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 /김왕노 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한 두레박 우물물이었다가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다. 구름이 되었다가 지리멸렬하는 줄 알았다. 한 시절 억새로 나부끼다가 가는 줄 알았다. 네 말이 여름 철새로 멀리 이동하는 줄 알았다. 미루나무 노란 단풍잎이었다가 지는 줄 알았다. 나는 네 말이 그렇게 떠나는 줄 알았다. 물이끼 푸른 징검다리 아래서 개울을 건널 내 콩콩 발소리 기다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버들친 줄 몰랐다. 작은 지느러미 파닥이며 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 《시와 정신》2014년 겨울호 나는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한 마리 버들치. 한 두레박이었던 내 말이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니요. 구름이나 억새 이동하는 철새로 단풍잎으로 지는 줄 알았다니요. 콩콩 징검다리를 건너 뛰어오는 당신의 발소리가 들리는데요. 가만 만져봐요 콩콩 뛰는 내 심장. 그 소리에 버들의 지느러미에 푸른빛이 돌잖아요. /신명옥 시인
경기도는 수도권인데다 중소기업, 시설 농업, 축산업 등 일자리가 많은 특성상 외국인들이 유입이 활발하다. 외국인 거주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28만8천251명, 2013년 31만4천715명, 2014년 35만2천166명이다. 사람이 많으면 범죄도 많은 법, 외국인 범죄 단속 현황도 계속 늘고 있다. 2012년 7천766건이었던 것이 2013년엔 8천689건, 2014년엔 1만69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을 담당하는 외사담당 경찰관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경기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외사담당 경찰관 수는 현재 146명밖에 안 된다. 지난 3년간 고작 6명 충원됐다. 외사 경찰관 1명당 외국인 거주자 2천412명을 맡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외국인 범죄는 매년 무려 약 1천 건씩 증가하는데 외사경찰인력은 겨우 6명 증원이라니, 외사경찰관들의 고충을 알 만 하다. 그중에서도 수원시의 외사경찰관은 7명인데 외국인 거주자는 3만4천560명이다. 1명이 4천937명의 외국인 거주자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외국인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최근 시화호 시신 훼손사건 등 외국인들의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
“대학 측은 원고인 학생들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지급하라.”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가 내린 판결이다. 이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법인과 최모 법인 이사장·이 모 총장 등 수원대 측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이었다. 원고 일부 승소다. 수원대의 전임교원 확보율과 등록금 환원율이 2013년부터 대학평가 기준을 충족한 점을 들어 2013년 이후 입학한 원고 6명의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44명에 대한 총 반환금액은 2천640만원이다. 금액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곳간에 돈만 쌓아 놓고 교육 환경 개선을 게을리 한 대학은 학생에게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최초의 법원 판결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학교 측의 사립학교법 위반을 적용했다.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용하면서 실험·실습 등 교육기자재와 시설 등에 있어서는 등록금을 받은 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질 낮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즉, 부적절한 회계 집행으로 교비회계가 잠식되면서 각종 교육환경이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시한 첫 사례다. 최근 5년간 사립대학 적립금이 2조원이 넘는다. 학생들의 주장대로라면 수원대는 전국 사립대…
피카소의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사고 후 1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 가운데 작은 미술 꼭지가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피카소만한 소재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실존적인 인간의 아픔을 그토록 극적으로 그려낸 화가이니 말이다. 작은 파편들로 조각난 세계는 고통의 기억과 트라우마로 찢겨진 인간의 깊은 내면을 대변해 주고 있으며, 그 속에 살고 있는 포효하는 짐승, 원시적인 두려운 존재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수많은 위대한 화가들이 인간의 고통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지만 단연 피카소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열었던 현대미술의 지평이 과거와는 절연된 전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인간의 참혹한 현실을 그린 그의 작품들이 전 세계에 일으켰던 사회적 반향 때문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게르니카〉가 대표적이다. 1937년 독재자 프랑코에 의해 끔찍하게 폭격당한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분노에 차서 완성한 작품이다. 가로 8미터, 세로 3.5미터의 대형 캔버스에는 포격으로 무너지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스러지며 울부짖는 현실이 참혹하게 그려졌다. 완성된 작품은
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을 꼭 필요로 하는 친구나 지인과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딱한 처지를 도와주고 싶은 입장에서 친구나 지인의 사업에 본인의 명의를 쓰도록 허용하거나 주식·부동산 등 재산에 차명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업이란 부침이 심하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지라 사업이 안 되거나 세금 문제가 발생하면 이름을 빌려준 사람은 큰 재앙을 맞게 된다. 현행 법에서는 등기를 필요로 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명의자로 등기한 날에 그 재산을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조세회피 목적이 없이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를 한 경우에는 증여로 보지 않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납세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고 실제 입증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친분이나 의리상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명의를 빌려주지만 명의 부탁을 한 실제 소유자가 세금 낼 형편이 안 되면 재산을 실제로 증여받지도 않았으면서 엄청난 증여세를 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된다. 소송절차를 통해 구제 받을 수도 있지만 구제받기까지 이들의 주택과 통장은 압류되고 소득도 차압되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또…
