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존경을 받는다. 그는 대통령선거에서 52%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현 지지율은 65%나 된다. 그의 행적을 보면 그럴 만 하다. 재임 기간 서민주택 건설 사업에 40만 달러(약 4억3천644만 원)를 기부했다. 서민주택 건설 사업은 무히카 정부가 취약계층에 5만 가구 주택 공급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월급을 보태서라도 서민주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재임기간 중 월급의 87%를 자신이 속한 정당과 사회단체에 기부해왔다. 그는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에 살지 않는다. 대통령관저는 노숙자들의 휴식공간으로 내어주고 아내 소유의 감정가 10만8천달러짜리 농장에서 살고 있다. 무히카 대통령의 재산 목록에 올라있는 것은 허름한 농장과 1987년형 소형자동차, 트랙터 2대, 몇 대의 농기구가 전부이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걸맞는 인물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의 책임이나 의무, 도덕성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다분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 재벌이나
지난해 대한민국 여름을 강타한 영화는, 완전무결한 장수이자 영웅을 넘어 ‘성웅’으로까지 칭송받는 이순신의 명량해전 기록을 다룬 ‘명량’일 것이다. 무려 한 시간에 달하는 전투 장면은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였던 명량대첩을 영화에 그려냈으며 거기서 발한 것은 극한의 상황에서 빛난 이순신의 리더십이다. 그 무엇보다도 전 국민의 1천7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구심력은 역사를 기억하려는 국민들의 열정적인 애국심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는 지금 이 시점에 온 국민이 그토록 목말라하는 영향력 있는 리더십 부재이며 특히 리더다운 리더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더에 대한 신뢰와 책임을 갖고 따라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말이지만 리더를 믿고 따르는 원초적인 흔들림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이순신에 대한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기에 역사를 이끌어 온 수많은 위인들이 존재하지만, 존경하는 위인 조사를 할 때마다, 세종대왕과 함께 매번 1, 2위를 다투는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다. 영화 ‘명량’의 흥행과 더불어 얼마 전, 필자는 부산에서…
지난해 시험문제 부정 유출 교사의 학생부 조작 사건으로 고교 학생생활기록부의 신뢰성과 이 학생부를 토대로 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전형)의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의 교사는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리거나 받지도 않은 수상경력을 허위 조작하고, 가지도 않은 해외 체험학습 보고서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주었다. 해당 학생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지난해 대학에 합격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전형)의 평가방식이 아니라 직업윤리의식을 상실한 부도덕한 교사와 삐뚤어진 교육열과 과욕을 가진 학부모에 있다. 지난 2007년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전형)은 고교생활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 다양한 진로탐색을 하여 자신의 끼(잠재력)를 발현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2015학년도에는 전국의 133개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로 인해 내신 성적을 신뢰할 수 없게 되어도 학생부 교과전형에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으면서, 문제의 학생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입학사정관전형 평가의 허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015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에는 외부경력사항을 기재할 수 없으
이라크 바그다드의 알리바바 광장에 가면 ‘아라비안 나이트’에 실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야기의 한 장면이 조형물로 표현되어 있다. 알리바바의 여종 카흐라마나가 40명의 도둑이 숨어 있는 항아리에 뜨거운 기름을 붓는 장면이다. 영리한 여종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 알리바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교훈담중 하나다. 우연히 도적떼가 보물을 숨겨둔 동굴을 발견했고 그 동굴의 문을 여는 주문이 '열려라 참깨'라는 것과 함께. 천일야화의 대표작 주인공 알리바바와 이름이 똑 같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최근 세계 여기저기 돈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열려라참깨’ 를 외치고 있다. 영어 교사였던 마윈(馬雲)이 알리바바사이트를 개설한것은 1999년이다. 다음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소프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처음 만난 알리바바 마윈의 투자제의에 6시간만에 선뜻 2천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 결정으로 대박이 났지만. 2003년엔 또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개설, 미국의 ‘이베이’를 중국 시장에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회견 직후 “청와대 문건 파동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고뇌에 찬 자성을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며 “그 토대 위에서 특보단을 신설하는 등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박 대통령의 회견은 불통의 자화자찬 회견이 됐다”며 “‘그간 소통이 잘되었다’고 박 대통령이 스스로 강변하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고 총평했다. 여야는 어차피 상반된 입장을 내놓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예상됐던 답변들이 너무 많이 나오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일정 부분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청와대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은커녕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신임을 재차 확인하고, ‘문고리 권력 3인’이라 일컫는 청와대 보좌진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리가 확인되지 않았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며 면죄부를 주었다. 예상했던 답변들이다. 이어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이 만들어낸 국정혼
