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신정훈 국회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1톤당 밀 가격은 345달러로 2020년 202달러 대비 70.8% 치솟았다. 대두도 350달러에서 590달러로 68.6%, 옥수수는 143달러에서 277달러로 93.7%나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2020년의 경우 밀 0.8%, 옥수수 3.6%에 지나지 않는다. 밀은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밀 가격이 오르자 빵, 과자, 라면, 국수 등 밀 가공제품 가격이 연쇄 인상되고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평소 우수한 품질의 국산 밀을 충분히 비축해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나라 밀 재배 농가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무상 원조 밀이 들어온 이후부터다. 밀 생산 기반은 1984년 정부의 밀 수매 이후 모두 사라졌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수매중단이 예고된 1984년 밀 생산면적은 전년 2만6446ha에서 6411ha로 76% 급감했다
수고로운 열매로 가득한 10월, 개천절을 보내며 모든 산맥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려도 차마 범하지 못한 곳이라는 이육사의 시 ‘광야’를 읽는다. 하늘이 처음 열리고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 천고(千古)의 뒤에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에게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는 광야를 상상한다. 최초의 민족국가 단군이 있었고 컴퓨터에 한글을 쓰는 오늘날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남쪽에서 하늘이 열린 10월 3일을 개천절로 기념한다. 북쪽에서는 단군신화를 인정하지 않다가 1980년대부터 관심을 가지었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단군릉을 1994년 개건하면서 실존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핵문제로 준전시상태까지 갔던 불안한 시기를 감안하면 진위여부를 떠나 국가존립에 민족을 내세운 정치의 연속이다. 남쪽에서 한글날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세종 28년(1446년)을 양력으로 환산해서 10월 9일로 기념한다. 북쪽은 훈민정음 창제된 날인 세종 25년(1443년) 음력 12월을 양력으로 환산해 1월 15일 훈민정음 창제일로 정했다. 남북은 단군을 민족국가의 시조로 인정하고 한글을 사용하면서 선조의 업적을 기리고 있지만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임산부의 날인 10월 10일 북쪽은 ‘조선로동당창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시작한 인류의 진화는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까지 왔다. 현생 인류를 지칭하는 별명으로는 호모 루덴스, 호모 데우스, 호모 이코노미쿠스 등이 있다. 호모 데우스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지어낸 이름으로 인류가 생명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노화와 죽음에서 해방돼 불멸과 신성과 행복을 구현한 미래의 상태를 예견하는 이름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인간을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로 설정한 현대경제학에 대비해 경제주체의 비이성적 감정적 심리를 부각시킨 이름이다. 호모 일렉트리쿠스는 필자가 새로 지어낸 이름으로 처음 선을 보인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의 통찰에 있다.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미디어라는 것. 매스 미디어 시대의 메시지 효과 이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외계어를 대하는 양 낯설 것이다. 생각해보자. 지난 10년 사이에 세상을 뒤집어놓은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인가, 콘텐츠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기차나 자동차, 비행기 등이 무엇을 실어 나르는가에 관계없이 세상을 변화시킨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들은 운송
어리석은 바보, 미치광이 천치... 병 이름 ‘치매’의 한자 癡(치)와 呆(매)의 뜻을 합친 이름이다. 사전은 ‘뇌세포 손상 따위로 인해 지능 의지 기억 등이 지속적 본질적으로 상실(喪失)되는 병으로 주로 노인에게 나타난다.’고 풀이한다. 한자 해석하니, 욕설 아닌가? 불가항력, 어쩔 수 없는 것이 병이다. ‘너’도 ‘나’도 걸릴 수 있는 안타까운 병 ‘치매’도 그렇다. ‘어리석다’거나 ‘미치광이’라는 말이 붙은 ‘바보’라는 명칭, 참 슬프고 어리석다. ‘기왕에 병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니’하고 혀 몇 번 차고 말 일 아니다. ‘한가위 명절에 치매 어르신 잘 보살피자.’는 TV 프로그램 자막 보며 가슴 아팠다. ‘미치광이 바보 어르신’이라니. ‘지랄’을 이제 병명으로 안 부른다. 대신 간질(癎疾)이다. 문둥병도 ‘문둥이’란 말의 실존 때문에 나병(癩病) 한센병으로 부른다. 전염병(傳染病)의 이름에 든 ‘염병’도 병을 빙자한 욕설로 쓰인다하여 피하는 말이다. 배려이기도 하겠다. 癡呆는 痴呆로도 쓴다. 癡나 痴는 같은 뜻이다. 질병의 대표 기호(글자)와도 같은 녁(疒)자와 의심의 疑나 지식의 知가 합쳤다. 의심하는 병, 아는 것의 병이라는 뜻에서 ‘치’는 어리석다
