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장 /조재학 유리문이 닫힌 저것을 나는 그릇장이라 부른다 닫혔다는 말에는 왜 부패의 냄새가 나는 것일까 갇힌 것들은 나름 거리를 두고 있다 그 사이에 그릇의 적막이 어둠처럼 고여 있다 언제 들어갔는지 파리 한 마리 유리문을 차며 날개를 휘젓는다 문은 끄떡없다 벽시계가 제 유리 안에서 팔을 휘젓고 있다 -시집 ‘날개가 긴 새들은 언제 오는가’에서 닫힌 문 안에서는 어떤 것도 살아있지 못한다. 닫힌 것 안에서는 시간조차도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닫힌 것 안에는 어둠만 갇혀 있고 그 안에서는 부패의 냄새가 풍겨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작용이 없다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닫힌다는 개념 속에는 보존과 보관의 개념도 충분히 들어는 있다. 하지만 아무도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없는 닫힌 공간에 대한 부패 우려가 더 크고 두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장종권 시인
방미길에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귀국하면서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문정왕후 어보(御寶)와 현종 어보도 함께 돌아왔다. 종묘 정전과 영녕전에 봉안돼 있던 어보는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을 위해 제작된 의례용 도장으로 왕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번에 돌아온 어보는 지난 6·25 전쟁 전후 외국으로 불법 반출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넘어갔다가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4년 간 협의한 끝에 성과를 얻어냈다.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 반환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중인 지난 30일(현지시각) 어보 양도서를 미국 대표가 한국 대표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실 이번 우리 문화재 반환에 공이 컸던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국회의원(오산)과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교수 등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9월 혜문스님(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을 두 차례나 방문, 적극적인 협상을 벌였다. 당시 프레드 골드스틴 LACMA 수석 부관장이 “어보가 종묘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사실이 분명하므로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안 의원과 김 교수 등이 그동안 끈질기게 증거
노인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노년을 외롭게 지내다가 마지막까지도 지켜봐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는 고독사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메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453만9천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5.3%다. 이중 홀몸노인이 140만가구다.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700만 명의 20%나 되는 것이다. 즉 노인 열 명 중 두 명은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어 홀몸노인 가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2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노인 빈곤율이 무려 61.7%로서 OECD국가 가운데 1위다. 고독사의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빈곤과 외로움이다. 병을 앓고 있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 노인들의 소식이 주변에서 들려오지만 노인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다. 고독사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공식적인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600명에서 700명의 노인이 외로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주장한다. 홀몸 노인들의 빈곤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도와줘야
약주 한 잔 드시면 젊은 시절 잘나갔던 얘기를 한참이나 하시는 70이 훌쩍 넘은 참전 유공자 어르신이 계시다. 슬하에 4남매를 둔 그분은 40년 넘는 세월을 깜깜한 새벽에 나가 자식들 다 잠든 밤에 들어오는 고된 노동일을 하셨고, 평생 남의 집살이를 하다가 10여 년 전쯤 처음으로 아파트 한 채를 대출받아 구입하셨다. 자식들이 보태주는 생활비와 얼마 안 되는 참전수당으로 노후를 지내고 계신 어르신…. 이처럼 호국보훈의 달에 크고 작은 여러 행사에 참석하시는 연로하신 유공자 어르신들을 보며, 그분들의 노후를 위해 국가보훈처가 지원하는 여러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장기요양 급여지원 제도가 있다. 연로하신 국가 유공자 분들 중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장기요양 급여지원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보훈요양원뿐만 아니라 민간요양원의 서비스를 받는 분들도 가능한데, 노인장기요양등급(1~5급)을 받은 분 중 의료급여대상자, 차상위계층 혹은 기타 감경대상자로 생활이 어려운 분들은 본인부담금의 40~80%를 지원해 드리는 제도이다. 또한 국가보훈처는 재가복지서비스를 마련하여 보훈복지사와 보훈섬김이가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의 꼭 필요한 케
