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열대야가 겹쳤다. 비 소식이 그치지 않고, 연일 6월 최저 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장마철에는 식중독, 신경통, 호흡기 질환 등이 늘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도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아진다. 꿉꿉한 공기와 제대로 마르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 조금만 움직여도 끈적끈적해지는 습도에 불쾌지수도 올라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되고, 일조량이 부족해 불면증과 우울증도 짙어진다.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고 다닐 만한 시기다. 그러나 장마철에도 여행은 계속된다. 삶의 모퉁이에서 연속된 불행이 잠시 멈추고 숨 고를 시간을 주지 않듯 날씨도 사람들의 사정을 봐주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맑은 날을 안겨주진 않지만, 삶처럼 여행도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 비가 내리는 날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실내관광지다.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식물원, 온실, 실내 물놀이장, 찜질방, 실내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카페, 원데이 클래스 체험, 영화나 공연까지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은 얼마든지 있다.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실내관광지에서 실내관광지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실내형 여행’은 쾌적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송보송하고 청량하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다. 정치신인이 정권을 잡은 현실 때문에 어느 정도 혼선과 부실이 불가피하리라는 예측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국내외적 환경이 험궂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여야의 강경 대치 국면을 무한정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정운영에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모습은 분명히 국민의 걱정거리다. 행정부가 원활한 국정운영 시스템 안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에 반발하여 임기종료를 며칠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경찰국 신설안을 그대로 수용하자 이에 반발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흘 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놓고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하고, 대통령실이 즉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의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는 등 압박이 가해진 끝에 일어난 불협화음이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올 9월부터 시행돼 경찰의 기능과 역할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경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마련돼야 할 계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권력에 예속된 경찰상을 혁신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
전쟁과 전쟁 준비가 빚어내는 모든 불행은, 전쟁을 변호하기 위해 제시되는 온갖 이유에 대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그 이유라는 것이 대부분 논의할 가치도 없을 만큼 하찮은 것이고, 또 전쟁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여러 문명국들 사이에 아직도 전쟁이 필요한 것인가 하고, 거기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미’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부터 그런 것은 한 번도 필요한 적이 없었다고. 이따끔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언제나 인류의 올바른 역사적 발달을 저해하고 정의를 파괴하며 그 진보를 방해해 왔다. 대중의 희생 위에서 소수자의 권력욕, 명예욕, 물욕, 대중의 맹신, 소수자에 의해 날조되고 유지되고 있는 각종 편견, 이런 것들이 전쟁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가스통 모흐) 전쟁만큼 사람들의 행동에서 외부로부터의 조종의 힘, 또는 이성이 아닌 사람들의 소문에 의해 좌우된 결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없다. 몇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것이 어리석고 추하고 해롭고 위험하며 파괴적이고 고통스럽고 사악하고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기꺼이 자랑으로 여기며 실행하고, 그것이 일어나서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공기업들이 지난해 거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18곳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인데도 임직원들에게 총 1586억원의 성과급을 줬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도 각각 772억원, 110억원의 성과급을 나눠가졌다. 사기업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한계공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가능한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가 평가지표에서 ‘경영실적’ 점수 비중은 낮추고 ‘사회적 가치 구현’ 비중을 높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350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30만 7690명에서 지난해 41만 6191명으로 10만 8501명(35.3%)이나 늘었다. 공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먼저 경영평가시스템을 개편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영 평가…
공기업 6월은 인사철이다. 상반기 퇴직일정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느라 각종 모임마다 작별인사가 이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빠져나가느라 떠들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퇴직인사 자리는 분위기가 조금 독특하다. 아무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없다. 떠나는 사람이야 아쉬움에 그렇다 치더라도 분위기메이커가 되어야 할 후배들마저 자뭇 심각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철도공사는 정부 지분매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발 노동시간을 92시간으로 연장하느니 마느니하는 소리도 들린다. 이러니 후배들은 “또 얼마를 싸워야 할지..”라며 떠나는 선배들을 외려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일전에도 적은 바 있지만 철도기관사 입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폭주기관차”라는 말이다. 거대한 중량과 힘을 가진 기관차가 폭주한다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잘 아는 입장에서 꿈에라도 떠올리기 싫은 말이다. 그런데 두 달된 윤석열 정권을 보노라면 이 끔찍한 단어가 떠오른다. 인플레와 불경기로 허리가 휘는 국민들은 뒷전이고 요직이란 요직은 죄다 검사출신 측근으로 채우며 세간을 경악케 했다.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국방
