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숲에 숨어 있는 뱀에게 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막대기 같은 것으로 주변의 풀을 쳐서 뱀이 스스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그와 같이 우리 삶 속에서 상대를 꼭 알아야 할 때 이런저런 방법을 써 파악해 보는 방법을 打草驚蛇(타초경사)라 한다. 중국 당나라 때 어느 지방 貪官汚吏(탐관오리)로 이름난 한 縣令(현령)이 있었는데 온갖 명목을 붙여 세금을 거둬들이고 착복하자 어려움에 빠진 백성들은 일부러 현령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과 부패를 낱낱이 적어 고발장을 올렸다. 이 고발장을 읽던 현령은 깜짝 놀라면서 汝雖打草 吾已驚蛇(여수타초 오이경사)란 글을 적어 옆에 두고 떨리는 가슴을 어찌하지 못했다. ‘너희들이 비록 풀밭을 건드렸지만 나는 이미 놀란 뱀과 같다’란 뜻의 이 말을 살펴보면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현령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겁먹고 놀랐던 것이다. 이렇게 梁(양)씨를 징계해서 李(이)씨를 각성하게 만든 백성들의 지혜는 높아 뜻한 바 달성되었다. 도둑도 도망갈 곳을 터놓고 쫓아야 한다고 했다. 미리 풀을 두들겨 뱀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말은 급박한 일일수록
건설업계의 입찰 담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것도 1군 대형 건설사들이 벌이는 짓이다. 솜방망이 처벌 때문인지 담합은 치유하기 어려운 고질병이 된 채 수십년 이상 관행으로 지속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들리던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입찰에서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입찰에 참여한 21개 건설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천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무려 10억에서 140억원까지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에 가담한 대우와 현대, SK, GS건설 등 21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과징금 부과와 함께 공사를 낙찰 받은 15개 건설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최근 4대강 담합 11개사 임원 22명을 기소한 직후여서 수사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일부 건설사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까지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눠 먹기식으로 낙찰 받은 것도 모자라 대기업들이 부도덕한 행위마저 서슴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그동안 인천시의회의 꾸준한 의혹제기가 있어 왔던 터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들은 예외 없이…
본보 연중기획 ‘함께해요 2014’ 첫 지면을 장식한 안양 (주)노루페인트 관련기사는 새해를 훈훈하게 연 모범적인 사례였다. 최근 철도파업을 통해 느꼈듯이 불신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사회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노루페인트는 1945년에 설립된 우리나라의 내실 있는 대표 페인트 전문기업답게 국내 페인트 업계에서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웠다. KS마크 획득, 기술연구소 설립, 1천만 달러 수출탑 수상 등이다. 또 최다 친환경 인증 보유, 8년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수상, 12년간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 등 기록도 세웠다. 2008년엔 베이징올림픽 공식 도료업체로 선정됐다. 쟁쟁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중국 자금성과 심양고궁 재도장 사업도 수주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이 회사의 성장 역시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노루페인트가 대한민국 대표 페인트 전문기업으로 우뚝 선 것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신의 벽을 깨뜨리고 노사가 서로 신뢰하며 노력한 결과다. 노루페인트는 15년 연속 ‘1차 협상 타결 무분규 사업장’이라는 신화를 이룩한 기업이다. 회사와 근로자의 공생을 위해 양측이 한발씩 물러선 결과라고 한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2014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표했다. ‘남북 대결상태 해소’라는 지난해 신년사에 견주어 본다면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바탕으로 금년에는 관계를 개선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의해 자행된 일련의 행위를 반추해 볼 때 김정은의 신년사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북한은 신년사가 발표되기 직전 우리 정부를 향해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해 11월22일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 이후 12월19일에는 “예고 없이 가차 없는 보복행동을 무자비하게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24일에는 “박근혜는 민심을 거역하였다가 수치스러운 죽음을 당한 선친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보다 더 추악한 사대 매국노 정권이다”고 비난했다. 이날 김정은도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고 싸움준비 완성에 최대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시
禮記(예기)에 나오는 말이다. 활쏘기를 함에 있어 꼭 과녁 맞추기를 위주로 하지 않고, 몸가짐과 예법 절차를 중시하는 활쏘기를 가리킨다. 승패만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禮(예)와 樂(낙)에 맞춰 활쏘기 한다는 것이다. 고전에 활쏘기를 정기지(定其志)라 적고 있는데 곧 뜻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 활쏘기를 시켜보면 인격수양이 얼마나 되어 흔들리지 않고 바른지를 알 수가 있다. 활을 단순히 무기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고대에는 사람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삼았으며, 꼭 명중한 것만을 보지 않았다. 중국 송나라 대문호인 程頤(정이)는 中庸(중용)이란 말 가운데 中자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치우치지도 않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다(不偏不倚無過不及)’. 화살이 과녁을 지나쳐 멀리에 꽂히는 것을 過(과)라 하였고, 힘없이 과녁 근처에도 못가고 땅에 떨어진 것을 不及(불급)이라 하였는데 이 모두 中(중)으로 보았다. 孔子(공자)도 ‘힘쓰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똑같은 기준을 두고 거기에 맞추는 것은 옛사람들의 道(도)에도 없다. 그러니 과녁만을 맞추는 것으로 승부를 가른다면 절대로 공평하지 못하다’ 하였다.
