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질주 본능과 힘, 도약, 강인함을 상징해서인지는 몰라도 말(馬)과 관련된 사자성어가 매우 많다. 그리고 각오를 다지거나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려의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그중 한마지로(汗馬之勞: 말이 땀투성이가 될 정도로 질주한다),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과 호시마주(虎視馬走: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말처럼 힘차게 달린다), 마혁과시(馬革裹屍: 말가죽으로 자신의 몸을 싼다는 각오로 싸움터에 나간다) 등은 새해에 잘 어울린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곧잘 꼽아왔다. 올해는 이런 말의 해(갑오년: 甲午年)다. 특히 60년마다 돌아오는 청마(靑馬)의 해다. 기마(驥馬) 혹은 천리마라고 불리기도 하는 청마는 백마·흑마·적마·황마 등과 달리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청마를 좋아한다. 가장 진취적이고 활발하며 강인함과 행운, 성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해서 청마의 해는 기운이 넘치고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도 갖게 됐다. 서양에서도 청마는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을 의미한다. 청마뿐만 아니라 모든 말은 건강, 남성성, 부, 풍요, 다산
초고도 정보화시대에 진입한 우리사회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다. 미디어 역사가 스마트폰 등장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았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채팅,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실시간 소통 외에도 사진, 인터넷, 음악, 게임 등 온갖 일이 가능해지면서 다들 깨어있는 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스마트폰이 갖는 즉시성, 오락성, 사회성, 문화성으로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며, 현대인은 점점 스마트폰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햇빛이 비치면 그림자가 생기듯 스마트폰의 편리성 뒤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하나가 ‘디지털 치매’ 현상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부모형제의 전화번호, 노래가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을 찾지 못한다. 이밖에도 권태, 외로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정보피로증후군, 악성댓글로 인한 사생활침해, 명예훼손,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손가락관절염, 목디스크, 안구건
전국의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홈플러스 측은 근로자들에 대해 10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일명 ‘0.5 계약제’라는 근무 계약을 강요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에 의하면 근로자들의 실제 근무시간은 8시간 이상인데도 7.5시간, 6.5시간, 그것도 모라자 6.4시간, 7.4시간 등의 계약제를 통해 10분 단위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계약제가 폐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비파업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 전면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 전국 최대 규모 매출 지점으로 알려진 홈플러스 북수원지점 앞에서는 홈플러스 노동조합 북수원지부 주최로 ‘0.5 계약제’ 폐지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소비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기자회견 및 소비파업 선포식은 전국의 대형 지점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이른바 ‘0.5 계약제’로 노동력을 착취해 비정규직 1만5천여명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 110억원(연간)을 홈플러스가 챙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이러한 계약제는 합리적인 제
지방의회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녀올 때마다 언론과 주민여론의 질타를 받지만 그때 뿐, 외유는 계속된다. 이와 관련해 올 한 해 가장 시끄러웠던 사건은 경기도의회 윤화섭 전 의장의 외유사건이다. 윤 전 의장은 경기도-전라남도 상생협약식에 불참하고 칸영화제에 가기 위해 지역행사, 백모상 등의 거짓 핑계까지 댔다. 특히 외유경비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에서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의장에 대한 자진사퇴요구가 거셌지만 버틸 만큼 버텨 도의회 파행을 일으키다가 결국 사퇴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경기도의원들의 ‘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윤 전 의장이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음으로써 이번에도 무산됐다. 그런데 이 당연한 조례안의 상정이 왜 거부됐을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대통령령)에 따라 지자체별로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토록 권고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도의회가 내년 초 재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니 지켜볼 일이다. 물론 행동 강령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의원의 청렴·윤리성이…
얼마 전 의류브랜드 H&M과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사기 위해 H&M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을 탔다. 저렴하지만 실용적인 의류브랜드와 인기 디자이너가 만나 패션 피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정부기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쯤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연말정산 준비로 바쁘다. 각종 기본항목을 챙겨야 하고 보험료,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사용 확인서를 보내달라고 여기 저기 전화를 걸면서 분주하게 보낸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국세청에서는 2006년부터 각종 영수증의 간소화를 위해 병·의원, 카드·보험사를 설득했다. 그리하여 2010년부터 종이 없는(paperless) 연말정산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결과로 영수증 수집비용 7천300억원, 우편발송비용 500억원이 줄어드는 경제적 효과를 보았음은 물론 수백만 연말정산 대상자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쾌거도 거두었다. 이처럼 최근 콜라보레이션, 즉 협업 사례가 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무언가가 합쳐져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내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에도 인기다. 협업 안에는 &
