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아쉽게 낙선한 출마자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번 선거 역시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할 만큼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했다. 각 정당 수뇌부는 전국을 누비며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했다. 특히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는 당의 사활을 걸고 지원에 나섰다. 지방 선거는 분명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말이다. 출마자들도 선거 전부터 당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둥지를 옮기는 이른바 ‘철새’들도 있었다. 상당수 유권자들도 후보의 능력이나 경험, 인격보다는 정당만 보고 찍었을 것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된 것이다. 권영화 평택시의원은 지난 5월 평택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동안 중앙정치와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에게 줄서기를 통한 밀실공천 등으로 인해 지역의 역량 있는 일꾼들이 정치에 진출할 기회를 박탈하고, 아울러 선출된 지역정치인들도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는 ‘우려’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자신도 두 번의 공천 끝에 평택시의회 의원으로 입성해 3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장미가 아름다운 유월이다.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가열차게 달아올랐던 지방선거도 끝났다. 심판할 국민이 있고 공정한 규칙이 있다면 전쟁같은 선거라도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떠하리. 경험을 얻고 다시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력을 사용해 동족끼리 죽고 죽이면서 파괴한 전쟁에 비기겠는가. 유월은 한갓 풀대의 생리보다도 못한 인간의 무모한 장난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가져온 달이다. 어떠한 규칙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의 기억은 살아있는 사람을 괴롭힌다. 무엇을 망각하고 무엇을 기억해야할 까. 뇌는 모든 기억을 담도록 하지 않는다. 적당히 망각하고 적당히 기억하면 될 텐데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유월이 있어 아름다운 장미조차 핏빛으로 보일 때가 있다. 유해를 발굴하여 산화된 뼛조각을 찾아 그날의 고통을 돌아보고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시간은 평행이동을 한다. 가해자가 있어 피해자가 있고, 그래서 용서받고 싶은 사람과 용서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남북은 오랜 세월지난 지금도 동족이 피투성이 되도록 싸웠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조국의 이름으로 ‘한국전쟁’, ‘조국해방전쟁’은 다른 기억
지난 뉴스의 몇 대목이다. -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며, “(윤 당선인이) 대구로 발령을 받고 1년에 두어 번씩 만났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 ‘40년 지기란 표현은 잘못 알려진, 잘못된 사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 ... “정 후보자도 ‘지기’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언론에 말한 걸로 안다.” 지기(知己)냐, 아니냐의 거북한 논란인가. ‘그다지 가까운 사이의 친구는 아니다.’라는 얘기를 저런 식으로 표현하게 된 상황이 이채롭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내 ‘나는 당당하다.’고 강변했던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자기를 아는 친구’ 지기지우(知己之友)의 준말 知己. 사전에는 친우(親友), 벗과 함께 지음, 심우(心友) 등이 ‘비슷한 말’로 열거돼 있다. 어떤 친구가 ‘지기’인가? 안다는 뜻 知 글자가 붙은 지음(知音)의 뜻을 새기면 ‘보통 친구’와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까? 知音은 대개 知己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중국 춘추시대의 백아절현(伯牙絶絃) 고사다. 거문고 명인인 백아가 친구 종자기(鍾子期)를 병으로 잃고 슬픈 나머지 거문고 줄(絃)을 끊고(
매클루언은 또한 ‘미디어는 마사지다’라고 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의 연장이다.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는 미디어의 특성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련하게도 미디어의 ‘본질’보다는 미디어 수단이나 과정에만 관심을 둔다.” 다음으로는 정보의 비판적 수용과 주체적 수용이다. 미디어를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허위조작정보를 어떻게 가려내 유용한 지식으로 삼느냐 하는 문제다. 『청소년과 미디어』 교재에서는 다양한 사례 분석을 해놓았다. 이런 식이면 누군가가 일일이 추적해서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교재에서 ‘허위조작정보와 팩트체크’ 단원을 보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사실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해놓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용자 스스로 허위 정보에 대한 감식안(鑑識眼)과 분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그런 감식안과 분별력을 갖출 수 있을까? 근원적으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바로…
(에티는 다른 유대인들과는 달리 피신을 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책상에 앉아서 쓴다. 숨었던 2만,000여명 중 1만8000여명은 살아남았다.) 당면한 문제는 우리의 파멸과 멸절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환상에 빠져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를 완전히 파멸시키려고 나섰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나아가야 한다. 최근 며칠 새 나의 내면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어떤 것은 구체화되었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았고, 그것을 삶에 받아들였다. 그래도 삶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다. 말하자면 나의 삶은 죽음 덕분에 확장되었다. 죽음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며, 파멸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는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죽음의 필연성을 부정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삶이 확장되었다. 