수원시는 그동안 인구 120만명의 대도시임에도 기초자치단체에 묶여있어 시민들이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대도시에 걸맞은 법적지위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최근 도내에서 인구 100만명이 넘은 고양시와 100만명을 앞두고 있는 성남시, 용인시, 108만명인 경남 창원시 등과 대도시 기초지자체 특례를 만들기 위해 보조를 함께 해왔다. 특히 지난 2013년 8월에는 이들 5개 대도시가 창원에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 간담회를 개최, 광역시에 준하는 법적 지위와 권한을 요구하는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는 시민을 위해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위한 제도를 갖추자는 것이 근본 취지’라고 강조한 뒤 도시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다짐했다. 물론 겉으로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라고 했지만 이들 도시의 속내는 광역시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창원시 안상수시장이 가장 먼저 광역시를 추진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내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안된다’며 안 시장 계획을 반대했다. ‘도를…
전철역의 이름을 놓고 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이 광교신도시를 통과하면서 설치될 3개 역명을 놓고 주민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광교’를 고수하려는 광교주민과 주장과 용인지역에 광교역명을 넣으려는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 이름에 광교를 넣기 위한 집단민원이 폭주해 수원시와 용인시가 곤욕을 단단히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기대 학생들까지 경기대역 고수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전쟁이나 다름없는 역 이름에 대한 갈등은 대학에서부터 일어났다. 지하철 역명에서 대학 이름을 표기하거나 병기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지대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걸어가려면 30분은 걸린다. 영통(경희대역)에서 경희대 국제캠퍼스 정문까지 16분 거리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성북역은 난데없이 광운대역으로, 경의선 서강역은 서강대학교 측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어느 틈엔가 서강대역으로 바뀌었다. 정자역~광교신도시 구간에 운영 예정인 역은 당초 신대역(SB04역), 경기도청역(SB05역), 경기대역(SB05-1역) 등으로 불렸지만 역 이름이 어찌…
무예에도 맛이 있다. 똑같은 무예를 수련한다 하더라도 어느 선생님께 배우냐에 따라 수련의 궁극적 지점과 실제 움직임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에 수련자의 품성 또한 무예의 맛을 변화시킨다. 성질이 급하고 저돌적인 사람이라면 무예에서도 그 조급한 마음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오게 된다. 그래서 한 선생님께 배웠을지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에서 몸으로 전수되는 무예도 저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무예를 배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마다 자신만의 맛을 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더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속도를 추구하고 다른이는 파괴력에 주안점을 두고 무예 수련의 내용을 변화시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무예라는 것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기본기다. 제대로 권을 지르거나 발을 들어 올려 차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검술이라면 반듯하게 머리 위로 칼을 들었다가 한번 크게 내려 베는 기법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기 수련을 바탕으로 연속 동작을 수련하여 가상의 공방을 이어내는 것이 형 혹은 투로가 되는 것이다. 지나친 속도나 파괴력을 얻기 위하여 변형된 수련은 기본기까지도 변화시킨다. 특히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과히 높지 않은 산들이 울타리처럼 빼곡히 둘러앉은 지형이 위에서 보면 흡사 삼태를 닮았다고 하는 산골 마을, 큰 부자가 나올 리도 없겠지만 돈을 한 삼태만 벌면 떠나야 하는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농토라고 해 봐야 그다지 넓지도 않았고 그것도 없는 사람들은 산 비알을 일구며 작물을 기르기도 했다. 따라서 평야지대와는 재배되는 농작물의 종류나 규모 또한 단순했다. 그 밖의 채소도 집에서 먹을 만큼 심었다. 오래 전이기도 했지만 수도권이라고는 해도 근교 농업이나 목축을 하는 집도 없이 근근이 사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여러 자식을 기르며 교육을 시켰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설을 쇠고 며칠이 지나나지 않아 아버지께서는 아버지의 외가댁 즉 할머니의 친정이나 큰 고모님께 세배도 드리고 층층시하에서 살얼음판 같은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 막내 동생을 찾아보러 떠나셨다. 아버지께서 집을 비우시는 일은 거의 없어서 하룻밤을 지내고 우리 남매는 동네를 드나드는 큰 길이 보이는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놀며 아버지를 기다렸다. 북서풍이 매서운 해질녘에 잿빛 두루마기에 중절모를 쓰고 좁다란 마을 안길로 접어드시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갔다. 저녁
이어령 선생은 “20세기가 전문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통합의 시대라고 했다. 21세기 통합의 시대에는 어느 것 하나만 잘해가지고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어 있다. 앞으로 지식사회를 선도해갈 인재들은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간과한 지식 대통합을 통해 분야를 넘나드는 창조적 사고를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했다. 창조적 상상력의 기반이 되는 느낌과 감정과 직관의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오늘의 절대적인 명령과 같이 됐다. 얼마 전 서점에 들렀다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을 보았다. 거기에는 서울대에서 최우등생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중 하나는 교수가 강의 중에 한 말을 최대한 그대로 받아쓰고, 그것을 시험지에,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학점을 잘 받는 첩경이라고 했다. 영국에서도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캠브리지나 다른 대학에서 시험이란 극한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험성적이 개인의 명예와 직결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험은 주로 ‘암기와 빠른 구두답변’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학생들은 시험지에 교수의 강의내용을 최대한 옮겨놓지 않으면 안 됐다. 20세기 전문가 시대에는 모든 분야를 쪼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