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일 곧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는 일만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영혼을 개선하고, 영혼의 신적 본원을 일깨우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일이 모든 사람들의 근본 사명인 것은 이를 달성하는 데 아무런 장애도 없는 유일한 목표라는 사실에 비추어 봐도 명백하다. 젊었을 때, 우리는 인간의 사명은 끊임없는 자기완성이며, 심지어 모든 인류의 죄악과 불행을 제거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공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런 공상 속에 세속의 때가 묻어 오랫동안 인간 본연의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노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며 그저 주어진 그대로 살라고 충고하는 말보다 훨씬 더 많은 진리가 들어있다. 젊었을 때의 공상이 잘못된 것은 자기완성과 자기 영혼의 완성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과 장차 일어날 일을 지금 당장 눈앞에서 보고 싶어 한다는 것뿐이다. 나날이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삶보다 좋은 삶은 없으며, 실제로 자신이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보다 큰 기쁨은 없다. 이것이 내가 오늘까지 끊임없이 경험해온
세종(世宗)의 위대함은 애민(愛民)정신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실천의지와 식지 않은 열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글창제나 과학기기의 발명을 위해 노예 출신의 장영실을 중용한 일, 그리고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맞는 역법인 칠정산내외편의 창조 등은 모두가 백성을 사랑한 아름다운 꿈을 이루려는 노력의 결실임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요즈음의 분열이 극을 이루고 혼탁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를 보며 세종과 같은 지도자를 고대하는 마음이 크다. 특별히 분단 후 역대 대통령들의 행적 중 남북문제에서 의미가 있었거나 아쉬웠던 점을 돌아보며 현 상황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먼저 박정희 대통령이다. 반공을 국시로 삼은 정권임에도 북한과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7.4공동성명을 합의하여 민족통합의 대원칙을 만든 것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다. 노태우 대통령은 군사구데타라는 정통성의 근본적 하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7.7선언’이라는 가치 있는 정책을 주도한 점은 평가하고 싶다. 북한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면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점은 평
3년 만에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 반은 3월 20일에 마스크가 해제된 이후에 바로 독감이 유행해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고 싶으면 벗어도 된다고 했지만, 독감에 걸려 학교를 못 나오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인지 다들 꿋꿋하게 벗지 않았다. 그러다 비가 많이 와서 교실이 눅눅해진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밖에서 비를 맞으면서 신나게 놀고 들어 왔다. 샤워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열기와 바깥의 습기가 합쳐지니 교실 안이 금세 끈적해졌다. 창문을 활짝 열기에는 비가 들이치는 상황이라 조금만 열어뒀고, 에어컨을 틀기에는 추워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몸도 마음도 꿉꿉한 채로 수업을 진행했다. 창문에 김이 서릴 정도로 습기와 끈적함이 몰아치던 그때 한 친구가 큰 소리로 “선생님 마스크 벗어도 돼요?”라고 외쳤다. “당연하지!”라는 나의 대답과 함께 아이들이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마스크를 집어 던졌다. 동시에 ‘마스크 벗으니까 너무 좋다’, ‘완전 시원해’, ‘마스크 너무 답답했어!’ 라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9살 어린이들의 쫑알거리는 목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3월 20일에 다 같이 한꺼번
한국경제가 새해들어 점점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오랫동안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 안주해오다, 2020년 이후 블록화와 국가주의,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시시각각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25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적자(447억 9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30여년간 ‘달러박스’로 여겨졌던 대중국 수출이 지난해부터 본격 추락하더니 급기야 올 1분기엔 79억달러에 이르는 역대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30%까지 차지했던 대중국수출 비중도 올해 20% 아래로 떨어졌고 그 여파로 한국은 지난달까지 13개월째 무역적자 행진이다. 대중국 수출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장기적 하락추세를 감안할때 중국의 산업고도화에 따른 한국의 경쟁력 하락에 더 본질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현 정부 들어 강화하고 있는 한미동맹도 대중무역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마저 자국주의 수위를 잇따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한국 경
