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천군은 인구수가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말 기준 인구수가 4만2784명으로 지난달에 비해 59명 늘었다. 이 같은 반짝 증가세에도 연천군이 반색을 하는 이유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000년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천군 인구는 2000년 12월 5만3019명이었으나 2021년 12월 4만3553명으로, 9466명이나 줄었다. 20여년 사이에 무려 17.9%나 감소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서면 대광리의 경우 한때 인구가 7000∼8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600명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을 어디를 가나 빈집과 빈 상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 연천군이 포함돼 있다.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다. 이에 연천군은 2016년부터 첫째 아이부터 넷째 아이까지 100만원~1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출산을 장려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펼쳤다. 귀농·귀촌 자금과 이사비용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인구감소 현상은 여전했다. 인구감소의 근본적…
우리의 행위 자체는 우리에게 속해 있지만 그 행위의 결과는 이미 하늘에 속한 것이다. (프란체스코) 우리는 날품팔이꾼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서 그날의 품삯을 받도록 하라. (탈무드) 우리의 행위에 대한 결과는 다른 사람이 평가한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네 마음을 깨끗하고 바르게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존 러스킨)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또 우리가 노력한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적으면 적을수록, 성공할 확률도 더 높아진다. (존 러스킨) 인간의 행위 가운데, 결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것일수록 더 훌륭하고 더 가치가 높으며 더 위대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이 행한 결과를 속히 보기를 원하고 그 대가를 바라고 있으니 얼마나 속 좁은 사람들인가?》(존 러스킨, 《》는 필자 첨가) 만일 네가 자신이 일한 결과를 직접 볼 수 있다면, 네가 한 것은 결국 하찮은 일이었다는 것을 알라. 사람의 얼이란 것은 온갖 힘의 물둥지다. 모든 냇물이 흘러서는 물둥지에 고이고 또 고였다가는 흘러나서 여러 갈래의 냇물이 되듯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마지막에 한 번은 반드시 정신으로 바뀌어져 생명의 물둥지를 이루게 되고, 거기서야 또 모든 것이 나
지난 식목일에는 서울에 있는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썼다. 개인적인 일로 편지를 쓸 때 나는 마음 가볍고 흥미롭다. 내가 촬영한 사진 아래 간단한 문장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개성 있게 제작한 우편엽서를 2000년부터 꾸준히 써오고 있다. 우편엽서나 편지나 쓰는 순간부터 받는 사람의 마음과 인연을 생각하며 정성껏 써서 우체국으로 가서 보내고 나면 나만의 삶에 충실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손자 손녀의 생일은 이 달에 다 들어 있다. 손녀가 먼저이고 맏손자는 오빠인데 중하순이다. 찾아가서 녀석들 나이에 걸맞게 신나게 해주고도 싶다. 하지만 시시한 할아버지는 치킨 값에라도 보태서 제 아버지가 내 몫까지 즐겁게 해 줄 것을 부탁하며 몇 푼 안 되는 지폐와 축하의 원고지 글을 아들에게로 보낸다. 호수가 있는 동산에 올라 진달래를 본다. 다른 나무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그런데 내 발길 앞 진달래나무는 가지 하나에 작은 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 그 꽃잎이 보이지 않는 바람에 떨고 있다. 문득 아내 생각이 떠오른다. 그는 세상 온갖 작은 바람에 떨면서도 목소리 한번 돋우지 않았다. 가족들의 미세한 감정을 살펴 위로만 하며 살다 간 사람이다. 정채봉
『이방인』의 살인사건 그리고 재판 “Aujourd’hui, maman est morte”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L’Étranger)』 그 첫 문장이다. 프랑스어 원문을 번역하면 “오늘 우리 엄마가 죽었다.”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고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나 결국 한 살인사건을 다룬 셈이 된다. 주인공 뫼르소(Meursault)는 어느 날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태양이 눈부시다는 이유로 기분이 나빠지면서 우연히 마주친 한 아랍인에게 총을 겨눠 격발한다. 4발을 더 쏘아댔다. 재판이 벌어지자 변호사는 뫼르소의 모친이 죽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고자 한다. 형량이라도 줄여보려고 마음이 슬프고 괴로운 처지였다는 걸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뫼르소는 이 모든 것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재판장은 뉘우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분노, 사형을 언도하게 된다. 모든 게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지도 않고 납득시키려 들지도 않는 까뮈의 뫼르소는 이른바 삶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읽혀왔다. ‘maman’은 프랑스어로 어머니를 다정하게 부르는 애칭인데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존재가 햇살이 강렬해서 불쾌한 기분이 되었다고 다른 누군가
