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1948년 5월10일 총선거를 통해 제헌 국회가 탄생했다. 대한민국의 1대 국회인 셈이다. 당시 회기는 1948년 5월31일부터 동년 12월18일까지 총 203일간이었다. 회기 동안 198명의 국회의원이 헌법을 제정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을 선출했다. 또한 정부조직법을 비롯하여, 친일파 처벌을 목적으로 한 반민족행위처벌법, 농가 양곡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한 양곡매입법안, 사상범 단속을 위한 국가보안법안 등 20여 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입법부에서 이송된 법률안 중 양곡 매입법안 등 모두 14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3권 분립에 따라 행정부의 입법부 견제 차원에서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 후 2대 국회에선 이보다 두 배가량 많은 25건의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고 지금까지 모두 68건의 법률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됐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던 때는 2013년 1월이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법안이 모두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거부권이
등 /박일만 기대오는 온기가 넓다 인파에 쏠려 밀착돼 오는 편편한 뼈에서 피돌기가 살아난다 등도 맞대면 포옹보다 뜨겁다는 마주보며 찔러대는 삿대질보다 미쁘다는 이 어색한 풍경의 간격 치장으로 얼룩진 앞면보다야 뒷모습이 오히려 큰사람을 품고 있다 피를 잘 버무려 골고루 온기를 건네는 등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두 다리를 대신해 필사적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사람과 사람의 등 비틀거리는 전철이 따뜻한 언덕을 만드는 낯설게 기대지만 의자보다 편안한 그대, 사람의 등 -박일만 시집 〈사람의 무늬〉 우리는 간혹 기댈 곳이 필요하다. 너럭바위처럼 온몸 받아주는 크고 편안한 무엇인가 그립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먼 거리의 사람보다 가까운 사이였을 때가 더 많다. 그것은 마주 보는 사람의 앞면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다. 온갖 치장으로 얼룩진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에 비하면 등은 민낯과 같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 가식 없는 뒷모습이 마음 큰 사람인 양 믿음이 간다. 전철 안 수많은 인파에 밀려 서로 밀착될 때가 있다. 우리는 그때마다 내 한 몸 끼어 앉을 자리가, 잠시라도 기대고 싶은 기둥이 얼마나 필요한가. 그리하여 어찌할 수…
내년 2월 신분당선 연장 개통을 앞두고 역 이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 1단계 구간은 정자역에서 수지를 지나 광교신도시까지 연결되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SB01~SB05, SB05-1 등 총 6개의 역사가 신설된다. 이 중 수원 관할 2개 역 가운데 가칭 경기대역(SB05-1)이 문제다. 당초 경기대역으로 불리던 ‘SB05-1역’ 이름을 수원시가 지난 2월 시민배심법정 평결을 통해 광교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대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들이 연일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신분당선 사업을 발표하면서 경기대 부지 인근에 철도차량기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경기대 측은 즉각 반대했으나 국토부, 경기도와의 협의를 거쳐 설치를 받아들였다. 대신 경기대 역명 사용을 요청했다. 500여평이 넘는 학교부지도 차량기지 설치에 수용당하기도 했다. 건설교통부장관은 그해 12월18일 ‘기본계획에 경기대역(SB05-1)을 이미 반영했다’는 공문을 경기대대책위에 보냈다. 그런데 최근 ‘경기대역’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경기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차량기지는 열차
의왕시 왕곡동에 법무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의왕시-찬성주민-반대주민들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반대 측 주민들은 김성제 시장 주민소환 등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이지만 단체장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유권자 15% 이상 서명을 받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이어 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된다. 안양교도소 이전반대 주민들은 김성제 의왕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들어가는가 하면, 사회단체장들로 구성된 법무타운 및 도시개발사업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찬성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올해 초 의왕시가 왕곡동 일대에 교정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비롯됐다. 법무타운, IT 벤처타운 등의 조성을 위해 안양교도소를 받아들이는 대신 예비군 훈련장 군부대를 안양시 박달동으로 이전하는 지자체 간 ‘빅딜’을 추진해 온 것이다. 의왕시는 이들 시설이 들어서면 지역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법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르다. 얼굴 모양이나 키와 같이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능력과 같은 내적인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그 다름을 우리는 ‘차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속한 사회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간의 배려를 통해 안정화를 찾는다. 마치 다양한 형태의 퍼즐조각을 맞춰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듯 작은 한 조각이라도 제 쓰임이 맞는 곳에 배치되면 의미성을 찾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억지로 동일한 모양으로 재단하여 끼워 맞춘다면 그 조립과정은 쉽겠지만, 다양성이나 창조성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조선의 22대 국왕인 정조(正祖)는 그의 문집에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모양이 얼굴빛과 다르고 눈이 마음과 다른 자가 있는가 하면 트인 자, 막힌 자, 강한 자, 유한 자, 바보 같은 자, 어리석은 자, 소견이 좁은 자, 얕은 자, 용감한 자, 겁이 많은 자, 현명한 자, 교활한 자, 뜻만 높고 실행이 따르지 않는 자, 생각은 부족하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자, 모난 자, 원만한 자, 활달한 자, 대범하고 무게가 있는 자, 말을 아끼는 자, 말재주를 부리는 자, 엄