최근 국회에서 음력 8월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지정하는 법률이 통과되어 1000만 이산가족들의 오래 바람이 현실화 되었다. 이산가족단체들은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어 이산가족문제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세대를 이어 두고두고 이산가족의 역사적 의미와 교훈, 실천의지를 간직하고자 그동안 이산가족의 날 지정을 희망해 왔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지정이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산가족문제를 인도적 문제로 보고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해결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면 북한은 월남 이산가족은 북한 체제를 등지고 떠났다는 이유로 존재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였다. 비록 남북한간 합의로 고향방문단 교환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수차례 진행하였지만, 가족을 상봉한 이산가족은 2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상봉신청 이산가족 대부분이 70대 이상이어서 북한에 생존해 있을 지도 모르는 혈육 상봉의 기회가 점차 소멸되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부디 많은 고령 이산가족분들이 건강하게 100세이상 장수하시면서 북한의 혈육과 살아생전에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한다.…
경기신문 3일자 1면에는 한 여성의 옆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사진이 실렸다. 이 여성은 발달장애를 겪는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의왕시민 김미하 씨다. 그녀는 유방암 4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이며 남편은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났다. 극한의 정신‧신체적 고통을 견뎌야 하는 항암치료를 받는 몸이면서도 경기도와 의왕시에 발달장애인들의 주거유지 돌봄체계를 요구해왔다. 도는 발달장애 24시간 돌봄, 장애인 기회소득, 훈련장애인 기회수당, 장애인 누림통장, 장애인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지원 강화 등 장애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발달장애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난 3월 30일 김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김 씨는 김 지사와 경기도에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김 씨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고 이에 김 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실 부모들이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은 발달장애인 자녀들은 혼자가 되어 장애인거주시설로 가야한다. 경기신문에 따르면 김 지사는 김씨에게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가 모범이 되겠다면서 “경기도와 의왕시는 남
넷플릭스의 다큐 시리즈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나는 신이다』를 보며 한숨 내쉰 사람이 한두 명 아닐 것이다. 보편과 상식의 세계에서 상상조차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입장을 표명하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의문을 하나로 축약하면 '어떻게 사람들이 뻔한 거짓말에 그리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을까?'가 아닐까 한다. 실제 다큐에서 다룬 사이비 교주들은 누가 보더라도 특별난 게 없는 사람들이다. 학력이나 지나온 삶을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뒤처진다. JMS 정명석의 경우 학력이 초졸인데 소개된 사이비 교주 대부분이 저학력자들이다. 기독교 교단에서 엘리트 코스는커녕 평범한 과정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 반면에 그들을 떠받든 신자들은 대졸 학력이거나 중산층 이상이다. 성폭력 혐의로 수감 중인 이재록이 세운 교회에는 회계사 등 사회의 엘리트들이 적잖이 포진돼 있다. 이들이 성금 등으로 한 번에 건네는 봉투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경제적 능력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명석이 수배 중이었을 때 법률 팀을 이끈 신도는 검사와 국정원 직원, 육사 출신 군 간부, 대학교수 등 사회 엘리트층이었다. JMS 교회 중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막강한 초나라 군대가 송나라를 향해 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송나라의 참모가 주군인 양공에게 건의했다. “적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 공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양공은 “그건 의로운 싸움이 아니다. 정정당당히 싸워야 참된 패자가 될 수 있다.”라며 거절했다. 강을 건넌 초나라가 채 진용을 갖추려 하는 순간 다시 건의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진용을 미처 가다듬기 전에 치면 적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군자는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괴롭히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거절했고 전쟁의 결과는 송나라의 패배와 송양공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후세사람들은 이를 ‘송양지인’이라 하여 제 분수를 모르고 명분만을 내세워 상대방을 동정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영웅 안중근 의사에게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1908년 안중근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함경북도 경흥과 신아산 부근에서 국내 진공작전을 수행하면서 5명의 일본군을 포로로 잡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포로 처리를 두고 안중근은 주위의 반대에 국제공법을 들어 처벌치 않고 석방해 주었다. 포로의 정보로 일본군은 독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