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침투 문제로 시끄럽다. 이 사안은 크게 세 종류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무인기의 정확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용산 비행 금지 구역 진입 가능성을 언급한 야당 의원의 주장에, 그렇지 않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더구나 국정원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은 앞으로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왜 이런 문제점들이 불거지게 됐는가 하는 경위를 밝히고, 밝혀진 사실에 입각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북한 무인기 침투에 어떤 대응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부터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존의 대응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무
그리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 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더 낫다. 작은 서재에 굉장한 보배가 존재할 수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세계의 모든 문명국에서 추려낸 가장 지혜롭고 고귀한 인물들의 세계, 즉 그들의 연구와 지혜의 소산이 그 책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인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고독을 깨뜨리거나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또는 사회적 조건들이 그들과의 교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는 그들의 최상의 벗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상이, 세기를 건너뛰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명료한 언어로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정신적 은혜를 책 속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반추동물(反芻動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많은 책을 머리에 채워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삼킨 것을 잘 새김질하여 소화시키지 않는다면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힘과 자양도 주지 않을 것이다. (로크) 무엇보다 먼저 좋은 책부터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평생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놓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간의 생애주기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의 생의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해결해 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영유아 돌봄, 아동의 건강한 성장, 청장년의 취업, 노인의 노후생활 보장과 의료서비스 등 생애주기에 맞추어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이에 더해 국민 개인에 차별화된 맞춤형 복지제도에 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위기 대응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사용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사회 문제 해소를 위해 민간의 노인돌봄서비스 진입을 통한 사회서비스 다양화와 규모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장기요양기관 갱신제 시행(’25)으로 장기요양기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요양 대상자들이 요양기관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장기요양 지출 면에서 OECD 평균 수준이면서도 서비스 이용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장기요양 병상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요양병원 이용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바다는 이순신, 육지는 황진!" 1550년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세종 때 명재상 황희 정승의 5대손으로 27세에 무과에 합격했다. 함경도에 배치되어 6년간 여진족들의 준동을 억누르고 방어했다. 1591년 황윤길 김성일이 책임자로 갔던 조선통신사의 수행무관으로 참여했다. 우리 일행을 깔보던 왜의 관리들 앞에서 활쏘기 시범을 보여 그들을 놀라게 했다. 신궁(神弓)이었다. 귀국 후 왜가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섰다. 황윤길은 황진의 당숙이었다. 훗날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의병장으로 맹활약하고 전사한 황대중은 황진의 6촌 동생이다. 황진은 일본에 다녀온 후, 동복(전남 화순) 현감이 된다. 이 때부터 일본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하여, 공무가 끝난 뒤에는 궁술과 기마를 연마했다. 마침내 왜군이 쳐들어왔다. 개전(開戰) 때 그의 직급은 종6품이었다. 요즘 군대계급으로 치면 중위 정도의 하위직이었다. 그 말단 무사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충청병마사가 된다. 요즘 계급으로 치면 중장(별 셋)에 해당되는 고위직이었다. 이 초고속 승진은 그의 출중한 활약상을 증거한다. 왜군이 호남을 점령하기 위하여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주성 인근의 이치
1. TV 보면서 지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경험을 하고 싶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알쓸신잡의 새 버전 알쓸인잡을 기대한다. 제목과는 반대로 정말 쓸데 있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 될 거다. 인간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있어야 공학도 의학도 쓸모가 커진다. 누가 뭐래 든 지적 허영을 만끽하는 시청자가 제법 있다. 시청률이 어지간한 예능 못지않다. 연예인의 신변잡기 이제 그만 듣고 싶다. 기획 잘하면 교양이랄까 지식예능이랄까 장르야 뭐라 하든 많은 시청자를 프로그램 앞에 앉혀둘 수 있다. TV와 인문학의 콜라보, 대중문화와 역사, 사회과학의 결합, 자연과학의 대중화 등 추구하는 바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은 다양해진다. 2023년 지식 프로그램으로 모두들 머리가 묵직해지면 좋겠다. 2. 재미도 있고 보고 나면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많아지면 좋겠다. 장마다 꼴뚜기 날수 없고 모든 드라마가 다 그럴 필요는 없다. 재미있으면 제 역할 다한 거다. 그래도 요즘처럼 변화가 빨라 공감대가 줄어드는 시대에 재미와 메시지 공감이 커지는 드라마가 몇 편 있다면 그 효능감은 커질 것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시청률 14.6%), 슬기로운 의사생활 2 (14.1%), 이상한 변
2023년 모든 부문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특히 젊은층·서민경제가 걱정이다. 우선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다.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발 고물가가 새해엔 국민경제에 깊숙이 파고들어 2, 3차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눌러왔던 전기료를 올초부터 ㎾h당 13.1원(9.5%) 올렸다. 오일쇼크 후 최대 인상률로 4인 가구는 월평균 4022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가 ‘한국전력 경영 정상화 방안’을 통해 올해 요금 인상 적정액을 51.6원으로 제시한 바 있어 앞으로 추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동절기 부담을 고려해 묶어놓은 가스요금도 결국 올릴 수 밖에 없다. 전기요금 상승은 일반 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기를 쓰는 산업 전반에 연쇄 파장을 일으킨다. 이것은 생산단가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모든 생활 물가가 시차를 두고 계속 상승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상승 파동이 급기야 국내 전기료로, 이어 산업계 전반과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상당기간 인플레이션 랠리가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더라도 지난해 이미 시작된 에너지 등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공공형(공익형) 노인 일자리는 60세 이상 노인이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약간의 보수를 받는 일자리다. 보통 월 30시간동안 일하고 27만 원을 받는다. 주로 환경 미화나 도시락 배달, 시설물 점검 같은 공익활동에 투입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금을 축낸다” “질 낮은 일자리” “취업 통계를 부풀린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통계청은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6만 명 늘어나 4월 기준으로 22년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직접 일자리와 고령자 비중이 너무 높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질 낮은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비판한 것이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2023년부터 6만 1000개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밝힌바 있다. 직접 일자리 예산을 약 900억 원 줄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 국면이 계속되고 고용 시장 전망도 좋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빈곤층 노인들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여론이 많았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많은 고령자들의 생계형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고령층 복지 사각지
전호근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한국철학사』에서 현대철학자로 함석헌, 장일순 등 6명을 다루고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독창성에 있다. 동서양 철학의 각주가 아니라 한국적 삶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일제에서 해방되어 근대를 거치지 않고 현대로 직행한 한국은 여러 모순의 집합체다. 이 모순을 끊어내려고 줄기차게 싸워왔던 게 한국 현대사의 자기정체성이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철학이 태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현대 철학자들 중 김상봉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우리의 역사에 뿌리박은 철학의 형성"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한국의 주류 철학계가 철학을 외부에서 얻어오는 일에 골몰하여 자기로부터 새로운 보편적 세계상을 형성해내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는 철학을 "자기 속에서 세계를 만나며 세계 속에서 자기를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만남의 철학'인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에서 "진리는 만남에 있다"고 선언한다. 진리하면 고차원적인데다 난해한 철학적 명제로 알고 있는 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고작 사람과 사람의 부딪힘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얼마나 평범하며 비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