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우선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하여 2021년 7월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종전에 68시간이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16시간이나 줄어들면서 노동자의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켜야 하는 산업현장은 우왕좌왕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혼선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정부방침에 의거해 자체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중견기업들은 세부 기준 등이 전무하다시피 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적시하지 않아 적용에 혼선이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퇴근 이후 카톡 등을 통한 업무 진행이 근무시간에 포함되는지, 잠시 쉬는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되는 것인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업종의 특성상 야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종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기업의 사정이다. 예를들어 에어컨이나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등은 여름철을 앞두고 철야가 불가피하지만, 겨울에는 일감이 없어서 일찍 끝난다. 게임개발 업체나 IT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151곳에서 이겼다.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11곳 중 10곳을 휩쓸었다. 압승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서울시장을 싹쓸이했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전국에서 총 824명을 뽑는 이번 광역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 647명이 당선됐다. 전체의 78.5%나 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자유한국당 116명, 무소속 16명, 정의당 11명, 바른미래당 5명, 민주평화당 3명 등이었다. 전국에서 2천541명을 선출하는 기초(구·시·군)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 당선자는 1천386명(54.5%)이었다. 민주당은 경기도의회 지역구 129곳 중 128곳에서 승리했다. 여주 2선거구만 자유한국당에 내줬을 뿐이다. 도의원 비례대표 의석수는 모두 13석인데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민주당 7석, 한국당 3석, 정의당 2석, 바른미래당에 1석씩 돌아갔다. 이에 따라 전체 142석의 정당별 의석수는 민주당 135석, 한국당 4석, 정의당 2석, 바른미래당 1석이 됐다. 인천시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란색깔이 장악했다. 비례대표 포함,…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국의 복지제도가 빠르게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 곳곳에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죽음을 선택해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찾아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사례관리’ 등 복지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며,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이 확대되었다. 특히 읍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복지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서비스와 자원을 연계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의료보장이다. 긴급한 생계비, 돌봄 지원, 주거환경개선, 식사 지원 등은 자원연계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의료비는 금액의 크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큰 질병으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거나, 진단을 위한 고가의 검사 비용, 그리고 장기적인 간병비는 한 가구의 경제적인 삶을 파탄내거나,
“우리 각자에게 목걸이는 무엇일까요?” 최근 한 인문학 모임에서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를 읽고 난 후 리더가 던진 질문이다. 세계 최고의 단편소설작가로 꼽히는 모파상의 ‘목걸이’는 이렇게 시작한다. “운명의 장난이라고나 할까. 그녀는 매우 아름답고 매력이 넘쳤지만 가난한 관리의 집에 태어난 평범한 처녀들 중의 하나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 마틸드는 참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문교부에 근무하는 하급 관리와 결혼하게 된다. 어느날 남편의 직장 상관인 문교부장관이 주재하는 파티에 초대를 받은 마틸드는 마땅한 옷 한 벌, 장신구 하나 없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치욕스러움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남편은 약간의 저축해놓은 돈으로 옷을 사도록 하고 친구에게 장신구를 빌리도록 제안한다. 새로 마련한 옷과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한껏 멋을 낸 파티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뭇 남성들의 주목을 받고는 승리와 행복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곧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전 재산을 저당 잡히고 고리대금으로 빌린 삼만 육천 프랑을 지불해 똑 같은 목걸이를…
울산보다 인구 많은 수원시 아직도 기초자치단체 중앙정부 견제·비협조 속 피해는 125만 시민들 ‘몫’ 고양·용인도 100만 돌파 ‘특례시 즉각 도입’ 목청 불구 성인에게 초·중학생 옷 입으라? 비현실적 행정 적용 ‘요지부동’ 100만 이상 법적 지위 필요 이찬열·김영진·김진표까지 20대 국회 노력 진행형 ‘지방분권특별법’ 계류 중 염태영 수원시장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수원특례시’ 도입이 6·13지방선거를 지나면서 관심의 중심에 섰다. 염 시장은 물론 이재준 고양시장 당선자와 백군기 용인시장 당선자, 허성무 창원시장 당선자까지 전국의 100만 이상 대도시 시장 후보들이 선거 공동공약으로 ‘특례시 실현’을 내건데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지방분권의 상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라를 나라답게 도시는 도시답게 수원은 특례시로’를 전면에 내건 염태영 시장의 주장처럼, ‘특례시’는 일제 침략과 광복…