1. 『쇼크독트린(The Shock Doctrine :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은 캐나다 출신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이 쓴 책이다. 자연발생적 혹은 계획에 따른 구조적 충격을 발생시켜 특정국가에서 극단의 이익을 탈취하는 다국적 자본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발간된 지 10여 년이 훌쩍 넘은 책이지만 함의가 늘 새롭다. 그래서 수시로 서가에서 꺼내 펼친다. 이 책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무기로 하는 글로벌 독점자본들이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저지르는 폭력적 욕망을 영화처럼 펼쳐 보인다. 1973년 CIA와 합작으로 민주주의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린 피노체트의 쿠데타. 덩샤오핑 집권기에 일어난 1989년의 천안문 사건. 1991년 몰아닥친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그리고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대내외적 쇼크(충격요법)와 위기 조성을 통해 압도적 부를 긁어모으는 그들만의 은밀한 작동방식이 폭로되어 있다. 다국적 자본의 금고로 전 세계 민중의 고혈이 꿀로 바뀌어 흘러드는 마술 말이다. 2. 『쇼크독트린』에는 1997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IMF 구제금융 사태 이야기도 나온다. ‘아시아의 호랑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직장 구하기 힘들어”라는 푸념들. 선진국이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다. 귀에 딱지가 붙었다. 2차 산업 비중이 줄어드는 산업 구조에서 국민의 다수는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당연히 ‘성장엔진’이 꺼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 경제의 전형적인 생태다. 지식을 자본으로 하는 4차 산업이 ‘경제 도약 산업’으로 주목을 받지만, 대한민국의 ‘수출형 경제’를 감당하기엔 무리로 보인다.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금융 산업은 자본 규모나 전문지식 측면에서 ‘K-한류’ 위상에 턱없이 못 미친다. 국제 경쟁력은 고작 30위권이다. 플랫폼 대표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또 어떤가. ‘국내용(國內用)’이라는 ‘딱지’를 아직도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한편, 많은 수의 제조업체들은 이 땅을 떠났다. 온실가스 제약은 없으면서 저렴한 노동력 조달이 용이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결과는 ‘실업 증가’로 나타났다. 생산 기반을 상실한 투자 환경에서 뭉칫돈은 ‘투기’로 쏠렸다. 규제가 주된 원인이란다. 하지만 투자처가 마뜩잖은 시장 환경도 부동산 가격 폭등
부유한 지배계급과 가난한 피지배계급으로 나눠져 있는 세상이란 애초부터 잘못된 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황금만능주의의 결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전쟁과 다름없는 생존경쟁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부유한 기업인은 말한다. “노동자가 굶어죽는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 난 약속한 대로 임금을 다 지불했다. 그 이상 나더러 어떡하라는 말이냐?” 카인도 아우 아벨을 죽이고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야훼께서 물었을 때, “제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하고 답했다. 공장주도 그렇게 말한다. “내가 형제인 노동자에게 약속한 임금을 다 치르지 않았다는 말이냐?” (칼라일) 인간은 땅 위에서 땅에 의해서만 살 수 있는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사는 땅을 다른 사람이 빼앗는 것은, 그 사람의 피와 살을 빼앗는 것과 같다. 땅의 약탈에서 생기는 사회제도는 덜 직접적이고 덜 노골적인 뿐, 과거의 노예제도보다 더욱 잔인하고 더욱 사람을 타락시키고 만다. (헨리 조지) 지금 우리는 앞서간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편리한 물건 속에 파묻혀 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한가? 설령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치더라
윤석열 차기 정부 조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부처 장관급 인선을 사실상 끝내고 이제 대통령 비서실과 차관급 등 후속 인사만 남았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법무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했다. 관심을 끌었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정됐다. 김 전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통계청장,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제통으로 짜이게 됐다. 윤석열 당선인이 능력을 인사의 최고 덕목으로 강조해온 만큼 새정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에 있음을 확인시켰다. 우리나라가 처한 정확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나라 안팎의 거세 도전 요인으로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물가는 서민경제를 구석구석 옥죄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변수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초긴축 움직임까지 겹치며