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 도넛 /신미균 동그란 도넛의 한쪽을 덥석 깨물어버리면 말랑거리는 도넛 가운데 구름이 들어 있으면 도넛의 뚫어진 동그라미 속에서 나의 숨소리가 들리면 도넛의 동그란 바퀴를 타고 내가 굴러가고 있으면 누가 굴러가고 있는 나를 야금야금 먹어버리면 도넛에 묻은 하얀 설탕 가루가 싸락눈이 되어 흩날리면 도넛을 굴리기만 했는데 해가 저물면 내일 아침 푸드득거리며 도넛이 다시 살아나면 - 신미균 시집 『웃기는 짬뽕』/푸른사상 도넛 하나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도넛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도넛으로 꿈을 꾸고 도넛과 함께 사랑하고 도넛을 바퀴삼아 세상 속을 구르고 도넛처럼 나를 희생한다. 달콤한 설탕처럼 세상을 정화하는 도넛으로 하루 해가 저물고 다시 도넛으로 새날을 맞는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도넛이다. 그러고 보면 도넛은 음식이면서 너와 내가 소통하는 도구이며 우리들의 꿈이면서 삶이다. 오늘 이 시를 읽는 어떤 이가 잘 튀겨진 도넛 한 봉지 사들고 저녁 귀갓길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성향숙 시인
벌써 1년이 지났다. 봄 여름가을 겨울이 지나가고 또 다시 4월의 봄이 됐다. 그리고 우리사회나 국가에서도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세상이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아직도 작년 4월 16일 그날 이 후 정지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와 무게를 뉘라서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유족과 실종자 가족 뿐 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소재지로서 사망자가 집중된 안산 단원구 주민 11.6%, 상록구 11.3%가 우울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산 단원구의 경우 우울 증세 경험률은 지난해 1위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함께 우울해하고 애도했다. 아직도 세월호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희생자들이 있다. 팽목항에는 1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많은 국민들이 찾아오고 있다.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가득 머금고 실종된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12일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수원 일하는 여성회 회원 50여명도 9명의 실종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목이 메었다. 11살 아들과 함께 온 김소라씨는 “대한민국
최근들어 야생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봄철에는 멧돼지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기이기 때문에 난폭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산에 먹이가 부족해 민가와 도심으로까지 먹이를 구하러 잇따라 내려와 주민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0시쯤에는 의정부시 의정부소방서 인근에서 60㎏짜리 멧돼지가 도로를 건너다가 택시와 부딪혔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8시쯤에는 동두천시 보산동의 한 상점에는 120㎏짜리 암컷 멧돼지가 등장해 이를 보고 놀란 놀란 주인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단 6건이었던 멧돼지 출몰 신고는 지난 4년간 모두 634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멧돼지는 사람을 공격,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127억원이었던 피해액이 최근에는 연평균 156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멧돼지에 의한 피해(63억원)가 가장 크다. 심지어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친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사망자까지 나오는 판이다. 야산이나 도심 할 것 없이 더이상 멧돼지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다
水菊<수국> /이문재 물그늘 비린내 생각난다 그 해질녘 민물같은 얼굴 빛 둥굴어지는 반달로 올라가 그윽하게 내 그리움 다스렸는데 내달려 건너와, 이렇게 돌아다보면 나는 늘 물수제비처럼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숭숭 구멍 뚫린 저 지난날들 사이로 오늘같이 빗물 듣는 날이면 귓바퀴에 갖다 대던 길섶 따수운 돌맹이 만지고 싶어지는데 수국 진다 물컹한 첫사랑 메말라 간다 하염없이 모래시계처럼 서 있는데 수국 간다 반달 다시 작아지고 여름날 해질 무렵 내 몸 무너진 몇 개의 서까래에 서편의 진한 놀빛 흥건하다 비릿한 기쁨 앗아간 스무번의 가뭄들아 홍수들아 수국 진다. 우리가 사는 동안 아프지 않을 사랑하나는 늘 가지고 산다. 세상을 살면서 성찰과 사색을 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자신을 회자정리하고 하나의 기억의 창고를 간직하는 일일 터이다. 세상과 늘 떨어진 삶들이 산업사회의 속력에 도덕적이지 못한 일들이 많다. 사람이란 이름으로 사육하는 메카니즘 세계 속에는 지난날 돌이키는 일 자체가 하나의 반역이다.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면 아프지만 자신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시인은 수국이란 이름을 시상에 두고 기억하는 재생의 理性관에 몹시 괴로운 흔적을 발견한다
특보다. ‘거대한 자전거가 시흥갯골에 철썩 내려앉았다.’는 소문을 듣고 달렸다. 걸리버가 탈만큼 큰 자전거는 갯벌과 갯벌 사이 갯골에서 일출과 일몰. 그리고 만조와 간조 사이의 황홀경에 빠져 일어설 줄 모르고 갯골에서 다리가 되고 있다. 허허벌판에 연미색의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다리가 무지개처럼 걸려있는 풍경은 마치 ‘자, 자전거를 타세요. 당신이 알 수 없는 먼 동화의 나라로 출발합니다.’라고 광고를 하는 듯 보는 사람 마음을 출렁이게 하며 나를 반긴다. 갯골에는 이 자전거와 갯골과 석양을 구경하느라고 늦은 시간에도 다리를 오르며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오간다. 그리고 군데군데 무리를 지은 사진작가들이 석양과 자전거의 형체와 갯골을 가득채운 물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느라고 정신이 없다. 나도 붉은 노을을 자전거 바퀴에 조준하며 몇 컷을 찍고 다리에 새겨진 글을 들여다보았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생태교량 ‘자전거다리’다. 이 갯골은 한 바퀴 돌아 나오려면 갯고랑을 건널 수 없어서 도중하차하던 곳이다. 갯고랑에 자전거 한대가 놓이면서 사람들은 이 다리를 넘어서 시흥생태공원을 한 바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라는 ‘제중원(濟衆院)’의 처음 명칭은 왕립 광혜원(廣惠院)이었다.