평택축협이 추진 중인 축산분뇨처리장은 지난 2012년 1월1일부로 국제협약에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금지 되면서 정부가 지난 2007년부터 육상처리 기반 구축과 자원화 촉진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평택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은 지난 2013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 사업대상자로 선정되어 1일 100t 처리 규모로 사업비 45억을 지원받아 추진돼 왔다. 이후 축협이 자체예산 35억을 추가로 투자해 오성면 안화리 일원에 총 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모든 시설의 지하화 설치를 계획하고 추진 중에 있으나 사업장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이 시설이 필요한 축산농가와 농가 인근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산농가와 인근 지역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시설이 들어설 인근 지역 일부 주민들이 악취에 따른 피해와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이 들어서면 축산농가 주변 환경은 더욱 개선되는데도 말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누군가에게 듣는 말과 상식적인 생각보다는 직접 보고 듣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lsqu
사월초파일 백년 고찰 오르는 길에 때 아닌 뽕짝노래와 각설이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각설이의 흥에 겨운 랩과 고찰을 오르는 고즈넉한 길과의 희한한 만남,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한 장의 그림이다. 부처님 오신 날, 사찰에서는 분명 큰 잔칫날이다. 그 잔칫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모여든 노점상들이 한몫 장사를 위해 전을 펼친 것이다. 오직 그들의 생계를 위해서 말이다. 지글지글 연기를 피우며 익어가는 닭 꼬치, 튀긴 닭, 삶은 돼지고기들의 화려한 희생으로 기운을 얻은 사람들이 올라 부처님 전에 합장을 하는 일. 비아그라 운운하는 각설이의 랩에 한 판 추임새를 보여주고도 부처님 전에 간곡하게 무릎 꿇고 빌어보는 소망 몇 가지. 이 또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단면이 아닐까 했다. 초를 다투며 변해가는 세속의 흐름에 맞춰 달라지고 있는 갖가지 모습들.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고찰의 모양새가 이리도 변해 가듯, 우리들의 삶 또한 살아온 삶이나 살아갈 삶의 모양새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월 땡볕이 구르는 대웅전 마당에 바람인듯 오가는 사람들. 알록달록한 겉옷에 숨겨진 그들의 번뇌는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저들도 나처럼 삶의 무게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통해 청년기를 유동성과 내면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규정했다. 수많은 혼란 속에 철학적 정체성과 이를 기반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는 분기점이라는 뜻이다. 푸르름의 시기에서 고민하고, 도전하고, 또 때로는 방황해야 할 우리 청년의 실상을 보면 비애를 느낀다. 이상은 오간 데 없고, 취업, 스팩, 토익, 인턴, 등록금, 자원봉사 등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느라 꿈은 포기한다. 최근에는 연애·결혼·출산·집장만·꿈·희망·대인관계까지 포기한 ‘칠포 세대’로 스스로 비하하며,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는 ‘인구론’ 등 더이상 청년에게 ‘희망’과 ‘열정’의 수식어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 청년 실업자(42만명)가 전체 실업자(85만명)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완전 고용 방식의 임시직 일자리 위주의 땜질
동서양을 막론하고 괴담은 나라와 사회를 피폐화 시킨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모두를 공포에 몰아 넣기 때문이다. 전파되는 속도 또한 빨라 한번 퍼지면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확산돼 더욱 그렇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를 두고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 발생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난무하는 온갖 괴담을 보면 실감나는 말이다. 괴담이 사회적으로 충격파를 가장 많이 던진 것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일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다양해, 유언비어나 풍문, 루머 등의 유사어를 모두 압도했다. 그후 우리 사회엔 천안함 괴담, 신종플루 괴담, 선거부정 괴담, 세무조사 괴담, 방사능 괴담, 민영화 괴담 등등 가히 괴담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사안만 발생하면 괴담이 난무 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엔 ’한국 메르스는 미군의 실험일 수 있다’는 제목의 황당한 글이 올라와 있는가 하면 ‘당분간 A병원에 가지 마세요. 6번째 환자가 오늘 새벽 A병원에 왔다가 메르스 확진이 돼 지정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 때문에 중환자실이 폐쇄됐으니 A병원 근처에 가지 않는게 좋겠다’ ‘평택 수원…
사랑하고 싶은 욕망에게 /이은봉 문을 열어제치며 우람한 몸짓으로 도봉산이 걸어 들어온다. 걸어와 내 자궁 가득 채운다 도봉산이여, 그리하여 나도, 창문을 열어제치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걸어 들어가 네 자궁을 가득 채운다. 마침내 너와 나, 뜨거운 모성으로 빛날 때까지, 하나로, 둘이면서 하나로 영글 때까지 어지러워라 사랑이여 사랑이고 싶은 욕망이여 영화 만추로 유명한 이만희 감독의 회고전이 기억된다. 영화 물레방아에서는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을 파헤쳐 주는 슬픈 영화다. 산비탈 모여든 집이 아니더라도 저 산기슭에 보이지 않는 희미한 등불이라도 우리는 절망과 희망을 안고 산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욕망을 갖고, 분리되어있고, 각기 소외되어 산다. 구름, 산, 벌판 각기 흩어진 일들은 다시 하나로 만나지만 사람은 별개의 존재로 빛나면서 남는다. 모순이지만 모순처럼 빛을 바랜 것도 욕망의 등불 같은 것이다. 정제된 욕망, 잘 빗질된 욕망, 늘 사랑이고 싶은 욕망, 사람들끼리 그렇게 모여산다. 시인처럼 상념의 욕망이 어디서 불어온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