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개월 동안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정신’ 역량이 오롯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서구 몇몇 나라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무절제한 행동은 금물이다. 통제된 삶에서 비로소 온전히 해방된 희열을 자칫 방종으로 어그러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일탈과 방심은 감당 못 할 고통을 되불러올 수도 있음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높은 ‘국민 의식’ 수준만이 팬데믹 재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사적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을 모두 해제해 오랜 기간 국민의 일상을 옥죄던 족쇄를 풀었다. 299명까지 허용하던 행사와 집회, 70%까지 가능하던 종교시설 인원 제한도 해제했다. 25일부터는 4주 이행 기간을 거쳐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독감처럼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절할 예정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그 실효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당분간 실내외를 막론하고 유지하기로 했다. 온 국민이 겪어온 불편과 상공인들의 막심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번 거리두기 해제는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주일간 일 평균 확진자가 16만 명으로 줄었고 감염 재생산율도 1.29에서 0.82로 낮아졌다. 거리두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우리 승무원은 마지막이야.” (박지영 승무원)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 (남윤철 단원고 교사) “내 구명조끼 니가 입어.” (정차웅 단원고 학생) “지금 빨리 아이들 구하러 가야 되니 길게 통화 못해. 끊어.” (양대홍 사무장) “걱정하지 마. 너네들 먼저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최혜정 단원고 교사) ‘세월호 사건’에 대해 여러 번 시 청탁을 받았지만 결국 쓰지 못했다. 이 이상의 시를 어떻게 쓰겠는가. / 출처 『악의 평범성』(이산하 시집, 창비 2021) '뒷일을 부탁합니다.' (김관홍 잠수사, 3. 2016.) 님이여, 살길을 찾는 나는 어리석은 자입니다. 님이여, 살길을 가르치려는 나는 더 어리석은 자입니다. (함석헌)
새정부 첫 조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의 막이 오르고 있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까지 진행될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결정할 최대 시험대다. 지난 대선이 초접전속에 끝난데다 거대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있어 전례없는 대결구도가 예상된다. 이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신‧구권력이 갈등을 빚은데 이어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과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이 맞물리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6월1일 실시된다. 이를 감안해 윤 대통령 당선인측은 인선에서 능력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치밀한 검증 작업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부 후보자를 중심으로 도덕성 흠결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아들과 딸의 ‘아빠 찬스’ 의혹에다 아들의 병역 문제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후보자는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한 행위도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후보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 당선인도 “부정적인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과거 첫 병역판정 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5년 뒤 사회복무요원…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 안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소설과 신화가 나온다. 소설 안의 소설과 신화 모두 아이러니를 그 자체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소년 아미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은 마법의 잔을 발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마법의 잔에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울려고 노력했다. 비록 가난해도 늘 즐겁게 살아온 남자였기에 눈물을 흘리기 쉽지 않았다. 그는 매일 슬퍼질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나날이 진주가 늘어갔지만 사내는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내 사내는 산더미처럼 쌓인 진주 옆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 칼을 손에 든 채, 아내의 시체를 안고 하염없이 진주 눈물을 흘린다. 진주를 만드는 행운의 잔이 그의 삶에서 웃음을 완전히 빼앗아가고 끝내는 아내마저 살해하는 괴물을 만들고 말았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마법의 잔을 손에 넣은 남자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가 자꾸 겹쳐지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되는 마법의 잔처럼 남을 끔찍하게 욕하고 증오하면…
학교교육이 위기에 처했으며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현행 학교교육은 지식전수 위주의 국영수 중심 교육 성격이 강하고 경쟁심과 우열의식을 부추기며 개별맞춤형 교육은커녕 지역특색교육도 구현하기 어렵다. 뚜렷한 고교서열화와 대학서열화로 고입경쟁과 대입경쟁이 치열한 우리현실에서 학교교육은 부모 운을 극복하기보다는 부모 운을 증폭시키는 역기능까지 수행한다. 부모의 유전인자와 경제자본, 학술문화역량에 따라 아이의 발달과 성장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교육기회와 교육환경이 달라지고 관심사와 가치관, 사회관계가 달라진다. 공교육의 분명한 목표 중 하나는 부모 운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아이들이 교사효과와 학교효과로 교육기회를 풍부하게 누리며 높은 교육성취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능과 예체능은 부모의 유전인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 운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육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서도 그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예술 역량도 부모의 계급계층에 따라 교육기회가 크게 차이난다는 점에서 부모 운과 관련성이 높다. 이들 역량은 교육적으로 중요하게…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혐오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으며, 땅을 좋아한다고 했다. 탈레스가 우주 만물의 아르케(원질)는 물이라고 한 것을 연상케 한다. 상선약해(上善若海)는 어떤가? 가장 좋은 것은 바다처럼 사는 것이다. 땅에서 소비되거나 증발하지 않은 물은 바다로 모인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다라고 한다. 강과 하천은 다양한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는 강이나 하천과는 다른 독창적인 생태환경을 형성한다. 강과 바다는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뱃길을 내주기도 한다. 35억 년 전 생명이 시작된 곳도 바다였다. 물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특히 적도 지역의 바닷물은 수온이 25도 이상이 되면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어 육지로 이동해 물을 뿌려준다.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과 장마가 그런 것이다. 이 물은 소금기가 없는 순수한 물로서 육지의 뭍 생명들에게 제공된다.…
‘문해력’이 또 하나의 과외 과목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특히 학령기 아동의 엄마(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코딩도 벅찬데 문해력 까지 해야 한단다, 어쩌자는 것이냐. 자녀의 ‘경쟁력’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는 우리 엄마들의 열정이 교육현장의 새 국면을 열고 있는 것인가. 문해력, 노인 할머니 등 형편 어려워 한글 못 깨우친 분들 교육하는 (정부)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최근 문득 ‘문해력이 학교교육 전반의 문제라서 하루라도 먼저 깨우쳐(줘)야 한다.’고 교육방송이 연예인들 앞세워 방송 시작하는 바람에 이 걱정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 교과서의 설명, 문제의 예문이나 지시문 등을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생한 현장을 TV는 보여주었다. 설문조사나 관련 통계도 절실하게 제시됐다. 낱말 뜻 모르고, 말귀 못 알아듣고, 글눈 어두워 교육이 아이들과,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모습, 충격적이었다. 몰라도 그냥 지나가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을 새삼 걱정하게 된 것이다. 학교가 무엇인가. 그걸 당연하다 여기는 분위기를 우리 교육이 이제야 실감한 것일까. 가나다 깨치고 영어도 배웠는데, 문해력이 부족하다니(엉망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작지
얼마 전 연천군은 인구수가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말 기준 인구수가 4만2784명으로 지난달에 비해 59명 늘었다. 이 같은 반짝 증가세에도 연천군이 반색을 하는 이유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000년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천군 인구는 2000년 12월 5만3019명이었으나 2021년 12월 4만3553명으로, 9466명이나 줄었다. 20여년 사이에 무려 17.9%나 감소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서면 대광리의 경우 한때 인구가 7000∼8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600명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을 어디를 가나 빈집과 빈 상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 연천군이 포함돼 있다.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다. 이에 연천군은 2016년부터 첫째 아이부터 넷째 아이까지 100만원~1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출산을 장려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펼쳤다. 귀농·귀촌 자금과 이사비용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인구감소 현상은 여전했다. 인구감소의 근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