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우정국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치료한 미국 의료선교사 알렌이 고종에게 건의, 1885년 4월 10일 서울 재동에 설치 될 때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나 2주 만인 4월26일 폐지되고 ‘사람을 구제하는 집’이라는 뜻의 제중원으로 개명됐다, 이유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광혜원은 왕실 관계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이었던 반면 이름이 바뀐후 일반인들의 병을 치료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중원은 개원이후 치료기관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우리 근대의학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갑오개혁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년 만인 1904년 제중원이란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인 실업가 세브란스의 재정지원을 받아 그해 남대문근처로 제중원을 옮기고 이름을 세브란스병원이라 명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중원이 지난 10일 설립 130년 주년이 됐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측은 자신들이 ‘제중원의 적자’라며 뿌리논쟁을 벌였다. ‘제중원
메가톤급 태풍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현 정권 실세 8명의 이름과 준 돈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여야 모두가 숨죽이지 않을 수 없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죽기를 각오하고 실명을 거론한데다 과거에도 이 같은 정치자금이나 뇌물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와 이를 밝히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차떼기’ 사건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정치자금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는데 국민들은 충격이다. 회계처리 과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없었다고 하면 뇌물로 흘러들어갔을 공산도 크다. 명단이 공개된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2002년 대선 당시 재벌그룹들로부터 받은 580억원의 불법자금을 트럭으로 실어날랐던 데서 ‘차떼기’라는 말이 유래했다. 불법적이고 비정상적 방법으로 선거자금 모금이 그동안 관행처럼 있어왔는데다 정권 실세들에게 거액을 돌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일대를 안전시범지역으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 지역민들을 기쁘게 했다. 지동일대는 이른 바 구도심으로서 인근에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 사적(史蹟)인 화성 동편성곽과 시설과 접해있다. 따라서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에 슬럼화 되고 범죄우려지역이란 손가락질까지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오원춘 사건까지 벌어져 주민들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지금 주민들은 이 사건이 한시바삐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를 바란다. 그만큼 지동 사람들의 트라우마는 매우 깊었다. 지난 8일 밤 이 지역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와 함께 찾아갔다. 이날 현장방문은 경기연정의 일환인 ‘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 여섯 번째 행사였다. 남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선거 때마다 항상 표를 많이 얻었던 지역구라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남지사는 지동방범순찰대 박경숙 대장을 비롯한 순찰대원들과 함께 골목길 곳곳 야간순찰을 하면서 “지동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면 모범적인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면서 우범지역으로 알려진 지동 일대를 안전시범지역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외진 골목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가로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궁합’이라는 것을 맞춰본다. 서로간의 장점과 단점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미리 살펴봐야 세상살이가 좀 더 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무예에서 사용하는 무기들도 궁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서로 절대 맞서지 말아야 할 ‘상극(相剋)’이 있고, 서로 함께 싸워야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상생(相生)’이 그저 관념화된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전의 경험을 통해서 완성된 것이다. 낭선(잔가지가 달린 창)이라는 무기는 가지를 남겨 놓은 4미터가 넘는 대나무 장대 가지하나 하나에 수십 개씩 철편을 달아 사용했던 무기였다. 특히 그 가지에 달린 철편에는 독약을 발라 조금만 스쳐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 충분하였다. 그래서 일종의 움직이는 가시철조망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런데 낭선과 창이 대결을 하면 반드시 낭선이 이기게 되어 있다. 이는 낭선의 철편들이 저마다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창을 휘감아 버리기에 창이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낭선과 창은 상극의 관계다. 등패 역시 조선후기에 보급된 방어용 방패의 일종인데, 현재 베트남지역을
일본 도쿄의 세타가야구는 빗물활용을 잘하고 있는 지자체 중의 하나이다. 세타가야 구는 ‘세타가야 댐’이란 것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산 사이의 골짜기로 흐르는 하천을 막아 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도심 속에 분산형 빗물이용 저류조나 침투시설을 많이 설치해 소규모 시설이 대규모의 댐 역할을 수행하는 물순환·빗물관리 시설이다. 이를 통해 도시홍수를 줄인다. 뿐만 아니라 도시열섬화를 방지하고 하천 건천화를 예방하고 있다. 빗물은 하늘에서 뿌려주기 때문에 손쉽게, 공짜로 얻는 물이다. 하지만 요즘은 건물과 포장도로가 많은 도시의 불투수층(不透水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대부분 하수도나 하천으로 버려지고 있다. 이 말은 곧 지하수 침투 수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면서 지하수 고갈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하수관거나 콘크리트 하천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하천 범람과 침수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보도블록이나 잔디 나무 등 녹지공간으로 바꿔야한다. 또 도심 대형건물 등에 대형 저류조 설치를 의무화하고, 일반 주택단지에 공동 빗물저류조를 설치하는 등 빗물시설의 확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빗물이용에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