정조는 신도시 수원화성을 만든 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러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친다. 이 중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양재역(良才驛-驛館)을 수원으로 이전하는 대대적인 사업을 펼친다. 그리고 이전된 역을 영화역이라 고쳐 부른다. 당시 역(驛)은 주요교통로에 설치해 국가의 명령과 공문서 및 변방의 긴급한 군사 상황의 전달을 하였다. 그리고 외국 사신의 영송(迎送)과 접대, 공공물자의 운송 등과 같은 공공 업무를 위해 설치된 교통 통신기관으로 숙박도 겸하였다. 영화역의 역할은 한양에서 영남으로 가는 좌로(左路: 한양-양재-용인-양지-죽산-충주-상주-대구)와 호남으로 가는 우로(右路: 한양-과천-수원-진위-공주-전주)를 총괄하는 것이다. 이 역은 100년간 운영되다가 1896년 용도폐지되어 사라졌지만, 수원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영화역 뜻은 화산(華山,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산)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정조가 직접 지었다. 수원화성의 외곽시설-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20년이 지나 성년이 되었다. 그동안은 성곽과 행궁만 생각하였는데 이제는 범위를 넓혀 외부의 관련 시설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이 중 중요한 것을 살펴보면 한강의 용양봉저정(龍?鳳저亭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이른 무더위가 찾아와 예년보다 일찍 선풍기를 창고에서 꺼내놓았다. 마치 미이라처럼 부직포로 잘 싸매두어서 먼지도 없고 깨끗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2~2016년 선풍기로 인한 화재 발생 건수는 총 721건으로 사망 6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44명에 이른다. 원인별로는 전선피복이 벗겨지거나 합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적 원인이 60%(435건)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모터 과열 등 기계적 원인은 36%(256건), 부주의로 인한 경우는 2%(12건)으로 파악되었다. 최초의 선풍기는 17세기 천장에 추를 매단 끈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서 상하로 움직여 바람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 이후 에디슨에 의해 전기모터의 축동력으로 날개를 회전시키는 오늘날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선풍기를 발명한 것이다. 선풍기의 주요 구조부는 스탠드지주, 전동기, 날개(팬)보호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선풍기 화재 대부분은 전동기를 감싼 플라스틱 보호커버 안에 있는 먼지가 전기 스파크에 의해 접염이 되어 발생하거나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모터가 과열되어 전기합선으로 발화된다. 그 밖에 선풍기의 뒷부분 통풍구에 수건이나 옷 등을 건조하거나 문어발식 전기코드 사용 등 부주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하였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도 3개월 정도 건설을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을 통해 계속 건설할 것인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에 반론이 일자 전문가도 참여시키겠다고 했지만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 결국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하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의 표명이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대선공약이기도 하고 국민의 뜻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방향은 맞지만 현실성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과연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드는 또 다른 사례로 한미 FTA 문제가 있다. 미국 언론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반면, 우리 정부는 재협상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의지는 회담 전후로 계속 표출되었기에 이미 불가피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명박 정부 때 한미 FTA를 반대하던 대규모 촛불시위를 기억한다. 그 때는 국회동의와 비준절차가 진행되었고, 실제 한미 FTA
국가를 상징하는 인장의 명칭은 새(璽), 보(寶), 어보(御寶), 어새(御璽), 옥새(玉璽), 국새(國璽)등 다양하다. 그중 새(璽), 보(寶)는 나라의 인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보(御寶), 어새(御璽)는 시호, 존호 등을 새긴 왕실의 인장을 뜻하는 말이다. 옥새(玉璽)는 재질이 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새는 국사(國事)에 사용되는 관인으로서 나라의 중요문서에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국새는 국가 권위를 상징하며, 그 나라의 시대성과 국력,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물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국권의 상징인 국새가 가진 불가침의 권위와 신성성은 다소 퇴색하였으나, 지금도 국새의 상징적 의미는 그대로 존재한다. 지금도 정부에서는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대통령이 임용하는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외교문서, 훈장증 등 국가 중요문서에 국새를 사용하고 있다. 국새는 우리나라 일본등 동양에서는 인장의 형태로, 미국 영국 프랑스등 서양에서는 압인(壓印)의 형태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왕권과 왕실을 상징하는 어보는 가례(嘉禮) 등 왕실의 각종 의례에 사용되던 의식용 인장으로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종묘에서 관리하던 어보는 조
묵지墨池 /이용헌 벼루의 가운데가 닳아 있다 움푹진 바닥에 먹물이 고여 있다 바람을 가르던 붓끝은 문밖을 향해 누웠고 막 피어난 풍란 한 촉 날숨에도 하늑인다 고요가 묵향을 문틈으로 나른다 문살에 비친 거미가 가부좌를 푼다 격자무늬 창문을 살며시 잦힌다 달을 품은 창문은 한 장의 묵화 어둠 갈아 바른 허공에도 묵향이 퍼진다 지상의 화공이 붓을 들어 꽃을 그릴 때 천상의 화공은 여백만 칠했을 뿐 달을 그린 화공은 어디에 있는가 길 건너 미루나무 먹빛으로 촉촉하고 검푸른 들판 위에 연못이 잠잠하다 갈필(渴筆)로 그리다 만 한 생애만이 마음속 늪지에서 거친 숨 적시고 있다 - 시집‘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밤이었겠다. 달빛 교교했겠다. 체험은 시가 아니고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체험이 시라고 했던가. 감정은 시가 아니고 감정을 바로 그 감정으로 만들어주는 감정이 시라고, 말은 시가 아니고 말을 틀어쥐고 있다가 어느 순간 놓아주는 말이 시라고 했던가. 달빛 교교한 밤 창문이 한 장의 묵지가 될 때 거기에 비치는 온갖 물상은 시적 영감의 대상이 되어 하나 하나 묵지에 드리워진다. 그냥 스쳐 지날 수 있는 풍경을 시인의 감각 속에 가둘 때 눈에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