말의 해가 열렸다. 해가 바뀌면 새롭게 목표를 설정하고 잘 살아볼 거라고 다짐을 한다. 비록 작심삼일에 그칠지라도 떠오르는 첫 태양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혹은 금연을 하겠다고, 술을 끊어 보겠다며 당찬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말띠인 여동생이 있다. 유난히 눈물도 많고 정도 많다. 팔 남매 중 다섯 번째인 그는 다른 형제들과 조금 달랐다. 성격도 활달하고 거침이 없으며 우리 형제들이 두루뭉술하게 생긴 데 반해 개성적으로 생겼다. 하여 어릴 때는 놀림도 많이 받았다. 다리 밑에서 주어왔다는 이웃집 삼촌의 놀림을 받던 동생은 어머니께 야단을 맞은 날은 생모를 찾겠다며 다리 밑을 서성이곤 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도 동생과 싸운다고 꾸중을 들은 동생은 다리 밑에 쭈그리고 앉아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었다. 다리에 물은 차오르는데 엄마를 찾겠다고 울고 있던 아이가 마흔아홉 어엿한 중년이 되었다. 말처럼 달리며 지칠 줄 모르는 그녀, 철없던 20대 초반 반건달 같은 사내와 눈이 맞아 덜컥 살림을 차렸고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했다
2014년의 중요한 국가 사회적 일정 중 하나가 6·4지방선거다. 벌써 정권 중간평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제이다. 주민이 모여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주민의 부담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철저히 지역의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과정을 통해 주민의 선호를 확인하고 주민의 합의를 구하는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강조돼야 하고, 이런 의미에서 정책 선거가 더욱 중요하다. 주민이 원하는 정책을 찾아야 이에 경기도 선관위의 지원을 받아서 정책선거를 위한 추진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미 행정, 재정/여성, 인권/경제, 지역개발/환경, 복지 등의 분과를 구성하여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 주민들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지방정치의 무관심을 보이는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중앙의 정당정치에 대해서는 과열 증세를 보이다가 지방의 정치는 중앙의 종속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방선거에 정당 공천을 배제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어렵다. 중앙의 책임 하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주민의 무관심이 무기력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 한강에서는 얼음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강 한 가운데 인도교 부근에서다. 대부분 얼음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견지낚싯대를 예닐곱대씩 드리운 전문 꾼들이다. 손맛을 보기 위해 엄동설한에 얼음 위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로는 대단한 취미다 싶겠지만 사실 이들은 낚시광이라기보다 전문 어부들에 가까웠다. 생업이 고기 잡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한겨울이면 한강 곳곳에서 얼음아래 물고기를 몰아 ‘방’을 만들고 그 위에 구멍을 뚫어 잉어를 잡는 견지 낚시터가 많았다. 상류인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지역을 비롯 왕십리, 뚝섬 등 한강 상류 곳곳에서 1970년대 초까지 성행하던 우리의 겨울철 얼음낚시 풍속이었다. 각 지역마다 얼음낚시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영좌(領座)’라고 불렀다. 영좌는 그 지역의 얼음낚시에 대한 총지휘자로서 얼음 밑 방을 만드는 일을 주관한다. 그의 명령에 따라 얼음을 뚫고 그물을 드리우는 일, 커다란 나무망치로 얼음장을 내려치며 잉어를 한쪽으로 모는 일, 그리고 다시 그물로 몰아놓은 잉어를 막
나무판으로 찍어낸 소나무들에게 삶의 원동력을 얻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겨울 북풍 속에서 푸르게 살아내는 소나무들의 꼿꼿함을 그려낸 김경배 화가 목판화전에서 눈물겨운 삶의 몸부림을 본다. 한 해의 끝에서 만난 전시회 ‘솔의 바람’은 화가의 아홉 번째 전시회다. 갖가지 형태의 소나무를 보면서 어린 시절 뒷동산이 생각나 잠시 피안의 세계에 들어본다. 김경배 화가의 소나무들은 특유의 흔들림을 담고 있어서 그림 속의 솔향이 전시공간인 인천문화예술회관을 향기롭게 한다. 팔만대장경의 판각지인 인천에서 전시는 특별한 의미가 있고 전통목판화의 현대화를 꾀하고자 채근담구를 써서 전각과 서예, 서각을 아울러서 실험적 작업도 시도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김경배 화가의 소나무들은 탄탄한 힘과 굳세게 살아내려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온몸으로 자연과 맞서느라고 다양한 굴곡을 지니고 있으며 곱게 자란 나무가 없다. 굴곡은 굴곡으로 끝나지 않고 어느 쪽으로 휘었더라도 끝내는 중심을 중앙에 두고 하늘을 향해 힘 있게 바로서고 있다. 소나무들은 조각칼에 의해서 직선이라는 날카로움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직선들은 화가의 손끝에서 휘돌아가는 칼의 춤을 연상하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 지 22일 만에 정치권의 개입으로 일단락됐다. 2009년 8일간 지속된 파업보다 긴 역대 최장기 기록을 남긴 이번 파업은 서민의 발을 담보로 크나 큰 불편을 초래하고 국가 경제적으로는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다행히 최악의 파국은 면한 상태로 종료됐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과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어떤 식으로든 뿌리째 갈아엎어야 한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코레일의 철밥통 실태는 충격적이다 못해 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겨준다. 영동선의 한 간이역은 하루 이용승객 10여명으로 지난해 수입은 100만원가량이었는데 인건비로 6억7천만원이 지급됐다. 역장 1명, 부역장 2명에 역무원 7명 등 총 10명이 배치돼 평균 인건비가 6천700만원에 달한다. 국민적 분노를 살 일이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시간만 흐르면 승진이 되는 ‘자동근속승진제’로 근무성적이나 징계여부에 관계없이 7급부터 3급까지 승진이 보장된다. 3급은 역장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