듯 했다. 누룩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말간 술이 고이기 시작하면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항아리에 사발을 담그곤 하셨다. 막걸리 한 사발에 두부김치를 곁들인 아버지는 잘 먹었다며 입을 손으로 쓰윽 닦고는 부엌문을 나서며 흡족해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막걸리를 걸러내고 난 지게미는 우리들 몫이었다. 감미료를 타서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알딸딸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는 학교 같다 와서 가마솥을 열어보니 솥은 텅 비어 있고 부뚜막에 술지게미가 있길래 찬장을 뒤져 감미료를 타서 한 사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우리의 삶 역시 완벽하게 살고는 싶지만 수시로 그 한계에 부딪히며 고뇌한다. 그러나 만약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세상사는 재미 또한 덜할지도 모른다. 그 불완전한 모습이 우리네 삶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무예 또한 그런 불완전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완벽함은 있을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체력이나 신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한계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수련이라는 지속적이면서도 무지막지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몸에 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키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청소년이면 수많은 보조도구나 약물 등을 이용해서 조금이라도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겠지만, 이미 뼈가 굳어버린 성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줄어들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살아야 할 판이다. 만약 작은 키가 단점이라면 그것을 한계로 둘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맞는 무예수련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키가 작으면 당연히 손과 발의 길이가 짧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공방을 펼쳐야만 승산이 있다. 그래서 좀 더 접근전에 집중하고 보다 빠른 발놀림을 통해 순간의 이동거리를 단축시키면 되는 것이다. 안되
생명체 중 인간만이 자살하는 존재라고 한다. 유럽에선 예부터 이런 자살을 금기로 여겼다. 신성한 목숨을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는 기독교 영향을 받은 탓이다. 보수적인 영국에선 18세기 까지 자살자에 대해 불이익도 줬다. 재산을 국고로 환수 했고 자살자의 주검을 말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또 다른 자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단기 처방으로 자살을 막을 순 없었던 모양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숫자가 줄지 않고 있어서다. 따라서 생겨난 말도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못하는 국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자살은 사회와 나라가 방관하는 일종의 살인’ 이란 지적이 그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80%는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중 50%는 주변에 ‘죽고 싶다’고 분명하게 밝힌 다고 한다. 죽기 전 세상에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게 ‘자살 경고표시 매뉴얼’이다. 내용은 이렇다. ‘자살에 대해 얘기한다,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을 한다, 몸을 돌보지 않거나 자해행동을 한다, 행동이 변한다’등등. 물론 충동적인 자살도 많다. 그중 가장 쉽게 결행하는 것이 투신자살이다. 특히 다리에서
꽃의 탄생 /윤의섭 면이란 밤새 벽을 쌓는 일이다 감금, 꺼지지 않는 가로등처럼 뜬 눈으로 견디는 밤과 새벽 사이의 생매장 길 잃은 바람이 어제의 그 바람이 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고양이 울음은 있는 힘을 다해 어둠을 찢는다 이 터널은 출구가 없다 어떤 기다림은 질병이다 간절한 소식은 끝내 오지 않거나 이미 왔다 가 버리는 것 그러니 너는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 어떤 묘혈은 땅 속을 흘러다닌다는데 머리맡에 꽃향기가 묻어 있다 첫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 윤의섭 시집 ‘묵시록’에서 아침이슬을 털며 꽃은 아름답게 핀다.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아도 절로 손쉽게 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꽃이 절로 피었겠는가. 아무런 고통도 없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그저 편안하게 피었겠는가. 꽃은 밤새 불면과 함께 온갖 갈등과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온갖 추위와 어둠 속에서 강하게 버텨야만 했었다. 그리하여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황홀하게 피어난 것이다. 불면의 밤을 뚫고 땅속을 흘러다니다가 그것도 긴 겨울을 뚫고 첫 매화가 피고 있다. /장종권 시인
태범석 한경대 총장 등 경인지역 대학총장협의회 소속 총장 등 교수 14명이 ‘지방대 육성법’이 위헌이라며 지난달 27일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지방대 육성법에 ‘지방대학’을 정의하면서 서울이 아닌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에 소재한 대학을 ‘지방대학’에서 제외시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인지역 대학들은 그동안 각종 수도권 규제정책으로 인해 교육부의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고, 취업에서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등 형평에 어긋난 대우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더욱이 학교설립과 입학정원에 있어 규제를 받아왔다. 청구인들은 이같은 불합리한 지방대육성법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서울 이외는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소재 대학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전임교수 비율, 교수연구비 등에 있어 서울 소재 대학들과 큰 차이가 나는데다 심지어 지방대학들에 비해 교육 및 연구여건마저 열악한 실정임에도 경인지역을 수도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청구인들의 대리인을 맡은 이석연 변호사도 “지방대 육성법을 보면 인천과 경기도 지역이 비수도권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