국내 100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지난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고유가·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투자 발굴과 사업 육성이 쉽지 않다는 명징한 반증이다. 위기의 수준을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악화하고 있는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 현상은 또 다른 위험 요소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폭발시킬 수 있는 과감한 투자 유인책을 써야 할 시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 사내 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2012년 630조 원에서 작년 1025조 원으로 불어났다. 10년간 무려 395조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내 유보금은 같은 기간 26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188조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사내 유보금 연평균 증가율은 5.5%였으나,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절반에 가까운 2.3%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매출액 대비 사내 유보금 비율을 뜻하는 ‘유보율’은 2012년 46.7%에서 2021년 62.0%로 증가했다. 재투자를 망설이면서 번 돈을 재무적으로 쌓아두는 방향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른 사람과 미리 정하여 두는 일을 약속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크든 작든 대부분의 일은 이미 약속에 따라 정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약속을 저버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사람 관계가 험악해진다. 사람이나 조직체 사이에 서로 지켜야 할 의무를 글로 명시하여 법률로 책임을 지도록 한 계약은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만연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약속은 인격을 담보로 하는 것이고 계약은 법률적 강제를 담보로 한 것이다.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법률적 책임만 지면 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인격의 훼손을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법률적 책임보다 인격을 점점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이 심각성을 주목하는 사람도 드물다. 약속을 가볍게 저버리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인격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다.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약속을 두렵게 여기고, 어려워도 약속을 지킨다. 한국사회가 기억해야 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했던 대통령의 말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이 참석한 회의장에서 바깥으로 이동하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한 대통령의 말로써 비속어와 함께 미국 대통령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xx”는 미국 의회가 아니고 한국 국회를 의미하고, 바이든은 “날리면”이라는 해명이 대통령실의 홍보수석으로부터 나왔다. 한미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한국 국회에 대한 언급과 비속어로 논란의 초점이 옮겨졌고 이 말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바이든? 날리면? 어떻게 들리십니까 논란이 된 이 영상을 수십번 반복해서 들어 봤더니 누군가는 “바이든”으로 들린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날리면”으로 들린다고 한다. 이 같은 관심은 언어음성학적 차원(linguistic phonetics)의 문제이다. ‘ㅂ(비읍)’이 나타내는 소리는 입술소리(양순파열음)로 입술모양을 본떠서 ‘ㅁ(미음)’에 획을 더한 것인데,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위·아랫입술로 입을 다물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이상 국가의 실현을 위해서는 진리와 선을 아는 소수의 철학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시민의 대표자 다수가 정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는 듯한 막말과 저급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사실, 정치인의 막말과 시정잡배 같은 행태는 종종 목격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민들은 정치 자체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으며 다음 선거를 기다린 후 투표를 통해 개인의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의사 표시였다. 이쯤에서, 이러한 정치무관심과 혐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할까라는 환원론적 관심이 생겨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인의 대부분은 좋은 학벌과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 사회의 지도자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훌륭한 사람들이 정치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무관심과 불신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러한 명제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명석한 두뇌와 훌륭한 학벌은 좋은 정치인의 덕목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