만일 소환장이 내일 온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일단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집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가서 내 속으로 물러나, 몸과 영혼의 구석구석에 있는 기력을 모두 모을 것이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립스틱은 던져버릴 것이다. 그 주가 끝나기 전에 릴케의 편지를 마저 읽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남겨두었던 두꺼운 겨울 외투 옷감으로…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미국의 모 여기자는 사회자가 한 가지씩 질문만 허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윤 대통령에게 추가 질문을 하였다. 신정부의 내각 구성이 남성 위주임을 지적하고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무엇인가가 질문의 요지였다. 며칠 후 윤 대통령은 신속하게 2명의 장관과 1명의 차관급을 여성으로 지명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고, 야당의 모 정치인은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순발력을 칭송하였다. 문득 얼마 전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검토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체적인 내용과 어울리지 않은 듯한 그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살펴보니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미일 3 각 협력의 확대’를 10가지 행동 계획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일 3 각 협력의 주요 과제로서 다음 4가지 과제를 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개발과 인프라 건설, 핵심 기술과 공급망 문제 그리고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등. “여성 리더십과 역량 강화 문제”가 한미일 협력의 주요 과제라니 무슨 의미인가? 문맥으로 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성 지위 문제를 개선하기…
부자 그리스도인이란 발 없는 경주마라는 말과 같이 모순된 말이다. 세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은 그 사람의 가진 부에 정비례하며, 인간의 내면적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진정 깨달은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존경심에서 재물과 돈을 부끄러워한다. (에머슨) 이번에는 부자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당신들에게 닥쳐 올 비참한 일들을 생각하고 울며 통곡하십시오. 당신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 많은 옷가지들은 좀먹어 버렸습니다. 당신들의 금과 은은 녹이 슬었고 그 녹은 장차 당신들을 고발할 증거가 되며 불과 같이 당신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야고보서 5장) 나는 도처에서 사회복지라는 이름하에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부자들의 음모를 보고 있다. (토머스 무어) 부는 오만과 잔인, 자만으로 인한 난폭, 부패와 타락의 뿌리이다. (퓨지) 차라리 부자의 냉담함이 그들의 동정심만큼 잔인하지 않다. (루소) 부자를 존경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가엾게 여겨야 한다. 부자는 자신의 부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획득은 자본(판돈)의 크기에 달려 있다. 이는 일종의 도박장에서의 카드놀이와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통과의례가 있다. ‘수사’다. 전국에서 수많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어진다. 낙선자에게는 선거에 떨어진 마당에 수사까지 받아야 하니 설상가상일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낙선자보다는 당선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치열한 선거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수사의 결과에 따라 정확히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그 승리는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는 당선자를 한순간에 낙선자, 아니 낙선한 전과자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수사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많은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 못지않게 상대 후보의 위법사항을 수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는 한다. 상대가 지켜보고 있으니 후보들은 더더욱 위축되고는 한다. 감시와 위축 그리고 위험은 선거를 극도로 예민한 일련의 과정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한다. 그 결과 후보들은 모든 행위를 일일이 선관위에 물어보고 나서야 실행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다. 사사건건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사사건건 선관위에 질의하다 보니 선관위 역시 사사건건 규칙과 규율을 만들게 되고 만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선거규율은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 밝았다.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전국 3551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는 20.62%의 투표율을 기록해 역대 지방선거 최고 사전투표율을 경신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불과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복잡한 선거전이었다. 불과 0.73%라는 박빙의 표 차이로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직후라는 특성 때문에도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적이 없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중앙정치 논리가 선거전을 지배했다.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가 여야 간 대결 긴장도를 더욱 높였다. 소수 집권당 국민의힘은 갓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목표가 뚜렷했다. 야당 또한 정권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강조할 대의가 다분했다. 하지만 특정 보궐선거 지역구에 정치적 관심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을 필두로 선거전 열기는 사뭇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지방선거’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되고 만 것이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당 지도부까지 몰려다니면서 정책과 비전 경쟁이 아닌 인신공격과 선동, 포퓰리즘 양산과 쩨쩨한 티 뜯기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