개봉과 동시에 엄청 화제를 모을 것이 확실히 되어 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에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주인공 형사는 자꾸 자신 앞에 용의자가 돼 나타나는 여자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이 대사는 이제 여기저기서 패러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자의 대답은 이거였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남자 형사의 저 대사를 지자체장들에게 해주고 싶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면, 특히 새로 되고 나면, 늘 만만한 게 영화제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영화제를 만들겠다, 혹은 만들어 달라 등등 이쪽 전문가들에게 요구와 부탁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영화제 하면 그저 극장에 영화를 ‘갖다 붙이는 행위’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 거, 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오? 얼마면 된다는 거요, 식이다. 문제는 영화제가 그렇게 만만한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극장에 영화를 갖다 붙이는 것만으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영화제를 돈만 가지고 할 생각이라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수없이 영화제를 해 온 사람으로서 그럴 때마다 지자체장 당사자에게 거나 관련 공무원에게 분명히 경고성 얘기를 건넨다
정직이 곧 선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리는 비웃음에 의해 상처받지 않는다. 그러나 비웃는 자들 속에서 진리를 그 성장을 멈춘다. (류시 말로리) 미망에 이른 길은 무수히 많고, 진리에 이르는 길은 오직 한 길뿐이다. (루소) 진리가 자신의 죄를 폭로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보다 불행한 일은 없다. (파스칼) 거짓말은 반드시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른다. (레싱) 진실을 말하기는 참으로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정직도는 그 도덕적 완성의 지표이다. 정직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유일한 화폐이다. (중국 속담) 정직하라. 그 속에 설득과 덕행의 비결이 있고, 정신적 영향력의 원천이 있으며, 예술과 인생의 최고 규범이 있다. (아미엘)/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도지사 비서실장을 도청 내부 공모를 통해 선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민선 경기도정 사상 처음으로 보이는 행보에 도민들의 관심이 쓸리고 있다. 김 당선인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도청 공직자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선거캠프에서 함께했던 분이 아니라 도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공모를 통해 비서실장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은 중요한 자리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캠프 비서실장들은 후보의 대리인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면서 “이제 도정을 맡게 되면서 도지사 비서실장에 맞는 역량, 도정에 대한 이해, 저와 함께 도민을 위해 헌신할 자세를 갖춘 비서실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앞으로도 도정과 도의 인사에서도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도지사 비서실장 도청 내부 공모 방침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민선 7기 마지막을 제외하고 대부분 퇴직공무원 또는 외부 인사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4선 국회의원(경기도 안산) 출신으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인도 도지사 비서실장으로 정선미 충북도 경제기업과장을 발
시절 참 수상하다. 국내외 험한 정세는 끝내 죄없는 민초들을 희생시키고 미봉될 것이다. 나는 지금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 나라와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저 악몽이었으면 좋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어째야 하나. 이렇게 걱정이 태산일 때, 나는 종종 안전하고 편안한 은신처를 찾아 찐하게 의존한다. 오늘은 그곳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서 벗들과 측은지심으로 동병상련한다. 한 친구가 불안한 미래를 높은 통찰력으로 예언하면 착하게 받아들인다. 이 진지한 실용주의의 시간은 한 사내가 두부김치에 막걸리 서너 병을 시키면서 이내 막을 내린다. 침울의 그늘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활기를 띤다. 술은 다정하고 똑똑한 친구들 보다 늘 곱절로 유력하고 우호적인 물질인 것이다. 오죽하면 서양의 멋쟁이들이 술을 '스피릿'이라 했겠는가. 번역하면 '술은 올바른 정신(spirit)을 일깨워주는 실로 큰 친구, 대붕(大朋)'쯤일 거다. 실은, 이 정도는 세상의 모든 술집에서 가능한 체험이다. 인사동 주점에서 그 기본 미덕에 더하여 매번 특별한 감동과 기쁨을 주는 까페가 하나 있다. 후배들이 '서정춘이라는 시인'이라는 시집을 헌정한 그 시인이 홍보부장이다. 문화공간 '시/가/연(
너무도 감미롭고 포근한 클래식 음악. 단연 타이스(Thaïs)의 명상곡이다. 멜로디를 들으면 천상의 세계, 평온의 세계에서 스르르 잠들 것만 같다. 이 곡은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걸작이다. 19세기말 프랑스 오페라계를 풍미한 마스네. 그는 이 곡 외에 마농, 베르테르 같은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에게 낯익은 곡은 타이스 2막의 ‘명상곡’이다. 각종 광고와 김연아 선수의 갈라쇼를 환상적으로 수놓은 배경음악, 그게 바로 이 곡이다. 타이스. 이집트의 창녀다. 아나톨 프랑스가 쓴 소설을 루이 갈레가 각색했고 마스네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수도사 아타나엘은 유명한 창녀 타이스를 개종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타이스는 마침내 크리스천이 되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 칩거한다. 그러나 아타나엘은 자신이 집착해 왔던 건 관능미 넘치는 타이스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타이스는 속죄의 기쁨 속에서 죽음을 맞고 아타나엘은 신심을 잃은 채 절망한다.” 인간의 위험하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인간본능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19세기 대중은 이를 무척 불편해 했다. 타이스가 첨에 흥행에 실패한 이유다. 시대의 선봉장 마스네. 그는 분명 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