최근 경기도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의한 발전종합계획 제5차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었다. 특별법은 미군부대 및 주변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개발제한으로 받았던 불이익을 감안해 반환지역을 공적으로 개발하여 이익을 주민들에게 환원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으로, ‘발전종합계획’에 반영되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절차가 의제 처리되어 생략됨은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개발구역에 포함되는 주민들의 토지나 건물 등을 강제 수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군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매우 형식적이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제5차 변경안에 대한 추진계획이 마치 경쟁을 하듯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12월9일 공청회에 이어, 12월12일 신청확정을 하여, 12월13일 안전행정부로 사업승인신청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지역의 경우 도로, 상·하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이 이미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발사업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지역이다. 졸속적인 추진절차 반면 이미 여러 지역에서 문제가 된 바가…
필자의 기억에 최초로 기차를 탄 것은 5살 때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서 서울로 여행을 갔던 것이었다. 대구역을 출발해서 서울역까지 몇 시간이나 걸렸는지 모른다. 어린 마음에 마냥 즐거워하며 특급열차를 타고 아버지께서 사주시던 카스테라를 맛나게 먹은 기억은 지금도 내 뇌리에 또렷하다. 그리고 당시의 차창 밖 풍경들도 단편적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떠오른다. 이렇게 시작된 기차와 관련한 내 기억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로,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이르기까지 친근함과 향수 그리고 아련한 추억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동요에 기차길옆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동요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차에 친근감을 느끼고, 기차가 일상의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는 이웃이며, 친구이며,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으로 각인된다. 그렇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의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 흠뻑 배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철도와 우리 삶 사이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은하철도999이다. 비록 일본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만화영화는 우리 삶 속의 철도에 대한 감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렸다. 그래서 온
2013년이 이제 모두 지나갔다. 2013년은 유난히 일들이 많았다. 매년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이 우리네 역사지만 올해는 유난했던 것 같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고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올해의 가장 큰 사건은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 그리고 이석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 노조 문제도 올해 10대 사건에 포함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사건은 정부의 갈등조정 기능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게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좀 더 일찍 적극적인 조정 역할만 했더라면 문제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적기에 정부가 최소한 유감 표명이라도 하고, 적극적인 국정원 개혁 의지를 피력했더라면 이 문제가 대선불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국민들 중 상당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현 정권의 정통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좀 더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국정원 개혁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제기했더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한해의 마지막 날을 음력으로 섣달그믐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날은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아련한 추억의 속설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는 이날을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 “나이 더한 늙은이는 술로써 위안 삼고 눈썹 셀까 어린아이 밤새도록 잠 못 자네”라고 읊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해마다 섣달그믐이 되면 신하들이 왕에게 문안(問安)을 하고, 양반가에서는 조상을 모신 사당에 절을 하는 풍습도 있었다. 또 집안마다 웃어른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를 올렸고 친지들끼리 특산물을 주고받으면서 한 해의 끝을 뜻있게 마무리했다. 일반가정에서는 수세(守歲)라 하여 섣달그믐날 밤 사람들이 집에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아침이 되도록 자지 않았는데 새해에 복(福)을 받으려는 기원 성격이 짙었다. 때문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잠을 잘 일이 아니라, 묵은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설계를 하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교훈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제야의 종’을 울리는 것으로 가는 아쉬움과 새해에 거는 기대를 대신한다. 12월31일 밤 12시를 기해 33번을 타종하는 &
올 연말 한국정치는 철도계의 총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제2의 철도회사 설립 조치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철도노조는 믿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파업시작 이래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대국민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멈춰선 열차처럼 한국정치가 뭔가 크게 고장 난 듯한 느낌을 준다. 올 한 해를 정치의 측면에서 규정한다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이 불신이 난무하고 일의 진척이 없는 한 해였다. 이것의 단초는 작년 대선에서 댓글을 통한 국정원의 선거개입에서 만들어졌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그에 대한 검찰조사의 공정성 시비로 본격화되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한국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해 민주발전에 큰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고 그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 관련자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올 한해 국민들에게 그 이슈는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국민들이 보기에 국정원 선거개입은 대선의 결과와는 별개의 일탈행위로 비춰졌고 국민들의 관심사는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국민들의 이러한 태도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될 대로 되라거나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 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