문상 /하린 이유를 물으려던 입을 다물었다 사진 속 네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생각하다 나이 어린 상주를 보고 말았다 감당해야 할 절의 무게가 버거운데 상복은 무심하게 헐렁했다 젊은 미망인이 아이를 보며 한 번 더 울먹였을 때 네가 웃으면서 울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 시집 ‘서민생존헌장’ / 2015 장례식장은 의정부를 한참 지난 곳에 있었다. 물어물어 식장을 찾아내고 어두컴컴한 지하 속으로 들어갔다. 상주가 졸린 눈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몇 개의 수화로 안부를 물었다. 평생을 벙어리로 사신 까닭에 고인의 장례식장은 지나치리만큼 적막했다. 가끔 알아듣기 힘든 소리가 났지만 반찬 몇 개가 전부인 저녁상으로 묵묵히 고개를 돌렸다. 얼음처럼 식어버린 밥을 꾸역꾸역 씹었다. 시인도 그러했을 것이다. 울먹이는 젊은 미망인과 나이 어린 상주 앞에서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절의 무게를 느꼈을 것이다. 웃음과 울음이 뒤엉켜버린 사진 속의 고인을 지켜보면서 까닭 모를 분노마저 느꼈을 것이다. 매순간 죽음과 맞닿아 있는 생(生)의 치명적인 오류에 대해, 그리고 우리와 무관하게도 무한히 펼쳐져 있는 삶의 끈질긴 지속과 생명력에 대해. /박성현 시인
■ 자치분권 선도도시 수원시를 들여다 본다 6·13지방선거가 전례없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기 무섭게 다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개헌안’ 불발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지방분권’ 논의가 잦아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 집권 2년차 핵심 국정과제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제시, 국민투표는 정치공방 끝에 무산됐지만 지방분권형 개헌 관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올해 1월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례 없던 풍경이 펼쳐졌다. 전국의 기초 지방정부 단체장 29명이 모여 공동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다. 이 특별한 공동신년사를 제안하고 29명의 단체장들을 광화문 광장에 모은 염태영 수원시장은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방정부 단체장들의 뜻을 모았다”면서 “국민의 뜻으로 채워지고 국민의 의지로 실현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해 지방정부들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시민자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시의 지방분권 노력과 성과들을 들여다 봤다. - 편집자 주…
천천히 뒤로 쳐지며 사라지는 산모롱이. 몇 개 구름이 아슴아슴 떠다니는 빠끔하게 드러나는 하늘. 자동차를 타고 오르는 구불구불한 이 길이 어쩌면 이다지도 정겨운지. 연거푸 숨고르기 하는 음악. 훤하게 뚫려있지 않아서 오히려 매력적인, 앞을 짐작할 수 없는 오르막길. 간혹 그날그날 해결해야 할 일이 턱에 차올라 지칠 때마다 이 길을 생각한 적이 있다. 오르고 오르는 그 숱한 날 중에 오늘은 특별히 팔공산 구불구불한 이 길을 따라 숨 고르러 간다. 어머니, 아버지 푸근한 사랑 그득히 채우러 ‘벼꽃마을 남매계’에 간다. 왁자하게 사람소리 끓어오르는 넓은 홀에서 그려지는 그림은 참, 희한하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상이 보이고 공간 가득 음악이 흐르고 이십대의 조카, 질녀부터 오십대의 아재, 숙모, 이모, 삼촌, 어르신까지. 한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대가 혼연일체로 꾸미는 소박한 축제. 과거 소시민들의 잔치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다. 이 그림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어르신들의 무대다. 흥이 차오르자 춘향가 중에서 감옥에 갇힌 춘향이 이도령에게 쓴 편지를 노래로 해 보겠다는 팔순의 어머니와 아직도 청아한 목소리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칠순의 숙…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The winner takes it all)’ 6.13 지방선거의 관전평(?)을 누군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승자 독식’이라고 답할 것 같다. 미국 대선제도(Winner takes all: 주별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방식)과는 의미가 다른 ‘언어적 메타포(metaphor)’다. 팝(Pop)을 좋아하는 7080세대들은 귀에 익을 정도로 들어봤을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선거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이번 선거처럼 ‘독식’이란 표현이 잘 들어맞는 경우는 딱히 없던 것 같다. 데드라인(deadline, 원고마감 시간)의 긴장감은커녕 까닭 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기사 출고에 대한 ‘짐(상반된 결과를 대비한 편집 준비)’을 덜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각 방송과 신문에 보도됐던 판세 예측 여론조사 내용을 접하고 나름의 예견은 했어도 이렇게 까지 극명하게 명암이 갈릴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
누구보다 말의 위력을 잘 알았던 중국 오나라 명재상 풍도(馮道)은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라며 말조심 하라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 우리 속담에도 ‘세 치 혀가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혀를 잘못 놀려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이다. 사자성어엔 말조심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불급설(駟不及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언비천리(言飛千里), 담에도 귀가 달려 있으니 말을 삼가라는 이속우원(耳屬于垣), 땀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 한 번 내린 명령은 취소할 수 없다는 호령여한(號令如汗), 나쁜 소문은 세상에 빨리 퍼진다는 악사천리(惡事千里) 등등. 공연히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말로 남의 원한을 사거나 원망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들이다. 그러나 어디 말을 안 하고 살 수 있나. 그래서 생겨난 말이 ‘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