참 웃기는 세상이다. 특별사면이라는 것을 두고, 서로 당신네가 꽂아 넣었다고 주장하며 남의 탓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전 회장의 2007년 사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완종 전 회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두 번의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의 ‘행운’은 어디서 비롯됐는가가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2005년에 성완종 전 회장이 특사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민련의 요구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일단 논외로 치지만, 2007년 특사는 문제가 다르다. 당시는 정권 교체기였기 때문에 누구의 요구로 성 전 회장이 특사 대상이 됐는지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일단 새누리당 내 친이계와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친노계는, 서로 상대가 꽂아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시간대로 사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07년 11월 23일 열린 2심에서 성완종 회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성 전 회장은 무죄임을 증명하려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항고를 포기했다. 법조계에 의하면 이런 일은 좀처럼 없다고 한다. 이것부터 이상하다. 어쨌든 정황적으
요즘 드라마 징비록(懲毖錄)이 인기다. 리더십 실종과 동인-서인 간 당파 싸움에 분열된 국론, 결국 나라는 임진왜란이라는 망국의 위기에 빠졌고 이를 극복하려는 충정의 장수들과 국민보다는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했던 임금 선조와 간신들의 이야기가 요즘 한창 재미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 시청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아마 작금의 정치적 상황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반영돼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빠지게 하는 모양이다. 징비(懲毖)란 ‘자신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1542~1607년)은 재상으로 몸소 겪은 임진왜란 7년간의 기록을 이 같은 제목으로 남겼다. 저술한 까닭에 대해선 ‘다시는 같은 전란을 겪지 않도록 조정의 실정을 반성하고 앞날을 대비하고자 책을 쓴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징비록을 보면 과거의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아 미래의 교훈으로 삼는 공직자의 자세가 무릇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뼈아픈 실패의 역사서지만 징비록에는 잘한 일에 대한 기록도 있다. 류성룡이 이순신을 천거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특히 후반부에서 이
산 철근이 죽은 철근에게 - 故 이철복에게 /김해화 비 온다 너를 때려죽이고도 현장소장들은 오늘도 온전하다 우산 쓰고 퇴근한다 밤낮없이 너는 죽어버려서 떠날 수 없고 나는 살아 있어서 떠날 수 없는 공사장 누운 채 비에 젖는다 죽은 너는 좀 짧고 살아 있는 나는 좀 길다 같이 녹슨다 - 일과시 동인 작품집 〈못난 시인/실천문학 2014〉 ※이철복 2008년 3월 21일 공사장 사무실에 찾아가 밀린 3개월분 임금지급을 요구하던 철근공 이철복은 현장소장이 휘두른 철제 옷걸이와 의자에 가슴과 머리를 맞아 병원에서 수술 중 3월 24일 사망하였다.
우리 경제가 수치상으로도 심각함을 나타내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1년째 0%대의 저성장 국면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엔 0.5%까지 떨어졌고 3분기엔 0.8%로 다소 회복한 데 이어 4분기엔 0.3%로 하락했다. 경제성장률이 0%대를 이어가는 것은 경기회복세가 그만큼 미약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일본처럼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원·엔 환율이 곤두박칠치는 등 국제환경 역시 위협을 하고 있어 설상가상이다. 일각에서는 경기의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진단한다. 1분기 GDP 성장률 0.8%는 최근 한국은행의 수정경제전망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치라는 것이다. 특히 1분기 GDP 성장률 시장 컨센서스가 0.5~0.6%에 불과했다는 점만 놓고 보면 한국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대비 0.8% 상승은 지난해 4분기 국내경제가 워낙 좋지 않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가 외출했다가 울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동네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길가에 물건을 진열해 놓았는데 점자블록을 따라가다가 물건에 걸려 넘어졌다. 인도의 점자블록 위에까지 물건을 내놓은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 마트 주인은 아이에게 욕까지 했다.’ 시각 장애아이 엄마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아이 엄마의 분노와 슬픔이 전해져 읽는 이들도 화가 난다. 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하는 각종 시설물과 상가의 노상적치물, 불법 광고물, 몰염치한 주차 차량… 이 같은 현상은 전국이 한결같다. 점자블록은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여관업을 하던 미야케 세이이치라는 사람이 발명했다. 시각장애인이 길을 횡단하려고 할 때,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자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보고 연구했다고 한다. 후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엔 점자블록이 깔려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다. 그런데 경기도내 곳곳에 장애인들의 보행을 방해하는 각종 시설물과 불법주차차량, 불법 노상적치물이 즐비하다. 본보 취재(21일자 19면)에 따르면 수원·화성·용인 등 도시지역의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 밀집구역 이동 통로에는 매점 등 가설건축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뿐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